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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를 神이라 부른다"

2005-04-29



프로축구 통산 320경기 출장. 93년 4월 3일부터 7월 3일까지 887분 무실점. 전대미문의 4시즌 연속 0점대 실점율. 프로축구 1호 귀화선수. 100경기 이상 무실점 GK선수 만이 가입할 수 있다는 ‘야신클럽’의 멤버. 이제는 사리체프라는 본명 보다 신의손이라는 이름이 친숙한 K리그 전설의 골키퍼 신의손(45세)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식을 갖고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한국 사람이니 만큼 내 나라의 꿈나무들에게 모든 기술을 전수 하겠다”며 은퇴 후의 포부를 밝힌 신의손을 만났다.

Q. 13년간 몸담았던 K리그에서 은퇴를 하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A. 축구선수로서 행복했다. 33살에 용병으로 K리그에 발을 딛었는데 그동안 여러 대회 우승과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행운이었다고 생각하고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마치게 해준 주위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늦은 선수 생활을 도와준 구단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Q. 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한국생활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A. 역시 가족이다. 5살, 7살짜리 아들과 딸이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다. 집사람과 아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귀화를 포함해 많은 부분 도움을 준 강창석씨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Q.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A. 당시 러시아에서 많은 것을 이룬 상태였다. 주변의 선수들은 유럽쪽으로 진출했는데, 새로운 개척자의 정신으로 한국에 오게 됐다. 지금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은 내게 운명인 듯하다.

Q. 93년 무려 887분간 무실점 기록을 세웠다. 당시를 돌아보면 어땠나?
A. 사실 기록을 의식했던 적은 없다. 또 수비를 골키퍼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니다. 투쟁력 있는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록이었다. 동료들과 함께한 기록이다.



Q. 그동안 상대했던 가장 부담스러운 K리그 공격수는 누구였는지?
A. 부담스럽지 않은 공격수는 없다. 그 중에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선수는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도 남아 있을 ‘라데’ 선수다. 볼을 몰고 돌진해 올 때는 수비진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최근에 FC서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주영 선수를 보면 과거 라데의 모습을 연상된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A. 2001년 10월에 수원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단 한번의 찬스를 득점에 성공한 이후 산드로, 데니스, 서정원의 파상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냈던 기억이 난다. 2m 앞에서의 슈팅을 얼굴로 막아냈던 기억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Q. 이름을 ‘신의손’이라고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이름은 조광래 감독님이 지어주신 것이다. 데뷔 초기부터 불러온 별명이 자연스럽게 이름이 되었다.

Q. 통산 320 경기에 출장하며, 44세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평소 몸 관리는 어떻게 해왔는지?
A. 하루라도 운동을 쉰 적은 없었던 거 같다. 운동을 쉬면 몸이 무거워서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산책 정도라도 꾸준히 몸을 단련 왔던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Q. 은퇴를 한 이후 어떤 계획이 있는가?
A. 골키퍼클리닉을 열어서 유소년 선수들에게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다. 선수시절에는 나의 모든 것을 내어 놓으면 안된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 모든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다. 신의손 축구교실을 많이 방문해 줬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K리그를 떠나며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먼저 이방인을 사랑해준 팬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팀의 최후방을 지켰던 골키퍼처럼 한국축구의 미래를 지키는 골키퍼 코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국을 사랑한다.

글: 임진수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