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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11월호]인터뷰-영원한 '적토마' 고정운코치

2005-11-01



1994년 MVP-도움왕, 1989년 신인왕, 천안일화(현 성남일화) 시절 정규리그 3연패의 주역, 국가대표 선수로서 활약, 1998년 프로축구 사상 첫 ‘40(골)-40(어시스트)’ 달성.

이 모든 타이틀은 ‘적토마’ 고정운 코치에게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에게는 여러 기록이나 타이틀보다는 ‘온 국민의 영원한 축구스타’ 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많은 매스컴을 통해서 고정운이라는 ‘축구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소개가 되었지만, 지도자 고정운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FC서울 웹진은 이번 기회를 통해 ‘지도자’ 고정운을 만나 보았다. 그가 가진 축구에 대한 생각은 어떤 것이며, 후배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들어보자.


▶좋아서 시작한 축구, 황선홍, 홍명보, 강철, 하석주는 소중한 동료들
“뭘 그런걸 물어? 좋아서 시작했지. 축구는 좋아서 시작했어.”
약간은 거친 듯 하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고정운 코치. 대답은 언제나 간결하고 명쾌하다. 가장 잊을 수 없었던 순간은 언제냐는 질문에 “94년 미국월드컵에 극적으로 진출했을 때와 천안일화(현 성남일화)의 3연패를 이룩했을 때”라고 말한다. 축구 인생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동료들은 누구냐고 물었더니 “황선홍(현 전남 코치), 홍명보(현 대표팀 코치), 강철 같은 동료들이 있지.. 아! 석주! 하석주(현 경남FC 코치) 빼면 큰일난다. 그 친구 이름 빼면 나중에 왜 자기 이름은 뺐냐고 욕한다(웃음)”라며 재미있게 인터뷰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드디어 밝혀지는 ‘적토마’라는 별명의 유래
사실 젊은 세대들은 고정운 코치의 별명이 ‘적토마’라는 사실은 알지만 자세한 유래까지는 알지 못한다. 아마도 오래된 고정운 코치의 팬들 조차도 자세히 알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적토마’라는 별명을 어떻게 얻게 됐는지 물어보았다. “천안 일화에 있었을 때 팀의 마스코트가 천마였어. 지금도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당시 스포츠 서울 기자였던 이원한 기자(현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국장)가 천마랑 나의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해서 처음 ‘적토마’라는 별명을 지어줬어..”



▶선수 생활보다 지도자 생활이 더 힘들어
왕성한 체력과 스피드로 운동장을 누볐던 고정운 코치. 어떤 이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이 고정운 코치와 비슷하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왕년의 고정운 선수를 능가할만한 파이팅 넘치는 선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던 그가 지도자 생활은 무척 힘들다고 고백한다.

“사실 코치가 되어서 좋은 점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솔직히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보니 너무 너무 힘들어. 우리가 운동할 때는 선수들이 지도자에 맞춰주는 형식이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고, 기다려줘야 하고, 감정 조절을 많이 해야 해.. 내면적으로 힘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야. 그리고 가끔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경우도 많이 있어..”

▶프로선수라면 반드시 프로의식 갖춰야
“프로 선수는 사실 돈을 위해서 뛰지. 선수들 중에도 몸값이 천차 만별이야. 그만큼 구단이나 지도자들은 그 연봉에 해당하는 기량을 그 선수들에게 기대를 하게 마련이지. 그런데 우리 프로 선수들을 보면 가끔 답답할 때가 있어.. 12월 계약기간이 임박하면 정신을 차리는 것 같고, 나머지 11개월은 마치 베짱이 같은 자세로 지내는 것 같아..”

할말이 많았는지 고정운 코치는 진지한 모습을 유지한 채 현재의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프로 선수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함께 덧붙였다.
“지난번 아드보가트 대표팀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서 말했듯이 대표 선수라고 하면 소속팀에서도 열심히 뛰어야 해. 솔직히 우리 일선 프로팀 코칭 스태프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아드보가트 감독이 대신해서 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지금 대표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가 얼마나 많아. 대표팀 선수라고 하면 명심해야 할 것이 절대 거만해지지 말아야 하며,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야. 지금 우리 프로 선수들이 프로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프로의식을 가져야 해!”

▶FC 서울은 미래에 크게 발전할 팀
우선 성적이 좋지 못한 것은 선수들을 탓하기 전에 코칭 스태프들의 시행착오라고 이해를 해달라는 고정운 코치. “시행착오가 있었으면 나중에는 결과도 좋아지는 거니까.. 이럴 때 일수록 팬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
처음 FC서울에 오면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무척 좋은 반면에, 선수들을 한데로 끌어 모을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것이 걱정이었다는 고정운 코치. 그러나 그러한 걱정을 메울 수 있었던 것 역시 젊은 선수들이 발전할 가능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FC서울의 미래는 밝아. 선수들에게 프로선수로서의 근성, 의식을 조금만 더 확실하게 주입 시킬 수만 있다면, FC서울은 미래에 크게 발전하는 팀이 될 거야.”



