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정조국, 백지훈, 박주영.
이름만 들어도 흐뭇,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지금은 대표팀의 장기 전지훈련에서 톡톡히 제 몫을 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이번 2006시즌 FC서울의 전력이 더욱 기대될 뿐이다. 그런 이들이 대표팀 전지훈련을 떠나기 하루 전, 1월 14일 다른 선수들보다 앞서 1차 DVD 촬영을 진행했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하고 유쾌했던 그 시간,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놓칠 수 없는 메이크 업의 순간
세상에, 상상이나 했을까? 자칭 타칭 한국에서 축구를 가장 잘 하는 사람들인 그들이 앞머리에 흰 핀을 떡 하니 꼽고 메이크 업을 받는 순간을 말이다. 축구선수와 화장, 사실 조금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선수들 역시 “안 해도 되는데..”라며 꼬리를 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들 마음이 편안해진 듯 자연스런 농담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진씨, 이상형이 누구에요?”라는 물음에 우리의 센스 동진, 바로 답이 튀어 나온다. “지훈이요. 지훈이 같은 여자면 무조건 OK에요.” 허걱! 이 무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발언이란 말인가? 하지만 백지훈 선수도 지지 않는다. “내 이상형은 왜 안 물어봐요! 전 조국이로 할래요. 흐흐..” 살짝들 눈치 채셨는가? 이들이 모이면 접시가 깨질 정도로 화기애애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
-그들은 진정한 프로였다?
제일 먼저 촬영을 시작한 박주영 선수를 필두로 준비된 의상과 유니폼을 차례로 갈아입으며 촬영이 진행됐다. 카메라에 낯을 많이 가리는 박주영 선수는 조금 굳은 표정으로 촬영에 임하기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누울(?) 정도의 열성까지 보이며 카메라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센스 동진은 말할 필요도 없다. DVD 촬영 관계자가 “선수들이 이 정도만 해주면 우리가 할 일이 없겠다”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한결 편안하게 촬영을 마쳤다.
백지훈 선수는 시작 내내 “아, 뻘쭘해 뻘쭘해”를 연발하며 수줍은 모습을 보였지만 사진의 대가답게 이내 포토그래퍼의 주문을 단번에 파악해 포즈를 취하는 센스를 보였다. 정조국 선수는 사진 찍는 데에도 열심이었지만 화려한 입담으로 스태프들을 즐겁게 해 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들이 말하는 내 인생의 세 장면
“제 인생에는 아직 그 어떤 장면도 나오지 않았어요.” 가슴 깊이 꽂힌 정조국 선수의 말이다. 앞으로의 각오가 어떠한지, 어떤 마음으로 지금 순간에 임하고 있는 지 단번에 알게 해준 한 마디. 그의 비장한 각오에 분위기까지 숙연해졌다. 하지만 이내 웃으면서 말해준다. “전 앞으로의 제 모습이 상당히 기대 되요. 정말 열심히 하고 싶고,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동진 선수는 첫번째로 하나님을 만났던 순간, 그리고 축구를 시작하게 된 것을 두 번째로 꼽았다. 세 번째, 마지막은 앞으로를 위해서 남겨두겠단다. 축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자신도 없을 거라는 것. 김동진 선수는 한 장면만을 남겨두었지만 확신할 수 있다. 그의 인생에는 앞으로도 수 많은 장면들이 탄생할 것이다. 바로 우리와 함께 말이다.
-지옥의 레이스를 하루 앞둔 그 날,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
촬영에 앞서 박주영 선수가 묻는다. “저 4시 전에 끝날 수 있을까요?” 그 때의 시간은 오후 2시. 무슨 일이 있느냐 묻자 요즘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미래를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 작년 11월 웹진을 통해 나갔던 학교공부에 바빠 영어공부가 힘들 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컸는데 너무도 반가운 말이었다.
정조국 선수는 채 자르지 못해 지저분해진 머리를 정리한다 했고 백지훈 선수는 친구를 만나러 간단다. 그리고 김동진 선수는 이삿짐을 정리하다 촬영을 하러 나와서 다시 들어가 볼 생각이라고 했다.
40여 일의 전지훈련,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다. 스스로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 해야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 아래, 또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아래 선수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몫을 다 해서 최고의 플레이를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야 할 때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축구에 제대로 한번 미쳐보고 싶어요.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채찍질 할 생각입니다. 축구는 제 인생이고 제 모든 것이거든요. 더욱 발전해서 팀에도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여린 듯 강한 백지훈 선수의 말. 따로 각오를 물을 것도 없이 스스럼없는 대화 속에 나온 진지한 말이었다. 팀의 전지훈련도 참가하지 못하고 떠나는 대표팀 훈련이라 다가오는 2006시즌이 걱정되기도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여태까지 축구를 해 온 시간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되는 역량 있는 선수들이다. 분명 잘 해낼 테고 팀에도 한결 큰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김동진, 정조국, 백지훈, 박주영 선수!
부상 없이 돌아와 2006시즌, FC서울의 팬들을 위해 뛰어주기를 부탁합니다.
잘 다녀오세요!
글=오현정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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