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지만 쉽게 깨진다면 참 재미 없을 것이다.
특히나 무패의 징크스는 선수들의 땀방울과 노력이 일궈낸 산물이기에 그 수확은 더욱 달콤하기만 하다.
FC서울이 제주와의 K리그 시즌 22번째 경기에서 데얀의 두 골과 몰리나의 2도움에 힘입어 시즌 6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로서 FC서울은 이번 시즌 K리그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우며 지난 2008년부터 이어져온 제주와11경기 연속 무패(8승3무)라는 기분 좋은 행진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제주의 바람도 FC서울의 상승세를 시샘했는지 칼 바람이 수 놓은 듯한 제주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그야 말로 최악이었다. 짧은 패스를 주로 구사하는 FC서울에게는 너무나도 불리한 상황. 그러나 좋지 않은 잔디상태에서도 특유의 패싱 게임으로 상대방을 점진적으로 압박하며 최근 상승세의 플레이를 유감 없이 보여줬다.
첫 골은 역시 데얀의 발끝에서 터졌다. 전반 41분 중원에서 하대성이 인터셉트한 볼을 몰리나에게 패스하자 이를 몰리나가 절묘하게 데얀에게 킬패스로 연결, 이를 잡은 데얀이 침착하고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 하며 기다리던 첫 골을 기록했다. 데얀의 킬러 본능은 물론이거니와 수비를 일순간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리는 몰리나의 패스본능이 돋보였던 멋진 합작품이었다.
두 번째 골 역시 몰리나의 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후반 29분 몰리나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문전에 있던 하대성에 발 앞에 그대로 배달되며 가볍게 골 문을 갈랐다. 하대성의 문전 쇄도가 빛났던 골이었다.
두골은 배가 고팠는지 FC서울은 제주의 진영에서 공격을 몰아치며 원 사이드 게임을 진행했다.
세 번째 추가골은 신예 고광민의 발에서 만들어졌다. 두 골의 리드 가운데 투입 된지라 실전 경험의 배려차원이라고만 생각 할 수 있었지만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투입되자 마자 제주진영 우측을 휘저은 고광민은 후반 42분 찬스를 만들었다. 수비수의 강력한 저지를 뚫고 드리블에 성공한 고광민은 이를 아크 정면에서 있던 데얀에게 패스했고 데얀이 이를 왼발 슛으로 성공시켜 K리그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기쁨을 누렸다. 한편 두골을 몰아친 데얀은 17골로 득점 선두는 물론 팀에게 6연승이라는 귀중한 선물을 선사하며 다시 한번 왜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 받는지를 증명해 보였다.
이날 비록 골은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몰리나는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귀중한 두골을 조력한 것은 물론 최태욱과 함께 좌.우를 넘나들며 상대진영의 혼을 빼 놓은 듯한 윙 플레이는 이날 단연 백미였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기겠다며 필승 의지를 전하던 제주의 박경훈 감독도 이날의 완패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정도로 FC서울의 플레이는 완벽 그 자체였다. 리그 6연승의 기세는 어느덧 리그 2위인 포항과 1점차 밖에 나지 않게 되었다. 연승이 지속된다면 조심스럽지만 리그 1위도 바라 볼 수 있는 사정권이다.
이제 다음 상대는 리그 최하위 강원이다. 그것도 K리그 최고의 팬들이 일방적 지원사격을 해주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의 일전이다. 최용수 감독대행이 밝혔듯 지금 FC서울의 적은 아무도 없다. 오직 FC서울 자신이다.
이날의 경기처럼 완벽한 경기가 지속적으로 유지 되어야 리그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음은 누구보다도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
FC서울의 연승 행진이 리그 끝까지 계속되기를 기대해본다.
/제주 = 취재 : 사커무비(druhill@gssports.co.kr)
사진 : 강동희 명예기자(soosia777@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