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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캡틴' 이을용의 아빠일기

2008-10-07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 왼발의 달인, FC서울의 든든한 주장, 카리스마 캡틴 그리고 '아빠 이을용'. 그 모든 수식어의 출발점이자 가장 그를 잘 표현하는 단어. 그라운드 위 거칠고 강렬한 '선수 이을용'의 모습 뒤에 숨겨진 따뜻하고 자상한 '아빠 이을용'의 모습을 만나보자.

빵점 아빠(?), 이을용
축구선수 아빠로서 좋은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는 이을용. 셋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에도 곁에 있어주지 못해 ‘아빠로서는 빵점’이라고 말을 한다. 경기장에서, 훈련장에서 생활해야 하는 시간이 많은 그가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할 때는 언제일까?

"아이들이 아플 때 가장 미안하죠. 아이들 곁에 있어줘야 하는데 경기 때문에 늘 밖에 나와야 해요. 혼자 고생하는 부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많이 미안해요."



한창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고 미안한 마음. 그렇기에 훈련이 끝난 후 혹은 훈련이 없는 날에는 늘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한다.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요. 집 앞 공원에서 같이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축구를 하기도 해요. 쉬는 날에는 같이 목욕탕에 가는 것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죠."



백점 아빠, 이을용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어 늘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을용이지만 가족과 함께 할 땐 확실히 멋진 남편,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로 아이들에 관한 질문을 했었지만 이번엔 '남편' 이을용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라운드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의 그. 과연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자상한 남편에 속할까?

"가끔 청소를 대신 해주는 편이고 아이들한테 간식을 만들어주기도 해요. 아이들이 주로 아내하고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가끔 이벤트처럼 제가 직접 떡볶이를 만들어주곤 하죠."

아이들의 기대가 가장 컸을 것 같은 어린이날에는 무엇을 했을까? "올 시즌 어린이날에는 쉴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파워 레인저' 공연도 보러 가고 즐겁게 보냈죠."

하지만 즐거운 시간이 있는 반면 늘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축구선수인 만큼 아픈 시간도 있다. 다친 그를 봤을 때 가족들은 어떨까?

"집에 들어갈 땐 약을 가지고 들어 가거나, 파스를 몸에 붙이고 들어가는 편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내가 파스나 약을 먹으면 많이 아픈 줄 알고 크게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치료는 경기장이나 훈련장에서 다 하고 집에 들어가는 편이죠."



제2의 이을용, 이태석
어렸을 때부터 터키에서, 서울에서 축구와 함께 커온 첫째 태석이는 현재 'FC 날아라 슛돌이'에서 주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이미 실력파 선수(?)가 되어 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축구공과 함께 하길 좋아했던 태석이는 아빠인 이을용의 실력을 이어받았나 보다. 처음 'FC슛돌이'를 하겠다고 했을 때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좋다는 이을용.

"태석이가 터키에 있을 때는 숫기도 없고 친구들도 별로 없을 정도로 낯을 많이 가렸어요. 그런 점을 고쳤으면 해서 적극적으로 추천했죠. 지금은 성격도 많이 활발해지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기도 하고 많이 변했어요. 슛돌이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아빠로서 축구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축구 선수로서 그의 평가는 어떨까.

"슛돌이를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실력이 많이 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지금처럼 계속 축구를 좋아하고 관심을 이어간다면 나중에 축구를 시켜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요."

그의 가족은 TV를 통해서 경기를 지켜볼 때도 있지만 가끔 직접 경기장에 와서 응원하기도 한다.

"아들들이 워낙 축구를 좋아하니까 축구장 오는 것을 좋아해요. 경기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는 우리 팀의 스코어가 어땠는지, 누가 골을 넣었는지 계속 얘기할 정도로 좋아하죠. 무엇보다 경기장에 와서 아빠의 플레이를 보고 응원해 준다는 것 자체가 가장 행복하죠."

그의 가족들에게 최고의 선수는 언제나 이을용 선수.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제2의 선수는 과연 누굴까?

"지금은 프랑스에 간 박주영을 ‘주영이 삼촌’이라고 부르면서 좋아했었어요. 요즘은 주영이 삼촌이 이제는 FC서울에 없고 외국팀에 갔다면서 같이 주영이가 뛰는 프랑스 리그 경기 중계를 보자고 해서 종종 TV앞에 모입니다."

그가 가족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엄격하고 카리스마 있는 주장 이을용의 모습보다는 "어버이날 받은 아이들의 카네이션 선물에 감동 받았다"는 아빠 이을용의 모습 그대로였다.

"세 아이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을용. 가족을 향한 그의 사랑. 그는 백점을 넘어 숫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멋진 아빠'였다.

/신원선 FC서울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