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share > 페이스북

NEWS & TV

News

[웹진1월호]팬들이 귀네슈 감독에게 바란다!

2007-01-03



어릴 적 한번쯤은 해봤을 마니또 게임. 제비뽑기를 통해 누군가의 이름을 뽑으면 일정기간 그의 비밀천사인 ‘마니또’가 되어주는 게임이다. 그 떨리는 제비뽑기의 순간에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와 서로의 마니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졌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 마음을 이미 FC서울 팬들은 알고 있다. 바로 세뇰 귀네슈 감독의 선임을 통해서다.

Surprise! Gunes in Seoul!

2006 K리그 결승 진출 실패의 아쉬움이 가시지 않던 지난 12월 8일. FC서울은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신임 감독 계약에 대해 발표했다. 터키 출신의 세계적 명장 귀네슈 감독이 감독에 선임된 것. 이날 인터넷 축구계는 팬들의 술렁임으로 가득했다.

우선 FC서울 자유게시판(이하 ‘서게’)에 올라온 글들은 열렬한 환영의 도가니였다. ‘차돌이75’ 님의 축하 글을 시작으로 수많은 FC서울 팬들의 환영 글이 올라왔다. 이날 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으며, 몇몇 팬들은 2007 시즌의 획기적 변화를 주문했다. ‘서미고’ 님은 “기본 바탕을 제대로 다져달라”고 부탁했고, ‘sagam' 님은 “무엇보다 경기력의 향상을 바란다”고 말했다. 'Haven' 님은 “내년에는 억울함 없이 우승으로 직행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날의 흥분은 서게가 아닌 다른 축구게시판에도 퍼져나갔다. 모 축구 사이트에서 '레알럭금‘이라는 ID의 네티즌은 “서울 내년엔 제발 트리플”이라며 높아진 기대를 나타냈다. 같은 사이트에서 '슬픈기타줄’이라는 ID의 네티즌은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란다”며 “한국 축구판의 새바람을 몰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축구 관련 카페의 ‘*쁘니*’라는 네티즌도 “내년에는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시길”이라는 말로 기대를 나타냈다.

이러한 분위기는 그 주말까지 지속되어, 인터넷 축구계는 귀네슈에 관한 얘기 외 다른 얘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가히 ‘귀네슈 열풍’이라 해도 좋았다. 심지어 어떤 축구팬들은 귀네슈 감독이 FC서울을 우승으로 이끈 뒤에, 핌 베어백 감독을 제치고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지 않겠냐는 성급한 전망도 내놓았다.



Don't hurry, Gunes!

그러나 FC서울에는 아시아 최고 감독만 있는게 아니라, 아시아 최고의 축구팬들이 있는 법. 기뻐서 어쩔 줄 모를 상황이었지만, FC서울의 팬들은 절대 이성을 잃지 않았다. 서게에 감독 선임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너무 서두르지 말자”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으며, 오후에는 ‘뽀레버서울’ 님이 “기쁨도 좋지만 기다릴 줄 아는 좋은 팬이 되자”는 글을 올렸다. 이방인 님도 “귀네슈 감독님, 너무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껏 조련해주세요”라며 길게 보며 지지할 것을 다짐했다. 팬들의 재촉이 팀의 슬럼프로 이어진 타 구단 사례들을 걱정한 것이다.

더불어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세뇰 귀네슈 감독에 대한 정보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의 축구 스타일과 ‘투르크 전사’ 이을용 선수가 트라브존스포르에서 뛰면서 인터뷰 한 내용, 심지어는 과거 K리그에서 뛰었던 터키 선수의 인터뷰 내용까지 가져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보여진 귀네슈 감독의 월드컵 성적과 기타 경력도 올라왔다. UCC시대의 네티즌을 상징하는 ‘You’가 왜 타임지 올해의 인물인지 바로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시안게임에 관심이 분산되며 귀네슈 감독 얘기가 줄어들던 12일, FC서울 홈페이지에 실린 “귀네슈 감독의 세가지 약속”은 귀네슈 열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공격적 팀컬러를 만들어 달라, 유망주를 키워달라, 코치 노하우를 전수해라. 이 세가지 부탁은 팬들이 조심스레 지적해온 부분이었고, 귀네슈 감독이 이러한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열기는 더해만 갔다. 서게의 ‘주영알레’ 님은 “세가지 소원이 너무 좋아 공항에 귀네슈 감독 마중나가고 싶다”고 했고, ‘탐치는소년’ 님은 “모든게 바뀌는 해인만큼, 내년에 못하더라도 흔들리지 말자”고 얘기했다.



We already love Gunes!

결국 팬들이 바라는 것은 팀의 변화다. 보다 공격적이고 짜임새 있는 ‘선진 축구’를 요구한다. 귀네슈라는 지도자가 워낙 출중하기 때문에, 팬들은 더 크게 기대한다. 그런데 기대라는 것이 크면 클 수록 애정이 커져가는 것이 인지상정. 이미 FC서울의 팬들은 온라인에서 귀네슈를 목빠지게 기다리다, 이미 사랑을 시작하고 있다.





서게의 대표 화백 ‘웨하스’ 님은 최근에 선보인 움직이는 카툰에 귀네슈 감독을 자주 등장시키고 있다. 시즌이 쉬는 동안 여러 가지 재미있게 꾸며진 만화이지만, 선 하나하나에 귀네슈 감독에 대한 사랑이 드러난다.

사실 FC서울 팬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어느 네티즌은 “내년에 결과 상관없고, 경기당 2.5골만 넣어달라”고 부탁하고, 어떤 이들은 “천천히 시간을 갖고 리빌딩에 착수해라”는 부탁도 있다. 이들 모두 가슴에는 이미 귀네슈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오는 1월 6일은 귀네슈 감독이 입국하는 날이다. 적지 않은 팬들이 공항으로 마중나갈 것이고, 이날부터 사실상 2007 시즌은 시작한다. 팬들의 다양한 요구, 귀네슈 감독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의 도착을 손꼽아 기다려보자.

글=오현석 FC 서울 명예기자

* 본 사진의 저작권은 FC서울에게 있습니다. 허가없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임의로 수정하거나 편집하는 것을 금합니다.

☞웹진 다른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