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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가슴 떨리는 거짓말의 기억

2008-04-07



달콤함과 씁쓸함의 묘한 조화로 끊임없이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초콜릿. '먹지 말아야해'하며 눈을 질끈 감아도, 어느새 손은 초콜릿을 향한다. 이 글의 주인공인 이 녀석, 왠지 모르게 초콜릿과 닮아 있다. '하지 말아야해'하며 의지를 다져도 어느새 그 의지는 허물어져버리고 만다. '거짓말'. 이 녀석이 바로 그녀석이다. 물론, 선의의 거짓말의 반대편에 있는 녀석들은 결코 해당사항이 없다. 그러나 감동적인 거짓말에 가슴 떨린 기억이 있다면 혹은, 너무나 기발한 거짓말에 웃다, 울다를 반복해 본 적이 있다면 거짓말과 초콜릿의 유사성을 이해하지 않을까?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거짓말을 만난다. 가슴이 떨려서 평생가도 도저히 잊지 못할 거짓말에 대한 기억도 분명 있을 텐데, 4월의 시작을 알리는 1일, 유쾌한 거짓말이라면 마음껏 허용되는 '만우절'이 있는 4월엔 왠지 가슴 떨리는, 그래서 잊지 못할 거짓말에 대한 기억이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만 같다. 혹시, 그라운드 위의 카리스마 넘치는 그들도 가슴 떨리는 거짓말의 기억이 있을까? 팬들이 알고 있는 모습만 보자면 어지간한 거짓말에는 눈도 깜빡 안할 것 같은데, 그런 그들에게 듣는 가슴 떨리는 거짓말의 기억, 왠지 모르게 기대되는 그 기억, FC서울 선수들이 직접 전한다. 그들을 웃고, 울게 만든 가슴 떨리는 거짓말의 기억을 되새기며..



●휴식이냐 믿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이상협

피곤하다. 꼼짝하기도 싫다. 그냥 자면 되겠지만, 문제는 모임에 나가야 한다는 것. 머리는 고민 중이다. 그런데 마음은 이미 한참 전에 거짓말을 선택했다. 딱, 한번만 이라는 생각으로 군대 간 친구의 휴가를 핑계로 못. 나. 가. 요. 라고 말해버렸다. 팔, 다리, 어깨, 허리까지 몸이 너무 피곤해 순간적으로 한 선택이었지만, 몸 편하자고 했던 그 선택에 이제는 머리까지 피곤해졌다. '들키면 어쩌지?'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잡한 생각들이 이어져 결국 선배와 친구들에게 '왕따'당할까봐 두려워졌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동안 무슨 생각을 그렇게나 많이 했는지.. 결국 나. 갔. 다
소심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인간관계에서 믿음, 신뢰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 내린 선택이었으니까.
늘 내 옆자리를 채워주는 사람들은 소중하니까!



●막내가 무슨 죄입니까? – 이승렬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개인적으로 외출을 나갔다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걸려온 전화 한 통, 동료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귓가에 꽂혔다.
“승렬아!! 큰일 났다!! 지금 코치님 오셨는데 너 어디 갔냐고 난리 났어!!”
너무나 다급한 동료의 목소리에 시계를 확인해 보니 결코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심장은 마구 방망이질 하고 있었고,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초저녁인데 무슨 일일까, 화는 왜 나셨을까, 돌아가면 뭐라고 말해야 하나...' 등등
입단한 지 얼마 안 된 막내인 상황, 더 긴장되고 불안한건 어쩔 수 없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두근거리는 심장은 가라앉질 않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떨리는 손으로 숙소 문을 여는 순간, 이게 웬일? 코치님이 안 계신다!! 혼날 각오로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코치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더욱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 마음을 다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코치님은?"
돌아오는 대답은 단 세 글자.
"뻥이야!!"
황당함의 극치를 느끼고 있는 나와 달리 우리 동료들, 그날 마냥 즐거워했다.



●선생님 너무해요! – 이상우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내 인생과도 직결되는 정말 최고의 거짓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축구부가 있는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정 점수를 얻지 못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었기에 나는 훈련 외 시간을 쪼개고 쪼개 정말 열심히 공부 했다. 그렇게 수능을 치르고, 성적 확인만 남아있던 어느 날 담임선생님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유난히 가라앉아 있는 선생님의 목소리, 게다가 뜸까지 드리신다. 불안해하고 있던 찰나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다.
“상우야,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점수가 나왔는데 커트라인을 넘지 못했단다. 어쩌면 좋니? 1년 더 공부할래?”
가슴이 철렁했다.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을 꾹 참았다. 꼭 진학하고 싶었고, 또 그만큼 열심히 했는데.. 선생님은 '1년 더 해보자'라시며 실망한 날 위로하셨다. 겨우 참고 있었던 눈물이 '1년 더'라는 말에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극적 반전은 그때 시작됐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날 위로하던 우리 선생님, 갑자기 웃으신다. 거기에 수고했다는 말까지 더해서.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내게 선생님은 ‘대학 가서도 축구 할 수 있겠네!’라 말씀 하시는 것이 아닌가?
상황파악 완료. 눈물, 웃음이 범벅이 됐지만 그런 것은 아무 상관없었다. 얼마나 다행이고 기쁘던지, 그 원하던 대로 홍익대에 진학했고, 사랑하는 축구도 원 없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던 팀 FC서울의 일원이 됐다.
이보다 더한 내 생에 최고의 뻥이 있을까?



●거짓말이 확인시켜 준 우정 - 김진규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로 기억한다. 숙소에 있다 보니 할일도 없고 심심해 고향 영덕에 있는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야. 나 진규다. 나 지금 집에 왔으니까 너 우리 집 앞으로 와라. 놀자."
전화 한 통에 영덕 우리 집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온 친구, 그리고 그 친구는 내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당연히 안 받았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그날 내 전화 한통에 내 친구는 그 빗속에서 나를 몇 시간동안이나 기다렸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전화를 걸어 '고향 집'이 아니라 팀 '숙소'에 있었다는 말에 친구는 가만두지 않겠다며 잡아먹을 것처럼 난리를 쳤지만 난 그런 친구가 한 없이 고마웠다. 빗속에서도 날 만날 생각에 화도 내지 않고 기다려준 내 친구, 거짓말 덕분에 확인한 진하고, 소중한 우정이었다.
그 때 미처 하지 못했던 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 본다. '고맙다 친구야!'

글=허세정 FC서울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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