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또 한번의 드라마를 썼다. 상주와만 만나면 짜릿하다.
FC서울이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상주와의 리그 17번째 경기에서 3대2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승점 3점을 챙겼다. 이로써 6승 6무 5패를 기록한 FC서울은 승점 24점으로 6위까지 뛰어 올랐다. 10일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에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선두권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 홈에서 4경기 만에 승리를 거둠으로써 2만 8034명의 많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의 숫자는 다른 4경기를 합한 것보다도 월등히 많다.
상주와는 올 시즌 만나기만 하면 명승부다. 지난 5월 8일 원정으로 치러진 첫 번째 맞대결에서는 후반 42분 터진 현영민의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4대3 승리를 거뒀다. 이번에는 더 극적이다. 후반 인저리 타임에 드라마 같은 방승환의 결승골이 터져 3대2의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상대 GK자리에 전문 골키퍼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가 나온 것이 오히려 쉽지 않은 경기로 이어졌다. 상주 선수들은 단단히 정신무장을 한 채 경기에 나선 반면 FC서울 선수들에게는 마음에 부담이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골이 터지지 못하자 조급해 하며 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골도 먼저 내줬다. 전반 33분 FC서울 페널티 지역에서 아디가 상대 선수와 볼 경합을 벌이는 순간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아디의 파울을 선언한 것. 그러나 주심이 지체 없이 불 만큼 심각하지도 않아 보였기에 아쉬움이 크다. 애매한 판정으로 인해 선취 골을 허용하며 경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흘렀다.
뜻밖에 전반을 0대1로 마친 FC서울 선수들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거세게 상대를 몰아붙였다. 후반 9분 만에 고명진의 왼발 패스를 잡은 데얀이 골기퍼와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쪽 골 모서리를 보고 오른발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역전 골도 고명진과 데얀의 작품이었다. 후반 20분 상대진영 중앙에서 고명진이 이번에는 오른발로 빠른 스루패스를 넣어줬고 상대 수비수 사이로 침투한 데얀이 오른발 강슛으로 골 네트를 갈랐다.
그러나 후반 39분 상대에게 프리킥 동점골을 내줘 다시 경기는 원점이 됐고 이후 90분이 다 지나자 대기심은 추가시간 5분을 줬다. 이때 현영민 방승환 두 고참 선수들의 기지가 발휘됐다.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진이 채 진영을 갖추기 전에 현명이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방승환이 정확한 헤딩으로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뛰어 오를 만큼 극적인 골이었다.
경험 많은 선수들의 재치가 귀중한 승점 3점을 이끌어냈다.
이날 두 골을 성공시킨 데얀은 대회 11호 골을 기록하며 이동국을 제치고 득점 랭킹 2위로 올라서며 역시 이날 페널티킥을 넣은 김정우(12골)와 뜨거운 순위 경쟁을 이어갔다.
천신만고 끝에 거둔 승리였기에 기쁨은 크다. 이제 다음 상대는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포항이다. 게다가 원정이기에 더욱 만만치 않다. 선두권 진입을 위해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에 선수들의 투혼을 기대해본다.
/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