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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기를 이길 수 있다면…

2011-05-29

아쉬웠다. 바로 직전 경기인 AFC 챔피언스리그 가시마와의 16강전의 경기 내용이 너무 좋았기 때문일까. 물론 한 시즌에 열리는 50여 차례의 경기를 모두 잘 할 수는 없다. 매 경기를 다 이기기는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가시마를 그것도 완벽한 경기 내용으로 꺾으며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에 성공한 상승세를 기대했던 팬들에겐 너무도 아쉬운 경기였다.

FC서울이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11 K리그 12라운드 성남과의 경기에서 후반 조동건과 김진용에 연속골을 허용하며 0대2로 패했다. 이로써 FC서울은 4승 3무 5패로 승점 15점을 그대로 유지하며 상위권 도약을 다음 경기로 미루게 됐다.

이날 경기는 최용수 감독 대행과 신태용 감독의 젊은 선후배 지도자간의 맞대결과 이들의 그라운드 밖에서의 입심 대결 등으로 큰 관심이 모아졌던 경기였다.

하지만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FC서울에게는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팀의 주포 데얀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했고, 몰리나 역시 성남과의 경기에 나설 수 없는 계약조건 등으로 인해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최상의 전력을 꾸리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데얀의 결장은 너무나 아쉬웠다. 최근 4경기에서 4득점을 올리며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었기에 데얀의 공백은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여기에 최근 2주간 연속해서 4경기를 치르는 등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도 크게 작용했다. 가뜩이나 이날 초여름을 방불케하는 무더운 날씨는 선수들의 몸을 더욱 무겁게 만들며 FC서울 특유의 세밀한 패스 플레이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많은 어려움을 줬다. 특히나 낮 경기나 다름없는 오후 5시에 열리면서 한주간을 푹 쉰 상대 선수들에 비해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전반 초반에는 나름 빠른 패스 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가며 상대를 압도했다. 제파로프 방승환 이승렬 등이 공격을 주도하며 좋은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0대0으로 전반을 마친 것이 화근이었다. 후반들어 체력적인 부담이 심해지면서 첫 번째 골을 내줬고 이후 동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다 역습으로 추가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리그는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은 9월에나 열리기에 이제 리그에 전념할 수 있다. A매치 기간 동안 발생하는 2주간의 휴식기간은 그래서 FC서울에게는
꿀맛 같은 시간이다. 이 기간을 잘 준비한다면 언제든 다시 독수리의 발톱을 세울 수 있다.

다음 경기는 다음달 11일 포항전. 최근 형님 리더십으로 각광을 받는 최용수 감독대행과 황선홍 감독의 지략 대결이 무엇보다 관심을 끈다. ‘독수리’와 ‘황새’의 맞대결이 될 이날 경기는 전반기 K리그 최대 빅매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록 리그에서 약 팀에 연패를 당했지만 전북 제주 경남 상주 등 상위권 팀들은 모두 꺾은 바 있는 FC서울이기에 다음 경기도 집중력만 발휘한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게다가 K리그 최고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을 홈 경기이기에 더욱 자신감이 넘친다.

이날 경기도 원정 경기였지만 홈 팀 보다 몇 배 많은 FC서울의 서포터즈가 열띤 응원을 펼쳐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줬다. 특히 경기가 끝난 후 더욱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경기였기에 박수를 받기에도 충분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