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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10월호]스타와 일촌맺기⑤-최재수 선수편

2005-09-30



언제부터일까, 우리 선수들 틈 사이에서 최재수라는 선수가 빛나기 시작했다. 정확히 시점을 짚자면 지난 전기리그 5라운드 경기였던 6월 12일 수원전일 것이다. 부지런한 몸짓, 때를 놓치지 않고 길목에 서서 상대의 틈을 파고드는 돌파력, 그에 이은 깜짝 골까지. 프로 데뷔 2년만에 터진 데뷔 골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우리는 그라운드 위를 쉬지 않고 부지런히 달리는 최재수 선수를 볼 수 있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의 고사성어, 기다림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다. 오직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 하나만을 안고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최재수 선수, 그를 구리 챔피언스 파크에서 만나보았다.


강원도 홍천의 작은 아이, 축구화를 신다
최재수 선수를 만난 날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이었다. 3일의 짧은 명절이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연휴를 반납하고 챔피언스 파크에서 맹렬히 훈련 중이었다. 추석이다 보니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고향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강원도 홍천에서 나고 자랐어요. 원래는 태권도를 했었는데, 축구부 코치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하다보니까 이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냥 공 차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네요. 홍천에는 축구부가 있는 중, 고등학교가 없어서 중학교는 춘천, 고등학교는 강릉에서 나왔어요."

어려서부터 작았던 체구는 최재수 선수는 물론 부모님의 걱정까지 불러 일으켰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몸이 그렇게 클 필요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에서나 프로팀 오니까 많이 단련해야겠다 싶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쑥스럽게 웃으며 귀뜸했다. "사실 안 먹어본 보약이 없어요. 부모님이 정말 애 많이 써주셨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프로에 발을 딛다.
연세대 2학년 재학 시절 코치가 자신을 따로 불러 "FC서울(전신 안양 LG)에서 너를 부른다"라고 말했던 그 날, ‘이게 꿈일까’ 싶을 만큼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었단다. 그리고 2004년, 그는 당당히 FC 서울의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데뷔 초년부터 선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저는요, 프로팀에 들어오면 바로 게임을 뛸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대학 때까지 게임 뛰는 걸로 걱정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프로팀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보니까 선수의 컨디션을 배려해 주질 않아요. 가장 좋은 컨디션을 가진 선수가 경기에 출장하게 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아마추어와 프로의 가장 큰 차이점인 셈이죠."



"1군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지난 5월 29일 대전 전,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 원정 2연 전으로 인해 선발 엔트리에 공백이 생겼다. 그로 인해 최재수 선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05 시즌 첫 출전. 그리고 두 번째 출전이었던 6월 12일 수원 전에서 최재수 선수는 자신 앞에 놓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12분, 김은중 선수의 슈팅이 수원 골키퍼의 선방으로 튀어나왔을 때 문전으로 쇄도하던 최재수 선수가 왼발로 그대로 밀어 넣었던 것. 2년 만의 소중한 데뷔 골이었다. 그 날 처음으로 그라운드 인터뷰를 했다며 "정말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얼떨떨해요."라고 말했다. 수원 전에서의 골은 최재수 선수를 수면 위로 올라오게 했다.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게임에 자주 뛰게 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오게 되었다는 점이다.

"저는 매 게임마다 항상 긴장이 되요. 이번 경기에 나갈 수 있을까, 교체로라도 뛸 수 있을까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1군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해서 아직 온전히 제 자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더 노력해야죠. 현재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다른 것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1군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신앙으로 많은 힘 얻어
1983년 생으로 올해 스물 둘의 최재수 선수. 또래에 비해 좀 조용한 편인 것 같다며 말을 건네자 대번에 아니라는 답이 튀어나온다. "저 안 조용해요! 지금이야 조금 낯설어서 그렇지.. 말 되게 잘 하는데."

