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쉬웠다. 리그 3연승의 기분 좋은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일까 특히나 이날의 경기는 충분히 승자의 이름에 FC서울을 아로 새길 수 있는 경기였기에 너무나도 아쉬운 경기였다.
2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FA컵 홈팀 포항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속에 연장 전후반 각 한골씩을 허용하며 2대4로 패했다. 이로써 FC서울은 8강의 문턱에서 좌절하며 13년만에 FA컵 우승이라는 꿈을 접고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전반 FC서울은 4-2-3-1의 형태로 데얀을 원톱에 방승환, 몰리나, 고명진이 2선에서 포항 진영을 좌우로 흔들며 골 문을 노렸다.
특히 데얀은 최전방 공격수 이면서도 수비 전환시 누구보다 상대방을 압박하며 포항의 밸런스를 흔들어 놓았다. 또한 부상으로 두 경기 결장했던 하대성도 이날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출전해 최현태와 함께 더블 보란치 역할을 했다.
경기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돌았다.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는 리그 경기와는 달리 단판으로 결정 짓는 토너먼트 방식이다 보니
양팀 선수들의 집중도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달랐다. 포항은 한창 물오른 FC서울 공격수들을
봉쇄 하기 위한 전술로 올 시즌 처음으로 쓰리백을 들고 나왔다. 전반 내내 미드필더들이 3선으로 내려오며 데얀을 막기 위해 5명
의 수비수를 배치 했고, FC서울은 이런 포항의 수비 지향적 전술 운용에 맞섰다.
첫 골은 포항이 먼저였다.
전반 25분 FC서울은 포항의 아사모아에게 선취 골을 헌납했다.
FC서울 진영에서 드로우 인 한 볼이 패널티 에어리어 근방 아사모아에게 연결 되면서 나온 슛팅이 그대로 골로 이어졌다. 이후 포항은 수비 지향적 패턴을 더욱 강하게 가면서 FC서울의 파상 공격에 대비 했다.
하지만 후반이 시작되면서 지난 경기에서 K리그 첫 득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최종환이 투입되며 경기의 흐름은 바뀌었다. 최종환은 특유의 빠른 돌파와 압박으로 포항 진영을 휘저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 이어진 천금 같은 만회 골은 몰리나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후반 6분 코너킥 기회에서 몰리나가 칼날 같은 크로스를 연결, 데얀의 멋진 헤딩골로 포항의 골 문을 갈랐다.
데얀을 막을 비책이 있다고 호언하던 포항 황선홍 감독의 얼굴이 경직된 순간이었다.
이후 경기는 일진일퇴의 공방으로 이어졌다.
후반 19분 모따에게 프리킥 찬스를 허용하며 추가골을 실점한 FC서울은 하지만 9분 후 최종환의 패스를 이어받은 몰리나가 문전쇄도하며 회심의 만회 골을 만들어냈다.
지난 경기 데뷔 첫 골을 쏘아 올리며 최상의 컨티션을 보인 최종환의 센스가 엿보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활약을 뒤로 하고 연장전까지 진행된 경기에서 FC서울은 후반 체력 저하를 이겨내지 못하고 노병준에게 두 골을 헌납해 이날 혈투의 최종 승자가 되지는 못했다.
비록 FA컵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선수들의 투혼은 칭찬 받아 마땅한 경기였다.
체력적인 한계가 있었지만 한발이라도 더 뛰려는 선수들의 투혼은 팬들로 하여금 연장전이란 긴 시간까지 참아내며 FC서울을 끝까지 응원할 수 있게 한 원동력 이였을 것이다.
기나긴 부상에서 경기감각을 끌어 올리기 위에 출전한 선수들에게도 이날의 경기는 큰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이날의 취약점으로 드러난 수비 불안과 체력의 한계도 선수들 자신이 잘 인식해 앞으로의 경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특히나 열흘간의 달콤한 휴식은 FC서울에게 큰 보약이 될 것이다.
FC서울에겐 이보다 더 중요한 리그와 AFC챔피언스우승의 과업이 남아있다.
다시 뛰자! 이것이 팬들이 FC서울에게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포항 글= 사커무비(druhill@gssports.co.kr)
사진=강동희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