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이 펼쳐졌다. FC서울과 전북은 8강에서 각각 산둥과 상하이를 꺾고 4강전에 진출했다. FC서울은 3년 만에 다시 한 번 아시아 정상에 도전할 기회를 맞이했다. 첫 경기가 적지에서 펼쳐지는 만큼 FC서울은 신중하게 경기에 임했다.
FC서울은 3-5-2 진형으로 나섰다. 골키퍼 유상훈을 시작으로 최종 수비라인은 오스마르, 김남춘, 곽태휘가 지켰다. 처진 허리 역할을 맡은 김원식의 앞에는 이석현, 주세종이 출전했고 양 날개에는 고요한과 고광민이 나섰다. 공격에는 데얀과 아드리아노가 짝을 이뤘다.
FC서울은 원정임을 감안하여 초반 수비를 단단히 하는 가운데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좋지 않은 잔디 상태는 세밀하게 공격을 진행하는 FC서울보다는 선이 굵은 스타일의 상대에게 더 유리했다. 전반의 절반 가까이를 탄탄하게 버텨냈지만 전반 21분 우리 진영의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휘슬이 울리며 페널티킥으로 첫 실점을 허용했다. 상대는 주도권을 잡은 후 거세게 공격해왔고 약 4분 후 FC서울은 상대의 연계 공격에 아쉽게 다시 한 번 실점을 허용했다.
FC서울은 집중력을 가다듬고 조금씩 공격을 시도해 나갔다. 하지만 후반 40분 경 아쉬운 상황이 또 한 번 나왔다. 측면에 발생한 미세한 틈을 놓치지 않은 상대가 중앙으로 공을 연결하며 다시 실점은 했다. FC서울은 세 골의 리드를 허용한 상태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FC서울은 변화를 시도했다. 김원식 교체된 정인환은 최후방 수비에 자리했고 오스마르가 김원식의 자리를 메웠다. 수비를 여전히 단단하게 하면서 공격으로의 전개를 매끄럽게 하기 위한 시도였다. 다행히도 반전의 기회는 이른 상황에 찾아왔다. 킥오프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곽태휘가 상대 문전 앞으로 길게 찬 볼이 수비 뒷공간에 침투한 주세종에게 이어졌다. 주세종은 주저하지 않고 시원한 왼발 슛으로 골을 성공시키며 1점을 만회했다. 주세종의 볼에 대한 집념과 침착함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만회골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FC서울은 상대를 몰아붙이며 전반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전은 FC서울이 완전히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상대는 역습을 노리기 보다는 거의 전원이 내려서며 수비에 치중했다. 계속해서 골문을 열어내려 애썼지만 상대의 많은 수비 인원을 파헤치기는 어려웠다. 이석현이 연결한 공을 아드리아노가 논스톱으로 때린 슈팅은 골포스트 왼쪽으로 아쉽게 벗어났다. 후반 19분에는 이석현 대신 박주영이 나서며 공격에 한층 무게감을 더했다.
추격의 거리를 세 골 차에서 두 골차로 줄인 후 한 발짝을 더 다가가고 싶었지만 후반 38분 FC서울은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며 추가실점을 기록하고 말았다. 열심히 뛰어주며 충분히 제 몫을 다 한 아드리아노 대신 윤주태가 투입되며 마지막 추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내 휘슬이 울리며 경기는 그렇게 종료가 됐다.
원했던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4강전이 끝난 것이 아니다. FC서울에게는 또 다른 90분이 남아 있다. 아직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FC서울은 내재된 토너먼트 DNA를 다시 한 번 끌어 올리며 반전을 노리려 한다. 올해 16강전에서도 위기는 왔었다. 하지만 FC서울은 극적인 득점으로 고비를 헤쳐나온 바 있다. 경우의 수를 따질 필요도 없다. 오직 필요한 것은 승리 뿐이다. FC서울은 아쉬움을 접어두고 10월 19일 다시 한 번 기적의 순간을 연출하고자 한다. 우선 그 전에 펼쳐지는 리그 경기들을 통해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준비를 계속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