▶젊은 선수들 중 몇 명은 한국 축구 이끌 것
“우선 누구라고 꼭 짚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 팀에 몇몇 젊은 선수들은 가능성이 무척 높아. 그 선수들이 프로의식, 근성을 갖춰야 하는 것이 중요해. 본인들이 나를 많이 괴롭혀야 좋은 선수가 되는데 그러한 부분이 조금 아쉬워. 그리고 거만해지고 나태해지는 것은 반드시 지양해야 해. 노력 하지 않으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어. 부지런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진부한 사실이니까. 프로의식, 근성, 노력, 성실성만 갖추면 우리 팀의 젊은 선수들 중 몇 선수들은 앞으로 우리나라 축구를 대표할 선수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간의 연결고리가 내 역할
고정운 코치는 구단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겸손한 말을 한다. 프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2년째. 전술 관련 부분은 이장수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가 주로 맡고 있고, 자신은 선수들을 타이르고,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단다.
“선수들의 가려운 부분이 있으면 내가 긁어주고,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지도하고, 선수들과 코칭 스탭들 간의 연결고리 역할이 내 역할이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이야.”

▶후배들, 더 이상 J리그 아닌 유럽 무대에 도전했으면
한국 프로선수로서 J리그에 최초로 진출했던 선수가 바로 고정운 코치다. 그는 왕년에 J리그의 세레소 오사카팀에서 활약을 했었다. 그런 그가 후배 선수들에게는 이제는 더 이상 J리그에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예전에 홍명보나 황선홍 같이 일본에 진출했던 선수들은 전성기를 보낸 30대 이후에 진출을 했어. 당시에는 기량 성장보다는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진출 했던 거야. 그런데 예전과는 달리 이제 K리그도 J리그 못지 않게 프로팀들이 연봉을 많이 주는 리그로 성장을 했어. 그리고 젊은 선수들이 K리그보다 단계가 더 높은 수준에 있는 유럽리그에 진출해서, 부딪히고 모험을 해가며 성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더 이상 K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J리그에 진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이제는 젊은 나이일수록 돈보다는 자신의 기량을 한껏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유럽 리그나 기타 해외 리그에 진출해야 한다고 봐.”



▶”축구를 하겠다는 막내아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고등학교 2학년때 처음 지금의 아내와 만났다는 고정운 코치. 어떻게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만났어. 좋아서 만났어. 자꾸 묻지마~”라는 다소 쑥스러운(?) 대답을 한다. 지금의 아내와는 7년 정도 연애를 한 이후에 89년 12월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지금은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는 고정운 코치. “첫째 딸은 중학교 3학년인데 골프를 하고 있고, 둘째 딸은 중학교 1학년이고, 막내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야. 그런데 요즘 막내 아들 때문에 아주 머리가 아파. 축구를 하겠다고 해서. 솔직히 나는 시키고 싶지가 않아. 잘하면 좋은데 못하면 지인들에게 불편을 줄까봐서. 그리고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나도 몰라. 그걸 알면 내가 여기서 코치생활을 하고 있겠어?(웃음).”

▶SG워너비와 KCM을 좋아하는 고정운 코치
“사실 좋아하는 가수는 없는데, 요즘은 신세대 가수들 중에 SG 워너비랑 KCM을 좋아해. 얼마 전에 딸이 휴대폰 통화연결음을 엠투엠의 노래 ‘세 글자’로 해줬는데, 노래가 무척 듣기 좋은 것 같아...”
여가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고정운 코치는 ‘운동’을 한다고 한다. 조깅도 하고 등산도 하는데, 가끔 팀 성적이 좋고 팀 분위기가 좋을 때는 1년에 1~2번씩 이장수 감독이랑 좋아하는 골프를 치러 가기도 한다고 한다.

▶선수-팬-코칭 스태프가 하나가 되어 혼신의 힘을 다한다면 못할게 없다
축구선수는 운동장에서 모든 것을 보여줘야지 바깥에선 전혀 보여줄 모습이 없다고 생각하는 고정운 코치. 많은 팬들 앞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프로선수라는 말을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FC서울에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서포터즈가 홈경기, 원정경기 가릴 것 없이 열렬히 응원을 해주고 있는 점이라고 한다. “부디 선수들이 그들의 열렬한 지지를 소중하게 느끼길 바라고, 선수-팬-코칭 스태프가 하나가 되어 혼신의 힘을 다한다면 못할게 없다고 생각해.”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왕년의 축구스타 ‘적토마’ 고정운 선수가 아닌 아직은 배우는 단계지만 열심히 지도자의 길을 밟고 있는 ‘지도자’ 고정운 코치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후배 선수들에게 전하는 애정 어린 메시지, 그리고 팬들에게 전하는 각오는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소중하고 간직해야 할 말들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 그가 그라운드에서 선수로 뛰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벤치에서 선수들이 더욱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도하는 그 열정적인 모습은 앞으로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한 ‘적토마’ 고정운 코치. 부디 그의 뜨거운 열정이 선수들을 움직여 다가오는 FA컵과 내년 시즌에는 반드시 빛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문인성 FC서울 명예기자
사진= FC서울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