그의 일상은 어쩌면 참 단순한 편이다. 훈련,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숙소에서 지내는데 함께 방을 쓰는 김태진, 김동석, 김호준 선수와 '부루마블 게임'을 즐긴단다. 거의 밖으로 나가는 일 없이 잠을 자거나, 컴퓨터를 조금 하는 것이 그의 평소 일과다.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신앙'. 스스로가 교회를 열심히 다닌다거나, 신앙 생활에 투철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에게 신앙과 믿음은 큰 힘과 함께 의지를 실어주는 삶의 원동력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김동진, 박만춘, 최원권, 김동석 선수와 함께 성경 공부를 하고 있다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고 성경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모임을 통해 용기도 많이 얻고, 좋은 말씀도 많이 들어요."

함께 성경공부를 하는 멤버 중 최원권 선수는 최재수 선수에게 참 많은 것을 주었다. 물질적인 그 무엇이 아닌, 바로 마음이었다. "2군에 속해 있을 때 저를 가장 많이 붙들어 준 사람이 원권이 형이에요. ‘너는 할 수 있다. 기다리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정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사람이 원권이 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랍니다." 힘든 프로 생활 중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 ‘최재수 선수는 참 큰 복을 가졌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가장 훌륭한 선수는 '꾀부리지 않으며 쉬지 않고 뛰는 선수'
현재 FC 서울은 후기리그 1승 2무 2패로 9위에 쳐져있다. 전북에 패하기 전이지만 추석 연휴 때 역시 팀의 분위기가 크게 좋지 않았다. 선수들이 모이는 시간에 훨씬 앞서 훈련장에 도착해 준비를 하시는 이장수 감독을 보며 최재수 선수는 "참 매력 있는 선생님"이라 표현한다. 팀을 이끄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분이라는 것이다. "감독 선생님은 공수 전환이 빠른 현대식 축구를 원하세요. 하지만 아직까지 팀이 그에 맞게 정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여져요. 저한테는 한 타임 더 빠른 센터링을 원하시는데,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죠." 최재수 선수는 감독님, 코치님을 부를 때 항상 '선생님'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존경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말이 또 있을까.

최재수 선수가 말하는 가장 훌륭한 선수는 ‘꾀부리지 않으며 쉬지 않고 뛰는 선수’이다. 팀 내에서는 미드필드의 살림꾼 김성재 선수를 꼽았다. "성재형은 중원에서 쉬지 않고 뛰는 선수에요. 나도 저 나이까지 저렇게 뛸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대단하세요." 벤치마킹을 하고자 하는 선수는 EPL(영국 프리미어 리그) 아스날의 애쉴리 콜이다. "체구가 크지는 않지만 몸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고 정확한 크로스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요. 거기에 레프트 백으로서의 대인마크까지, 대단하죠. 저도 꼭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무조건적 비난보다는 믿음과 비판을
최재수 선수가 꿈꾸는 장기적인 목표란 무엇일까? 모든 축구선수들이 꿈꾼다는 월드컵 무대에 가는 것일까 싶어 묻자 씩 웃으며 대답한다. "물론 국가대표로의 꿈도 가지고 있죠. 하지만 가장 중요하면서도 현실적인 목표로 저는 어떤 때이건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게 프로선수로서 가장 필수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넌지시 물었다. "우리 선수들이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게 좀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보신 적 없으세요?"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가지고 있는 애교성 불만(?)을 슬쩍 흘려본 것이다. 그러자 수줍게 웃으며 말한다. "그런 얘기 들었어요. 우선적으로 홈에서는 정말 반드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것보다 승리를 선물로 드려야죠."

마지막으로 항상 지켜 봐주는 팬들에게 부탁의 말을 전했다. "경기장에서 '그대들이 가는 길 우리가 지켜주리라'라는 현수막을 보면 많은 것을 느껴요. 정말 잘 해야겠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지금은 비록 성적이 저조하지만 팬들께서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신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꼭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희가 부진할 때도 있지만 그 때마다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더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현실적인 비판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할 수 있도록 많이 성원해 주세요."



차분한 말씨로 기자를 대해 준 최재수 선수에게 이야기가 끝난 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자 "아, 식은땀이 나서 죽겠어요. 저 엄청 긴장했었나봐요."라며 그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은 경험과 연배가 부족한지라 앞에 나서거나 인터뷰를 하는 일은 어색한 모양이다. '순수청년' 최재수 선수,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 그대로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해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어 매 경기마다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FC서울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사진=강동희 FC 서울 명예기자
글=오현정 FC 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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