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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FC서울, 그들만의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2007-06-04



또 한번 똑 같은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수 많은 눈이 상자를 향하고 있고, 수많은 땀방울이 상자가 열리기 만을 바라며 푸른 잔디위로 떨어졌는데, 상자는 아직 열릴 생각을 안하고 있다. 우린 이미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데, 조금씩 빗겨나가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더 이상은 빗겨갈 여유가 없다. 우리 스스로도 더 이상은 그 여유를 허락할 수가 없다. 애초에 비밀번호는 없었던 것 아니냐고, FC서울만의 비밀번호는 없는 게 아니냐고 묻는 누군가 때문에라도 이제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비밀번호는 이미 우리 손아귀에 쥐어져 있고, 이제 입력만 하면 끝난다. 이제까지 가물거리는 기억을 되짚어 비밀번호를 찾는 시간이었을 뿐. 상자가 열리는 순간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바로 ‘FC서울의 본 모습’을…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존재의 이름. 돈도 아니고 금은보화도 아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FC서울을 가슴에 품은 이들에게 돈 보다, 금은 보화보다 더 소중한, 우리가 알고 있는 FC서울의 본 모습. 상자 안에는 딱 그것만 들어 있다.

이제 비밀번호가 입력된다.



비밀번호 첫 번째 자리 - It’s different

신인이라고 다 같은 신인이 아니다.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자면 다를 것이 뭐가 있겠냐 반문하겠지만 그들이 걸어온 행보를 보면 쉬이 이해가 가리라 생각한다.

현재 K리그 컵 대회 도움 선두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이청용, 세계 축구 중원의 스페셜리스트 리켈메를 닮아 있는 ‘송켈메’ 송진형, 꾸준한 선발출전으로 ‘막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드는 기성용, FC서울 중원에 새 바람을 몰고 온 김동석,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상협을 비롯해 천제훈, 고요한, 고명진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이렇듯 FC서울은 그 미래를 책임질 소위 ‘미래군’이 차고 넘친다. 위에서도 한차례 언급했듯 팀의 미래를 위해 K리그 14개 구단은 현재 끊임없이 어린 혹은 젊은 선수들을 양성 중 이다. FC서울만 미래군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 그러나 FC서울이 보유하고 있는 미래군은 ‘다르다’라고 과감히 표현하고 싶다.

FC서울 미래군의 대부분은 중,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프로에 입단하는 이른바 수순을 과감히 포기하고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대신 FC서울을 택했다. 이들은 중, 고등학교를 거치는 조금은 안정적인 행보 대신 거칠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프로 행을 택했다. 거칠지만 조금 이른 선택을 했기에 그만큼 힘들었지만 또 그만큼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배운 만큼 자랐다. 그렇게 자란 FC서울 젊은 피들은 팀 선배들과의 경쟁체제를 유지하며 팀에 적당한 긴장감과 넘치는 활력소를 불어 넣고 있다.

이청용의 도움이 득점으로 연결될 때, 송진형의 크로스가 상대팀을 위협할 때, 이상협의 골이 그물을 흔들 때, 기성용의 태클이 상대팀의 공격을 끊어낼 때, FC서울의 형님들은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낄 테고, 결국 이 긍정적인 기운은 FC서울이 걸어가는 길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도 좋을 것이다.

앳된 얼굴로, 두 다리로 서있기 조차 버겁다는 프로무대를 밟은 기억을 뒤로 하고 이제는 당당히 선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이 있기에, 부지런히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함께 발전하는 이들이 있기에, FC서울의 앞으로가 감히 밝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비밀번호 두 번째 자리 - 지금은 저공비행 중, 다음은 고공비행이다!

자신 스스로의 힘으로 하늘을 나는 새들도 단번에 고공비행을 하는 능력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일정 시간 동안의 저공비행이 있어야 고공비행도 가능 한 것이 자연의 이치요, 섭리이자 세상 만물사의 진리인 것이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이 세상 만물사의 진리는 피해 갈 수 없는 법. FC서울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FC서울은 부상이라는 원망스러운 단어로 인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푸른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는 선수들이 애석하게도 많다. 속속 그라운드로의 복귀를 신고하고는 있지만 문제는 복귀가 아닌 정상컨디션 회복. 부상 선수들의 그라운드 복귀가 눈물 나게 고맙기는 하지만, 본연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그들을 볼 때면 다시 한번 가슴이 메어진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이것은 다시 FC서울에게 희망코드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땀을 흘리고 있을 그들이 본연의 모습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지금까지의 시간을 저공비행이라 여긴다면 앞으로는 정상컨디션을 회복하며 감행할 고공비행만 남았기 때문.

물론, 지금도 잘해주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지만 부상을 당했던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회복된다면 지금껏 조금은 외롭고 힘들게 그라운드를 지키며 기다리던 선수들의 어깨에 있는 짐이 조금은 가벼워 질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팀의 스타일에 따라 혹은 전략, 전술에 따라 그때, 그때 여유 있게 선수들을 기용 할 수 있다는 것만큼 강력한 무기도 얻게 된다.

또한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의무를 다하고 돌아온 박요셉, 박용호를 비롯해 반갑다 못해 소중한 그 이름, 승리를 부르는 파랑새 정광민까지, 아직은 100%라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린 그들의 저력을 알기에 그들이 그라운드로 복귀한다면? 결론은 애써 말하지 않아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세뇰 귀네슈 감독에게 믿음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포츠에는 적응기간이라는 것이 있다. 흔히 얘기하는 팀 리빌딩 타임. 아무리 성격이 급하다고 해도, 일정시간을 허락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 환경이 바뀌었고, 사람이 바뀌었고, 생각이 바뀌었을 터. 지금의 저공비행은 아프지만, 쓰리지만, 필요한 고통의 시간이기에 힘들어도 참을 수 있다.

머지 않았다. 그들이 100% 완전무장을 하고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날, 세뇰 귀네슈 감독에게 주어진 그 시간이 끝나는 날, FC서울의 고공비행은 시작된다.



비밀번호 세 번째 자리 – We are the ONE!

-그들을 위해 땀 흘릴 것이고, 그들을 위해 울 것이며, 그들을 위해 승리할 것이다. 단 한 명의 관중을 위해서라도 그라운드에서 죽을힘을 다해 뛸 것이다.
-비길 때나 질 때는 항상 수호신에게 미안할 뿐이다.
-항상 고마운 분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 같은가? 자신만의 소중한 공간, 그곳에마저 자신들을 지지하는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남기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늘 뒤를 돌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수문장, 패배 뒤 마음 아파할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는 눈물을 흘리던 선수, 어느 팀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천만의 말씀. FC서울이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바람이 거칠면 거칠수록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가까워 지는 법. 지금 FC서울과 그들의 지지자들은 둘이 아닌 하나다.

그라운드를 밟는 그들도, 그들을 바라보는 지지자들도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고, 같은 염원을 바라고 있으며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경기 내용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것이 어떻게 FC서울이 본 모습을 찾기 위한 비밀번호라 묻는 다면 대답 대신 ‘진심’이라는 단어만 남겨두겠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처럼, 그들이 진심을 다해 뛰는 그라운드 위에는 승리가 뒤따라 올 것이고, 지지자들이 진심을 담아 외치는 함성에 그들은 다시 일어 설 것이다.

이제 비밀번호는 입력됐다. 남은 것은 차분히 기다리는 것뿐. 비밀번호가 맞아 들어가는 순간, FC서울이 그다운 모습을 보이는 순간, 평가는 그때 해도 늦지 않는다.

글=공희연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