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서울극장이 완성됐다.
연장전반 선 실점 했지만, 연장후반 두 골을 몰아치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이뤄냈다.
한여름 밤의 더위를 단번에 잊게 만든 짜릿한 승리였다.
FC서울이 광주와의 FA컵 16강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2년만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FC서울은 K리그 클래식 팀 중 유일한 ACL 8강 진출은 물론 FA컵까지 8강에 오르며 명문구단으로서의 위엄을 선보였다.
FC서울은 광주를 맞아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에 임했다. 지난 주말 성남과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박희성과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던 고명진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성남전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몰리나와 에스쿠데로를 내세우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박희성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밀집된 광주의 수비를 무력화 시키는 움직임이었다. 우측면에서 최태욱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찬스를 만들었지만 슈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 최정상의 공격진을 상대하는 광주는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잔뜩 웅크린 광주를 상대로 FC서울은 공격을 퍼부으며 골문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 FC서울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의 선방과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교체 투입된 고요한과 윤일록이 광주 진영을 휘젓고 다녔지만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전후반 모두 0-0으로 마친 양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FC서울은 연장전반 1분 광주의 김은선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FC서울은 만회골을 기록하기 위한 공격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결실은 연장 후반 7분 맺어졌다. 좌측에서 몰리나가 올려준 코너킥을 한태유가 논스톱 발리슈팅으로 연결하며 광주의 골문을 열었다. 자로 잰듯한 몰리나의 코너킥도 일품이거니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골을 기록한 한태유의 정신력이 빚어낸 극장의 서막이었다.
기세를 올린 FC서울은 승리를 위한 마지막 열기를 뿜어냈다. 90분의 정규시간을 넘어선 힘겨움의 시간이었지만 FC서울의 기세는 점점 불타올랐다.
연장 후반 14분 상대진영 좌측에서 볼을 이어간 윤일록이 순간의 방향전환으로 PK를 얻어냈고, 이후 몰리나가 완벽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2-1로 서울 극장의 마침표를 찍어냈다.
FC서울의 승리이자 팬들의 승리였다. 120여분간의 사투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계속 되었던 팬들의 응원은 FC서울의 정신력을 살아 숨쉬게 만들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바로 이 날. 또 한번의 서울극장을 탄생시켰다.
다시금 복기해도 기쁘기만 한 극적인 승리의 주인공 FC서울은 이번 주말 전남과의 원정경기를 갖는다. 무더위속에 계속되는 경기다. 더군다나 부상선수들의 합류도 더디기만 한 상황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위기속에 희망을 피워내는 FC서울만의 정신이 꿈틀대고 있다. 그 저력은 분명 디펜딩 챔피언의 힘이며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명문구단의 위엄이다.
몸은 지치지만 정신은 이미 전남전의 승리를 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분수령인 만큼 이날의 기쁨을 그대로 광양까지 이어갈 것임을 모두가 믿고 알고 있다.
/글 = FC서울 명예기자 이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