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아쉬운 경기였다.
역시 원정경기의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 선두 탈환에 대한 부담도 선수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 듯 하다. 선제골을 먼저 넣었지만 이전과 달리 뒤심을 보이지 못하며 후반 동점을 허용했다. FC서울이 선두 탈환을 위한 중요한 길목에서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FC서울은 27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홈팀 제주와의 경기에서 최태욱이 먼저 골을 터트렸지만 후반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점 1점을 따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로써 25경기를 치른 현재 17승 2무 6패 승점 53점을 기록한 FC서울은 여전히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반드시 승점 3점을 얻어 정규리그 1위를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야 했지만 역시 축구공은 둥글었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제주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채 2점 차 2위기에 남은 3경기서 전승을 거두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 자력으로 정규리그 1위가 가능한 상황이기에 선수들의 도전 의식을 더욱 고취시킬 수 있다. 특히 홈에서 두 경기가 예정돼 있고 상대도 31일 부산과 다음달 7일 대전이다. 3일 성남과의 원정경기만 잘 치른다면 3연승은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쉽지만 이날 경기를 잊고 빨리 다음 부산전을 대비해야 한다. 일요일인 31일 열리기에 빨리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홈에서 만큼은 15연승의 ‘안방필승’의 신화를 써 가고 있어 자신감도 넘친다. 게다가 부산과는 홈에서 6승 2무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날 경기는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경기였다. 선제골을 넣었지만 우위를 점하지 못하며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첫 골 이후 특유의 스피드와 빠른 돌파로 상대를 거세게 몰아 붙였다면 충분히 추가 골을 넣을 수 있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먼저 골을 터트린 것은 전반 24분. 상대 PA지역에서 데얀이 패스한 볼을 이승렬이 슛으로 연결했고 수비 맞고 나온 것을 최태욱이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골을 성공시켰다. 최태욱의 시즌 7호 골로 17일 울산전 이후 두 경기 연속 골이다. 특히 친정으로 복귀 이후 5골을 폭발시키며 절정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골 찬스도 많았다. 전반 20분에는 최효진의 크로스를 데얀이 날카로운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 대를 살짝 빗나갔고 종료 직전에는 하대성의 결정적인 슛이 상대 수비에 걸리고 말았다.
객관적인 전력상 FC서울의 우위가 점쳐졌지만 역시 공은 둥글었고 언제든 의외성이 나올 수 있는 종목인 축구의 특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경기는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날 경기장에는 600여 명의 많은 FC서울 팬들이 찾아 열렬히 응원을 펼치며 마침 홈처럼 분위기를 압도했다. 평일에도 멀리 제주까지 원정 응원을 펼친 서포터스와 팬들의 이와 같은 뜨거운 성원이라면 이번 시즌 우승의 주인공은 반드시 FC서울이 될 것이다.
/서귀포=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