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란 경기는 늘 의외성이 있다.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생각됐던 경기에서 뜻밖에 질 때도 있고 반대로 어렵다고 여겨지는 경기에서 승리할 때도 있다.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가진 능력 외에도 체력이나 부상, 그리고 경고 누적으로 인한 공백 등 원인은 많다.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선수들의 정신력이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승부를 결정 짓는 가장 큰 힘이다. 이는 축구뿐 아니라 스포츠 전체에 해당되기도 한다.
승승장구하던 FC서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FC서울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11라운드 경기에서 대구에 0대2로 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또한 승부의 세계다.
FC서울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지만 승리에 대한 열의는 대구 선수들이 더 컸던 것 같다.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FA컵으로 이어지는 쉼 없는 강행군을 펼쳐온 FC서울 선수들에게는 체력적으로 분명 쉽지 않은 경기였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5승 1무로 무패행진을 달려와 심리적으로도 조금 느슨해졌을 수도 있다. 여기에 고요한은 경고누적으로 결정했고 하대성 이승렬 등이 부상으로 결장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분명 있었다.
무엇보다 상대에게 전후반 한 골씩 모두 코너킥 상황에서 골을 내준 점이 아쉽다.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이 곧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분명 패배는 아쉽지만 이날 경기 결과에 대해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25일 J리그 가시마와의 일전인 ACL 16강전을 앞두고 뼈아픈 침을 맞은 셈이다. 그것도 몸에는 아주 좋은 침을 말이다.
이날 경기에서 한 템포 쉼으로써 FC서울 선수들은 다시금 정신적으로 강하게 무장할 수 있게 됐다. 연승 행진에 대한 제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선수들 모두 다시 한번 가시마전에 대한 각오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를 다 승리할 수는 없다. 리그는 길기 때문에 좋은 보약으로 삼으면 된다. 선수들 모두 마음을 다잡고 이제 가시마 전에 집중해야 한다. 리그는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ACL 16강전은 단판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리고 K리그 챔피언으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과시해야 한다. 가시마는 일본 천황배 우승팀이다.
한일 대표 프로팀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이기 때문이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다행히 이번에는 홈 경기다. K리그 최고이자 최강의 팬을 보유한 FC서울이기에 많은 홈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열렬한 응원을 펼친다면 승리는 FC서울의 몫이 될 것이다.
비록 이날은 속이 쓰리지만 25일 경기가 끝난 후에는 선수들과 팬 모두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