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조1위로 2011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다.
FC서울은 11일 중국 항저우 그린타운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1로 비겼지만 나고야가 알 아인에게 1대3으로 패하면서 F조 1위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FC서울은 25일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J리그 가시마와 8강 진출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2009년 이후 2년 만의 리턴 매치다. 당시 원정경기로 가시마와 만난 FC서울은 후반 기성용의 극적인 프리킥 동점골에 이어 승부차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나고야보다 2시간 40분 먼저 경기를 펼친 FC서울은 1대1로 무승부를 거둔 후 다음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항저우와의 경기에서 인저리 타임에 골을 허용해 무승부를 기록한 FC서울로서는 나고야가 패하지 않는 한 조 2위 자리에 만족해야 할 상황.
그러나 알 아인의 홈 경기로 치러진 F조 마지막 경기에서 알 아인이 3대1로 승리를 거둠으로써 길고 치열했던 조별리그의 순위가 마침내 결정됐다. FC서울은 이날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3승 2무 1패 승점 11점으로 1위가 됐고 나고야는 3승 1무 2패 승점 10점으로 2위가 됐다.
FC서울의 경기 결과는 조금 아쉬웠다. 후반 방승환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인저리 타임에 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K리그와 ACL로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FC서울은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 공세를 펼쳤고 90분 내내 상대를 압도해 나갔다. 비가 와서 그라운드가 미끄러운 상태에서 경기를 펼친 이날, FC서울은 제파로프와 몰리나의 연이은 중거리 슛으로 분위기를 반전하는데 성공했고 특유의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며 항저우를 몰아붙였다.
전반을 무승부로 마친 FC서울에게 기회가 찾아 온 것은 후반 21분. 상대 진영 오른쪽에서 최현태가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몰리나가 정확한 헤딩으로 방승환에게 패스하자, 방승환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항정우의 골문을 흔들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방승환의 시즌 첫 골. 지난 상주전 어시스트에 이어 두 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다.
이후 경기를 지배하며 그대로 승리를 굳히는 듯 했으나 후반 인저리 타임에 상대에게 헤딩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비록 마지막 순간 실점을 허용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지만 빠듯한 강행군 속에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하지만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던가. 조1위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않은 채 경기를 먼저 마치고 알 아인과 나고야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던 FC서울에게 결국 운명의 신은 손을 들어줬다.
선수단은 물론 모든 팬들이 함께 간절히 원했던 결과가 이루어졌다. 이로써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된 FC서울은 15일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경남과의 K리그 경기도 한층 자신감 넘치는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는 한국에서 원정 응원을 온 팬들과 현지 유학생 등 한국 응원단이 경기장을 찾아 열렬한 응원을 펼치며 FC서울의 승리를 기원했다. 숫자는 적었지만 열기만큼은 홈 팀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항저우=안석일 명예기자 dkstjrdlf@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