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남 전부터 시작된 이래 세 경기째 호흡이다. 그간 불안정한 수비로 많은 승점을 잃었던 FC서울 귀네슈 감독의 새로운 실험은 산동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계속됐다.
'左아디-右케빈'
표면적인 결과만 따진다면 아직 합격이라 볼 수는 없었다. 어찌됐건 반드시 이겼어야 하는 경기에서 또다시 실점을 하며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는 점은 결코 FC서울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 속에서도 희망은 봤다. 바로 아디와 케빈이 보여준 좌-우 측면 수비수들의 활발한 오버래핑이다. 이 둘의 조합은 수비에서보다 공격에서 더욱 큰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경기의 결과로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는 적신호가 켜졌지만, 처음에 비해 점차 완성되어가는 환상적인 플레이만큼은 이 날 경기에서 얻은 값진 수확이었다.
특히 케빈의 공격 면에서의 발견은 높이 살만 했다. 전반부터 수 차례 터져 나온 칼날 같은 그의 패스는 후반 56분 그 절정을 보여줬다. 케빈의 발을 떠난 공이 김승용에게 골과도 다름없는 멋진 헤딩슛을 만들어 준 것. 그리고 20분 뒤, 이번에는 반대로 김승용이 올리고 자신이 직접 방아를 찧는듯한 파괴력 높은 헤딩슛으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도 했다. 둘 다 산둥 골키퍼인 리레이레이의 선방에 막혀 무위로 그쳤지만 이 날 케빈은 측면 수비수가 보여줘야 할 오버래핑의 정석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아디는 공수에 걸쳐 말할 것도 없는 리그 최고의 풀백. 케빈이 이런 아디와 함께 좀 더 안정적인 호흡을 가미시켜 전술적인 보안을 가다듬는다면 향후 FC서울의 확실한 공격 루트가 또 하나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비적인 면에서도 실망스럽다고만 평하기는 무리가 있다. 기록 면에서도 그간 7경기에서 평균 1.7골을 실점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둘이 호흡을 맞춘 최근 지난 3경기에서는 경기당 0.6골이라는 현격한 차의 감소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완성도가 떨어지기는 하나, 보다 중요한 것이 이 둘은 아직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상황이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부분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평할만하다.
백 번을 생각해도 분명 아쉬움이 뒤 따르는 지난 경기였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있고, 아픔은 하루 빨리 잊어야 한다. 지난 경기의 씁쓸한 여운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초반 부진을 딛고 지금 새롭게 태어나려 하고 있는 'K리그 신입생' 케빈의 멋진 도전에 관심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지만, 혹시 아는가? 어제 경기의 그 케빈이 훗날 아디와 함께 K-리그의 기록에 남을 최강의 좌-우 풀백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을지.
/글=FC서울 명예기자 김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