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모든 선수들의 가슴속엔 '아쉬움'이라는 세글자가 깊히 새겨졌을 것이다.
이승렬 또한 그렇다. 대표팀 차출과 작은 부상으로 올 시즌 중요한 순간에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자책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얼마 전 꿈엔 결장했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 출전하여 득점하는 꿈까지 꿨다고 하니 그의 고뇌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그가 올 시즌 나쁜 활약을 펼친 것은 아니다.
무시무시한 2년차 징크스도 그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신인왕을 수상했던 지난해 보다 더 많은 7득점 1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팀내 득점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성적이다. 또 U-20월드컵 대표로도 선발되어 경험도 쌓았다.
하지만 그는 뭔가가 불만스럽다. 3번의 우승좌절경험을 한번에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귀네슈 감독님과 팬들에게 죄송하기만 하다"라고 말하는 당돌한 이승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터뷰 서울헤럴드 kbh@gssports.co.kr
Q: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A:안녕하세요. 휴식기간이라서요. 동네 피트니스센터 다니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시즌 중에 못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가끔 영화도 보고 있고요.
Q: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군요?
A:네, 그렇지만 운동은 계속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 결과가 너무 아쉬워서 잠도 안오는 걸요. 저절로 운동하러 나가게 되요. 제가 근성같은게 있어서요. 지고는 못살거든요. 암튼 오프시즌을 나름 어떻게 보낼것지 계획을 잘 세워놨었는데 올림픽대표에 소집되어서 거기에 맞춰서 다시 계획을 짜야 할 것 같아요.
Q:그렇죠,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다시 받았죠?
A:네,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다가 알았어요. 지난번 청소년대표에서 감독님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꼭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요. 올림픽이라는 기회를 다시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Q:맞아요, 지난번 대회에서 출장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는데 본인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A:토너먼트 대회이기 때문에 수비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저는 공격수지만 수비적인 면에서 부족했던것 같아요. 청소년 대표팀의 다른 친구들이나 다른 나라 공격수들을 보았을때 그들은 공격과 수비 함께 잘하려고 노력하더라고요. 더욱 많이 뛰고 수비도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한 점이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나타났다는 걸 홍명보 감독님께 다시 보여드리고 싶어요.
Q:FC서울 이야기 한번 해보죠, 많이 아쉽죠?
A:제가 아까 말씀 드렸자나요. 꿈에서도 나타난다고.. 정말 11월 1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제가 그날 경기에 나오지 못했는데 아직도 한이 되요. 제가 나갔다고 큰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뛰어보고 결과가 이러면 후회는 없잖아요. 올 해는 3번의 실패를 한번에 맛봤어요. 귀네슈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가장 죄송하고 팬들에게도 너무 죄송해요.
Q:귀네슈 감독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귀네슈 감독님은 이승렬선수에게 어떤 분이었나요?
A:감독님이요? 은인이시죠. 고등학교졸업하고 프로에 들어온 저를 믿고 계속 기용해 주셨잖아요. 제가 지금 이렇게 이름을 알리고 뛸 수 있는건 귀네슈 감독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축구를 제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팀플레이보다 중요한 것이 개인기량을 쌓는것이고 또 그런게 고등학교때까지는 통하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축구가 뭔지도 모르고 뛴 것 같아요. 그런데 귀네슈 감독님은 축구를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에 대해 많이 가르쳐 주시려고 했어요. 축구가 뭔지에 대해 확실하게 알려주신 분이셨어요. 어린나이에 그런 축구감독님을 만났으니 행운이었죠.
Q:공격수로서는 어떤 점을 많이 배웠나요?
A:슈팅과 포지션이요. 공격을 나갈때 어떻게 공격 찬스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와 슈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배웠고요. 아까 말한것처럼 공격수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나 자세 같은 점에서도 많이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셨어요. 팀원 모두가 하나의 생각을 가질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시는 분이였고 그런 점에서 배운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Q:아니, 그렇게 고마워하면서 왜 감독님 배웅은 안왔어요?
A:음..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요..너무 죄송해요. 제가 잠깐 잠수타는 기간이었거든요. 뭐 그래서 못갔어요. 다음에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Q:내년 시즌 이야기좀 해볼까요?
A:내년 시즌은 목표가 하나예요. 챔피언. 프로는 챔피언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것 같아요. 제가 아직 고등학교때 티를 못 벗었던거 같아요. 고등학교때는 팀이 못해도 개인이 잘하면 주목 받고 할 수 있지만 프로는 다른것 같아요. 챔피언이 되어야 주목을 받아요. 지난해에도 올해에도 뼈저리게 느꼈죠. 첫경기부터 선발로 나가서 우승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Q: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인가요?
A:음.. 호나우딩뇨요. 그 선수를 보면 기분이 좋고 나도 저런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웨이트를 열심히 하고 슈팅도 보완하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해서 그와 같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하려고요. 보면 선수는 2가지 종류가 있는거 같아요. 잘하는 선수와 잘하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선수요. 호나우딩뇨가 잘하면서 팀의 승리와 우승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선수거든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Q:재미있는 질문 하나만 할게요. 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 맨유, 첼시, 인터밀란에서 동시에 오퍼가 들어왔어요. 어느 팀으로 가고 싶어요?
A:예시에 답이 없네요.^^ 저는 아스널이요. 제가 축구를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좋아한 팀이예요. 조직적이고 패스가 예술이잖아요. 2008년도에 저희가 아스널과 비슷한 플레이를 펼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경기를 뛰면서도 가끔 소름 돋고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한 적도 종종 있었죠.
Q: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요?
A:포항의 노병준 선수요. 이런 저런걸 떠나서 멋있어요. 팀이 위기에 처해있을때 결정적으로 골을 넣어주고 팀을 구한 선수예요. 정말 스타성이있고 같은 선수로서도 부러울 정도로 멋진 역할을 해냈어요. 또 적지않은 나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요.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선수인것 같아요. 내년에는 제가 꼭 그렇게 활약하겠습니다. 내년시즌 해결사는 저에게 맡겨주세요!^^
Q:네, 꼭 그렇게 활약해주세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A:우선 죄송합니다. 귀네슈 감독님께도 그렇고 팬여러분들께도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열렬히 성원해 주셨지만 올해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습니다. 내년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반드시 우승하도록 하겠습니다. 팬여러분 죄송하고 올해도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