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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징크스에 지지 않는 법

2009-09-02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경계해야하는 세 부류의 친구들이 있다.
첫째, 승리 축하 뒤풀이를 위해 고이 모셔놓은 비상금을 미리 쓰게 만드는 술친구.
둘째, 경기 며칠 전부터 신경전으로 심신을 허약하게 만드는 상대팀 서포터 친구.
셋째, ‘내가 응원하면 꼭 지더라’라고 말하면서도 ‘얼른 경기장 가자’며 열띤 응원을 다짐하는 친구.

그 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할 부류를 꼽으라면 패배의 먹구름을 가득 몰고 다니는 세 번째 친구님 되시겠다. 이런 친구들은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지만 불행하게도 절친이 이 부류이거나, 더욱 불행하게도 본인이 직접 패배의 먹구름을 몰고 다닌다면 지금부터 이 기사를 정독하기를 바란다.
여기, 수호신들을 웃고 울게 하는 징크스와 그 해결책이 담겨있다.

<“이 몸이 오셨으니 오늘도 승리한다!” - 승리의 여신파>

“W석은 제가 지킵니다!”

서은미씨는 최근 4년 동안 W석에서만 20번 넘게 경기를 보며 응원했다. 그런데 그 많은 경기 중에서 패배한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다고. 그야말로 백전백승 승리의 여신이다. 예전에는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부랴부랴 입장하면 FC서울이 지는 안 좋은 징크스도 있었으나 작년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그 징크스가 깨졌다고 한다. 안 좋은 징크스를 날려버려 무척 홀가분하다는 서은미씨. 그녀가 W석을 지키는 한 FC서울에는 영원히 승리만이 함께 할 것이다.

- “I'm still hungry(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FC서울의 김윤환 명예기자는 도시락과 관련된 독특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홈, 원정 경기 상관없이 그 날 경기장에서 도시락을 2개 이상 먹으면 서울이 승리합니다.”
도시락을 하나만 먹거나 전혀 먹지 못한 경우 FC서울이 패배하는 징크스를 갖고 있다는 김윤환군은 포항과의 피스컵 4강 1차전이 열린 지난 8월 19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도 한 개의 도시락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두 번째 도시락을 꺼내고 있었다. 그가 인터뷰에 응하느라 도시락을 하나만 먹고 잠시 숟가락을 놓고 있자 주위의 동료 기자들이 어서 도시락을 먹으라며 재촉하기도. 여유 있게 두 번째 도시락의 뚜껑을 여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든든함이 느껴졌다.

<“나 때문인가 봐ㅠ_ㅠ” - 패배의 먹구름파>

- “저도 가족과 함께 경기보고 싶어요.”

2004년부터 꾸준히 경기장을 찾고 있다는 전예린씨. 그녀는 가족과 함께 FC서울의 경기를 즐기고 싶다며 자신의 징크스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상승세를 타고 있다가도 가족들과 함께 오면 부진한 모습을 보여요. 처음엔 ‘오늘 선수들 컨디션이 안 좋았나보다’했는데... 이런 게 바로 징크스겠죠?”
가족과 함께 경기를 보고 싶은 소박한 ‘바람’은 어느새 ‘소원’이 되어버렸다. 가족들과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득점 없이 패하니 이제는 선뜻 식구들에게 ‘같이 가자’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고. 결국 이번 시즌에는 한 번도 식구들을 부르지 않았다.
“다음 달에는 사촌동생들과 함께 경기를 보러 올 계획인데, 설마 이 징크스가 사촌들에게까지 해당되진 않겠죠?”

- “제 응원이 부담스럽나요? 저도 힘껏 응원 할래요!”

본인이 열렬히 응원하면 진다는 이승현씨. 작년에는 힘껏 응원한 홈경기 모두 승리하지 못하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주변인들로부터 적지 않은 원망을 듣기도 했다.
“그래도 경기를 안 볼 수는 없잖아요. ‘내가 응원해서 진다면, 응원하지 않고 보면 이기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아이디어지만 효과는 좋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2층에 올라가 응원하지 않고 조용히 경기를 보면, 이내 골이 들어가고 FC서울이 승리하곤 했다. 안 좋은 징크스를 좋은 징크스로 바꿔 다행이지만, FC서울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기왕이면 힘껏 응원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징크스는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이 만들어낸 괴물일지도 모른다. 그 괴물은 승리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징크스의 약점은 바로 그 다양함에 있다. 예컨대 승리의 징크스를 가진 누군가가 패배의 징크스를 가진 사람과 함께 응원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승리의 징크스를 가진 두 사람과 패배의 징크스를 가진 한 사람이 함께 한다면? 또는 그 반대라면? 상황은 무수히 많을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승리의 답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초조해하지 말자. 내가 답이 아니라면, 그 해답은 분명 ‘우리’에게 있다.

(+) 그런 의미에서 전예린씨는 서은미씨에게 일촌 신청하는 것을, 이승현씨는 김윤환 명예기자와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응원하는 것을 추천한다.

/취재, 글= 허세정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