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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FC서울 포백의 양날개, 최원권-아디

2007-09-03



2007년 귀네슈 감독이 취임하면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수비전술의 변화, 즉 기존의 스리백에서 포백으로의 전환이었는데 새롭게 선보일 귀네슈식 포백의 양쪽 측면에 어떤 선수가 설 것인가는 그 중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해보자면 시즌 개막을 앞두고 특별히 눈에 띄는 선수의 영입이 없는 가운데 기존 선수들 중에서 수비력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재능과 스피드, 체력까지 겸비해야 하는 포백의 양쪽 날개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있는지 자체가 큰 의문이었다. 하지만 정규리그를 20라운드까지 마친 지금, 그 때 당시의 지독했던 궁금증은 모두 풀렸다.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꾸준히 팀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FC서울 포백의 양날개, 최원권과 아디가 그 숨은 주인공들 이었던 것이다.



‘보거스’ 최원권의 재발견

대구와의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발표된 선발 라인업에 최원권의 이름은 없었다. 그는 단지 여섯 명의 교체선수 중의 한 명일 뿐이었다. 그러나 개막전 이후, 일찌감치 조 1위가 확정된 상태에서 치른 컵 대회 조별리그 한 경기와 광주와의 정규리그 16라운드 경기를 제외하고는 매 경기 팀의 오른쪽 풀백으로 이름을 올리며 귀네슈 감독의 확실한 ‘믿을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까지는 주로 팀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섰던 그가 귀네슈 감독의 집중적인 지도 아래 포백 수비의 오른쪽 풀백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것이다.

지난 시즌 팀의 전담 프리키커로써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초반부터 한껏 기세를 올리다가 성남과의 전기리그 원정경기에서 당한 왼쪽 발목부상으로 인해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최원권의 달라진 모습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는 포백 수비라인의 측면수비수가 갖춰야 할 장점들을 고루 갖춘 준비된 선수다. 풍부한 활동량과 악착 같은 근성을 바탕으로 한 다부진 수비력은 단연 돋보인다. 그리고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위험지역에서 상대 공격수들의 패스 길목을 점유해 나가면서 볼을 차단한다. 또한 상대 측면 공격수와의 1대 1 대결에서도 절대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는다. 프로 데뷔 이래 줄곧 측면 미드필더로 경기에 출전하면서 쌓은 공격 지역에서의 경험이 이제는 오히려 그의 수비력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정교한 킥력과 타고난 볼감각을 토대로 한 공격 작업도 훌륭하다. 다만 공격 전개 시 자신에게 연결된 공을 중앙 공격수를 향한 크로스로 연결하지 못하고 백패스를 하고 마는 모습이 간간히 보일 때가 있는데, 이런 점은 앞으로 최원권이 보완해야 할 숙제로 여겨진다. 또한 그가 세트플레이 상황 시 보여주는 정교한 킥력을 급박한 측면 돌파 상황에서도 자신의 뜻대로 십분 활용할 수 있다면 FC서울은 앞으로 펼쳐질 매 경기마다 특급 윙백으로 진화하는 ‘최원권의 재발견’을 경험하며 그의 이름을 크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공격본능을 지닌 방패, ‘이지스’ 아디

지난 2006년 시즌 개막을 앞둔 어느 날, 선수단 출정식에서 처음 만날 수 있었던 새내기 용병 아디는 말했다.

“FC서울에 와서 나와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선수는 원권이다.”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영입되어 키프로스 전지훈련에도 참가했던 아디는 필자의 질문에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지금, 그랬던 그가 이제는 과감히 자신의 원래 포지션을 바꾸어 오른쪽의 최원권과 함께 수비라인의 균형을 맞추며 FC서울의 왼쪽 풀백으로 대활약하고 있다.

아디는 수비지역 어디에 위치하더라도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아디와 함께했던 지난 경기들을 되돌아보면 처음 수비형 미드필더로 영입된 그는 지난 시즌 초반 K리그 적응에 다소 애를 먹는 듯 하더니, 전반기 막판에 찾아온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리그 후반기에는 전반기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진가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김치곤이 후기리그 개막전에서의 발목 부상으로 결장하게 되자 스리백 수비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 변신하여 이민성, 김한윤과 함께 팀의 승리를 위해 투지를 불사르는 철벽방어를 펼쳤고, 그 결과 팀이 최소실점 부문 리그 2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다소 불안한 이미지였던 아디에게 묵직한 믿음을 가지게 된 것 또한 그 때 즈음이었다.

이런 아디에게 귀네슈 감독은 올 시즌 포백 수비라인의 왼쪽 측면을 맡겼다. 그리고 아디는 지난 해와는 또 다른 느낌의 아디가 되어 다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폭넓고 정확한 태클 능력과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지지 않는 강인하면서도 지능적인 볼 키핑력에 승리를 위한 열정까지는 작년의 아디에게서 볼 수 있었던 것 그대로 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제는 아디의 움직임에서 포백 수비라인의 측면 수비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격적인 본능까지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팀의 주장이자 왼쪽 미드필더인 이을용과의 공격전개 능력은 가장 인상적이다. 자신의 순간 스피드를 이용해서 상대방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피해 공격 진영으로 돌아들어가는 움직임은 그의 공간침투로 인해 수적인 우위를 차지한 FC서울이 골을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이미 그가 자신의 새로운 포지션에 완벽하게 적응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명장면이다.

물론 이렇게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아디가 리그 탑 클래스의 윙백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당부하고 싶은 점 또한 몇 가지 있다. 먼저 브라질 출신의 아디가 자신의 개인기를 이용한 1대1 돌파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위험지역에서 확실한 클리어링 대신 선택한 개인돌파가 상대에게 차단당할 경우 곧바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90분 내내 집중력을 기울여 사소한 볼 컨트롤 실수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파울은 최대한 자제하여 경고 누적으로 인한 결장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골 찬스에서 조금 더 냉정함을 발휘하여 정확한 마무리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귀네슈 감독이 원하는 수비수도 골을 넣는 ‘재미있는 공격축구’이기 때문이다.

네 명의 수비선수가 마치 한 명이 플레이하는 것처럼 오프사이드 라인을 조율하면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호흡의 일치와 양쪽 풀백들의 공격가담 시 중앙 수비수와 측면 미드필더의 유기적인 커버플레이가 생명인 포백 시스템의 꽃은 누가 뭐라 해도 양쪽 측면의 풀백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원권과 아디가 수비력과 공격 전개력에 있어 자신들이 가진 잠재력을 얼마나 더 이끌어 내는가? 동시에 자신들의 플레이와 팀 전체의 경기운영에 있어 어느 한 쪽으로의 치우침 없이 균형을 유지하는가? 는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두 선수가 앞으로의 경기에서 팀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운의 변수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김광식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