졌다. 뛰는 선수들도 보는 팬들의 마음도 모두가 불편한 경기였다.
역시 스포츠에서는 이변이 발생한다. 특히 둥근 공 한 개를 가지고 22명이 경기하는 축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진 실력보다 정신력에서 승부가 갈린 경기였다. FC서울은 이날 경기 전 7연승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상대 대구는 2무 4패였다. 당연히 FC서울의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마음에도 예전과 다른 면이 있었을지 모른다.
FC서울이 9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대구와의 경기에서 2대1로 졌다. 연승행진도 끝났다. 2위 싸움을 위해서는 반드시 승점 3점을 얻어야 했지만 그렇질 못했다. 90분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모두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 만큼 몸도 피곤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빨리 잊어야 한다. FC서울은 이보다 더 중요한 AFC 챔피언스리그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겼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머나먼 중동 원정을 떠날 수 있었지만 상황은 쉽지 않게 됐다. 그러나 빨리 잊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패배를 곱씹고 다시 한 번 모두가 큰 목표를 위해 하나로 뭉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길고 긴 리그 경기에서는 언제든 고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강팀은 고비가 왔을 때 이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 FC서울 선수들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FC서울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의외로 당황한 FC서울은 밀집 수비 후 역습을 펼치는 대구의 작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올 시즌까지 FC서울에서 대구에 임대된 김현성에게 두 골을 허용했다. 두 골 모두 실책성 플레이에서 나온 것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크게 보면 대구에서 임대생활을 하는 김현성의 달라진 모습을 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전반을 2대0으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은 FC서울은 교체 투입된 방승환이 8분만에 만회 골을 터트려 대 역전극을 펼치는 듯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무엇보다 연승을 의식해서인지 너무 서두른 것이 패인이었다. 미드필더를 통한 패스 플레이를 펼쳐야 했지만 마음 급한 FC서울 선수들은 수비에서 날리는 롱 패스로 손쉽게 찬스를 만들려 했다. 만회 골을 터트린 후 모두가 더욱 급한 듯했다. 좀 더 차분하게 FC서울이 가진 능력을 발휘했다면 충분히 역전을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질 못했다. 심판에 대한 잦은 항의로 경고를 받은 장면도 분명 팀에 플러스가 되질 못했다.
대구전을 앞두고 발목 부상을 당한 현영민의 결장이 무엇보다 뼈 아팠다.
이날 경기를 계기로 선수들이 좀 더 냉정해지고 마음적으로도 성숙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FC서울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은 비슷한 전술을 펼칠 것이다. 밀집 수비 후 역습.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보여졌듯이 혹시라도 앞서기라도 하면 넘어져서 시간 끌기를 반복할 것이다.
아직 리그는 많이 남아있다. 선수들 모두 다시 한번 발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분명 아쉽지만 이날 경기 패배로 10일 사우디 원정을 떠나는 선수들의 마음은 한결 공고해질 것이다. 그리고 더욱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것이다. 지난 일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차분하게 되 돌아보고 더욱 철저하게 알 이티하드와의 어려운 원정을 대비해야 한다.
이날 경기를 마친 FC서울 선수들은 곧바로 10일 밤 아시아 정상을 위한 먼 장도에 나선다. FC서울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대구=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