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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4월호]써포터스와 함께한 제주 원정기

2006-04-03



2006년 3월 25일 아침 10시 30분 김포공항 2층 로비.
에스컬레이터로 2층에 올라선 순간 익숙하고도 낯익은 풍경이 공항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바로 우리의 유니폼을 입은 써포터즈와 응원도구들. 제주로의 원정 인원은 50여명. 적은 수인 듯 하나 우리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뭉친 수호신 최정예멤버들의 K리그 최초 제주 원정. 그 벅찬 감동의 순간으로 모두 함께 떠나보자.


#10:30분 공항 집결, 11:40분 김포 출발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시끌벅적, 두근두근. 제주로의 첫 원정 길은 그렇게 시작됐다. 제주로의 원정, 말은 쉽지, 사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1년 시즌권 보다 더 비싼 원정비용에 ‘제주까지 갔는데 지면 어떡하지’ 라는 심리적 부담까지. 어쩌면 너도나도 불안한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두들 이것 하나만은 분명했다. 우리는 FC서울의 전폭적인 지지자들이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제주로 향하고 있다는 것. 마음은 벌써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 가 있었다.

#12:40분 제주 도착, 2:30분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도착
제주 공항에 내리니 서울과는 공기부터가 다르다. 따스한 남국의 바람과 섬 특유의 정취. 수호신 원정대, 드디어 제주 땅을 밟다!! 제주 하루방에게 머플러를 둘러주고 단체사진 몇 장을 찍은 뒤 버스에 올랐다.
제주 공항에서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까지는 1시간 20분여의 시간이 소비됐다. 아, 우리 선수들이 있을 경기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착!! K리그 최초의 제주 원정대,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 당당히 입성했다.



#3:20분 선수들의 워밍업, 4:00 경기 시작
걸게를 걸고 자리를 잡고 선수들이 몸을 풀러 나올 시간만을 눈 빠지게 기다렸다. 매 경기마다 보는 선수들이지만 왜 이리 기다려지는지! 드디어 익숙한 검붉은 색깔이 하나, 둘 필드로 나오기 시작한다. 오오, 센스 있는 병지 형님의 인사! 우리가 선수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컨디션을 살필 때, 여기저기서 꺄악 소리가 들려온다. 전국구 스타(?) 박주영, 백지훈 등 우리의 젊은 선수들, 제주에서도 인기 폭발이다.
이제 경기 시작 10분 전. 현장팀장을 필두로 한 현장 팀은 리딩을 위해 파이팅을 외친 뒤 광란의 써포팅이 시작된다. 선수들의 입장, 그리고 주심의 휘슬 소리. 드디어 시작이다!

#4시 17분, 32분, 42분 연속 3골, 최원권의 어시스트 헤트트릭!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의 발에서 나온 킥은 모두의 눈에 잊혀지지 않을 장면을 만들었다. 전반 17분 오른쪽 코너킥- 김은중 헤딩 골, 전반 31분 PA오른쪽 프리킥- 박주영 헤딩 골, 전반 41분 PA왼쪽 프리킥- 박주영 골.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첫 번째 골이 터졌을 때는 그저 좋았다. 오호렐레를 외치고 어깨동무 응원까지, 그 순간까지는 그저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을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이었을 뿐, 24분 사이 자그마치 세 골이 터졌다. 세 번째 박주영 선수의 골이 터진 순간, 누군가 외쳤다. “최원권 어시스트 헤트트릭!!” 그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눈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가슴 저 밑에서부터 왈칵 올라오는 감동의 눈물. 그것은 그 현장에서 있던 우리들만이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어깨동무 랄랄라를 24분 동안 3번이나 하면 탈진은 기본에 뒷 종아리에 시퍼런 멍이 생긴단 사실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를걸?



#5:00 후반 제주의 파상공세, 제주에 울려 퍼진 서울의 찬가
후반 2분 정조국 in, 송진형 out으로 경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부상을 털고 경기에 복귀한 패트리어트의 기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제주의 파상공세. 그것은 서울이 하프라인을 한번 제대로 넘지 못할 만큼 거셌다. 그러나 우리의 벽은 견고했다. 수비와 김병지 선수가 단단히 맞서는 사이 후반 중반 백지훈 in, 한태유 out 이후 백지훈, 박주영, 정조국이 만들어낸 공간 패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경기 종료를 10분여 남겨두고 히칼도를 투입하면서 네 번째 골이라는 선물을 기대했지만 우리는 전반에 얻은 세 골로 만족해야만 했다. 3대0의 리드 상황에서 색다른 변화, 새로운 전술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그 상황 그대로 경기는 종료를 눈앞에 두었고 제주의 하늘에는 서울의 찬가가 울려 퍼졌다.



#7:40분 용두암 바다구경, 9:20 제주 출발
돌아오는 길, 몸은 피곤에 지쳐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마음만은 너무나 풍족했다. 공항에 가기 전 막간을 이용해 용두암에 들러 바다 바람을 쐬고 공항 도착. 각자 늦은 저녁을 해결하고 게이트로 들어갔는데 이게 웬일?! 선수들이 한 명, 한 명 눈에 보이네! 알고 보니 선수들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올라오게 되었던 것. 다들 좋았던 기분에 흥분까지 더했다. 굳이 싸인을 받지 않아도, 함께 사진을 찍지 않아도 선수들과 한 비행기를 타고 있다는 자체는 우리를 행복의 도가니탕으로 빠트려 주었다. 거기에 감독님과 몇몇 선수들의 “이 곳까지 함께 와주어 너무 고맙다. 너무나 큰 힘이 되었다” 라는 말은 하루의 피곤을 싹 잊게 해준 달콤한 청량제와도 같았다.

#9:40분 김포 도착, 10:20 해산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꿈같았던 시간이 지나갔다. 하지만 우리는 보았고, 즐겼고, 느꼈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던 그 시간들, 그리고 그들이 떠나는 뒷모습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본 우리들은 그제서야 각자 집으로의 발걸음을 옮겼다. 모두의 가슴 속에 ‘승리’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고서. 나중에 알고 보니 선수들도 워밍업을 하러 나왔을 때 S석 앞쪽에 있는 검붉은 써포터들을 보고 깜짝 놀랐단다. 설마, 제주도까지 이렇게 많은 인원이 와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것. 제주 원정 다음날 구리훈련장에서 만난 최용수 플레이 코치 역시 팬들에게 강한 고마움을 표시한다. “제주도까지 오시다니.. 진짜 대단한 거죠.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그렇게 먼 타지에서, 오로지 우리만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될지는 모르실 겁니다.”
이날 느낀 행복이 더해진 벅찬 감동, 눈물, 열정이 모든 팬들의 마음, 또 선수들에게까지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그 시간, 우리는 너무나 행복했기에.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얼굴

그리워라 내사랑아
내곁을 떠나지마오

처음 만나서
사랑을 맺은

정다운 거리
마음의 거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렵니다

봄이 또오고
여름이 가고

낙엽은 지고
눈보라 쳐도

변함없는 내사랑아
내곁을 떠나지 마오

헤어져 멀리있다 하여도
내품에 돌아오라 그대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렵니다


글/오현정 FC서울 명예기자, 사진제공/서포터스 권혜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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