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최고의 상승세를 누리던 FC서울이 지옥과 같은 하루를 보냈다. FC서울이 2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홈 팀 부산과의 경기에서 0대2로 졌다. 이기면 정규리그 1위 달성에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었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로써 14승 9무 2패로 승점 51점을 유지한 FC서울은 오는 9일로 예정된 포항과의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성남 수원 등 우승을 노리는 팀들과의 연이은 경기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탓일까. 이날 FC서울 선수들의 몸 놀림은 이전 경기만 못했다. 다소 어수선한 경기장 분위기도 걸림돌이 됐다.
전반 13분과 후반 1분 각각 한 골씩 실점한 FC서울은 이후 만회 골을 터트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오히려 이청용이 퇴장 당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수원에 골 득실에서 두 골 뒤져 다시 2위로 내려앉은 FC서울은 9일 포항과의 경기를 남겨놓고 있고 수원은 같은 날 인천과 원정 경기를 펼친다. FC서울이 승리하고 수원이 승리하면 골 득실을 따져야 하고 두 팀 중 한 팀이 비기거나 패하면 이긴 팀이 정규리그 1위가 된다. 현재 3위 성남이 3점 차로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FC서울로서는 최소한 무승부 이상을 거둬야 2위까지 주어지는 내년도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정 짓게 된다.
수원 역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피 말리는 승부를 벌이는 인천과의 원정경기이기 때문에 쉽사리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주 공격수 에두 역시 전남과의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 인천전에 출전할 수 없다.
이날 부산전은 아무리 숨 고르기 차원이라고 해도 아쉬움이 너무 크다. 성남과 수원을 연파하며 생긴 자신감이 오히려 선수들의 긴장감을 낮췄다. 어쩌면 아직 갈 길이 먼 FC서울로서는 좋은 약이 됐다. 다시 한번 팀을 추스리고 긴장해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일찌감치 한 번 정신을 차린 것이 남은 포항전뿐 아니라 챔피언결정전까지 치러야 하는 FC서울에게는 뼈를 깎는 교훈이 될 것이다.
어쨌든 이날 경기를 통해 가장 유리했던 상황이 불리한 쪽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포항전에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자력으로 정규리그 1위 달성이 불가능해 진 만큼 가능한 한 많은 골을 넣어서 승리해야 한다.
이청용이 나서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올 시즌 어려울 때 일수록 위기를 잘 극복해왔던 FC서울이기에 이번에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부산=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