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인저리 타임도 다 끝나는 듯 했다. 오히려 상대에게 코너킥을 내주는 등 위기를 맞았다. 자칫 경기 막판 패배를 허용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하지만 승리를 위한 FC서울 선수들의 열정은 그 어느 것도 막지 못했다.
상대의 공격이 무산되자 FC서울 선수들은 마지막 순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그리고 볼은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떠났다가 최근에 복귀한 최태욱의 발끝에 연결됐다. ‘총알탄 사나이’라는 별명답게 최태욱은 빠른 역습을 펼쳤고 상대 오른쪽 진영을 무서운 스피드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데얀이 잡아 놓은 볼이 몰리나의 왼발에 연결됐다. 그리고 지체 없이 날린 왼발 강슛은 그대로 상대 오른쪽 골 모서리를 갈랐다. 제 아무리 이운재라도 꼼짝 못하는 완벽한 슛이었다.
축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극적인 골이 터지자 FC서울의 모든 선수가 한 몸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최용수 감독대행도 50m이상을 달려가 함께 얼싸안고 하나가 됐다. 선수들은 물론 지켜보던 모든 팬들도 뜨거운 감동을 느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너무 격한 슬라이딩으로 최용수 감독 대행의 바지가 찢어지는 불상사(?)가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은 K리그 역사상 가장 멋진 골 세리머니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FC서울이 5연승을 내달렸다. FC서울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전남과의 시즌 21번째 경기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 막판 터진 몰리나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마침내 시즌 10승 고지(6무 5패)에 오르며 승점 36점을 기록했다. 순위도 3위로 한 단계 뛰어올랐다. 비로서 순위표에서도 FC서울다운 위치에 섰다. 이날 2위 포항도 승리를 거둬 승점 4점 차를 유지했지만 여전히 사정권 안에 있다. 게다가 1위 전북과도 8점 차에 불과하다. 지금의 상승세라면 충분히 막판 대 역전극도 기대해 볼만하다.
이날 비록 골은 성공시키지 못한 데얀은 막판 몰리나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전남은 리그 최소 실점 팀답게 수비를 두텁게 했다. 정해성 감독이 밝혔듯이 전남은 이번 원정에서 승점 1점을 목표로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전체적으로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승리의 여신은 역시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던 FC서울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이날 경기의 승리로 지난 원정에서의 패배를 완전히 되 갚았다. 최용수 감독대행이 밝힌 복수도 통쾌히 해냈다.
이제 다음 상대는 제주다. 제주도 승점 34점으로 5위를 달리고 있어 결코 만만히 볼 팀이 아니다. 게다가 원정이기에 부담도 크다.
그러나 최용수 감독대행이 밝혔듯 FC서울이 이겨야 할 적은 상대가 아니라 FC서울 자신이다. 지금처럼 모든 선수가 하나가 돼 반드시 이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다면 FC서울의 연승 행진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이날 경기서 최선을 다해 뛰어준 FC서울의 모든 선수들은 가장 큰 박수 받을 훌륭한 자격을 갖췄다.
/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