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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살아있는 신화’ 김병지, 기본에 충실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

2007-10-04



164 무실점 경기 기록. K리그 462경기 출장. 올 시즌 경기당 평균 0.66골 실점(2007 컵 대회 포함).

이 최고의 기록들을 지닌 골키퍼를 국내에서 찾아보라고 하면 유일하게 한 선수만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등 번호 1번, 꽁지머리, 기록의 사나이, 살아있는 신화... 바로 No.1 골키퍼 김병지다.

모든 선수에게 있어서 등번호는 상징적인 것과 같다. 특히 그 중 1번은 대부분 골키퍼에게 부여하는 번호지만 유독 김병지에게 1번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여러모로 김병지를 잘 나타내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우선 최고라는 의미에서 1이 어울리고, 경기당 단 1골도 내주지 않아서 어울리기도 하다. 또한 팀 내에서 맏형의 역할을 하기에 모든 선수를 줄로 세워도 항상 1번 자리에 있는 것 또한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나 주장인 이을용을 도와 팀을 같이 이끌어 가는 김병지는 경기 중이나 훈련 때는 엄격한 선배로, 평상시에는 후배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선배다. 특히 자기 관리 면에서는 팀 내 1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자신을 단련시키며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한 그는 후배들에게는 항상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 선배들과 후배들 간의 사이가 예전보다 많이 가깝고 편해졌다는 김병지는 “아무리 요즘 선배와 후배 사이에 벽이 없어지고 편해졌어도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다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에 충실하면서 내가 후배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한다. 내가 후배였을 때는 선배들의 꾸준한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그것이 어린 선수에게 있어서 가장 큰 교과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이 선배와 후배들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고리가 아닌가 싶다”며 선배로서 꾸준히 노력하며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있음을 말했다.



이어서 김병지는 “우선 나 자신부터 잘해야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겠는가. 후배 선수들에게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내 선수 생활의 비결을 이야기 해주자면 항상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쉬운 이야기 같지만 가장 어려운 이야기다. 나 자신도 축구 선수로서 팬들에게 기본에 충실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는 것이 목표다”라며 메시지를 전했다.

‘골 넣는 골키퍼’로도 유명한 김병지는 축구에 대한 열정, 투지 또한 No.1이다. 프로 축구 통산 최다경기 출장 기록을 매 경기 갱신하고 있는 그의 최종목표는 500경기 출장. 아무나 쓸 수 없는 대기록이기에 축구를 향한 피 눈물 나는 그의 노력은 매일같이 이뤄지고 있다.

김병지는 이에 대해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가 선배들로부터 배우고 선수생활을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훈련 때는 성실함을 갖추고 경기에서는 위기관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성실함과 위기관리 능력을 모두 갖추며 선수생활을 꾸준하게 이어 나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선수 생활의 기본이다. 나 자신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기에 더 기본에 충실하며 열심히 노력을 해야 한다”며 성실함과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는 것이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비결임을 설명했다.



현재 프로축구 역사상 최다 무실점 경기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김병지는 뛰어난 민첩성과 과감한 판단력, 경기흐름을 읽는 풍부한 경험이 바탕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10월 4일 현재 그는 164 무실점 경기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병지는 “10월에 정규리그 3경기가 남아 있다.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일전들이기에 단 한순간의 방심도 흐트러짐도 용납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우리 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나는 그들을 믿고 있고 나 자신도 그들의 믿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정규리그 우승이 팬들에게 간절한 소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팬들의 그 간절함이 우리 선수들에게도 똑같다. 우선 6강 플레이오프 진출부터 확정을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최고’라는 말이 어색하고 아직은 부끄럽다는 김병지. 그를 믿는 팬들이 있기에 올 시즌도 그는 FC서울의 철벽 수문장으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팀의 우승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글=백승경 FC서울 명예기자

<김병지의 명장면 명경기>

MATCH 1 / 4월 4일 컵 대회 경남전

심우연의 골로 경남을 1대0으로 제압한 FC서울은 원정에서 귀중한 1승을 거두며 컵 대회 3연승으로 B조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이날 눈부신 활약으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김병지는 150경기 무실점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당시 김병지는 “개인적으로 500경기 출장이 목표지만 팀의 승리가 우선이다”라며 소감을 밝힌바 있다.

MATCH 2 / 5월 16일 컵 대회 대전전
전반 31분 ‘샤프’ 김은중이 FC서울의 컵 대회 4강 플레이오프 직행 축포를 쏘아 올리며 1대0으로 완승했던 경기. 이날 김병지는 전반 42분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데닐손의 슛을 감각적으로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내내 전매특허인 빼어난 순발력을 선보인 그에게 서포터즈들은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역시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MATCH 3 / 6월 20일 컵 대회 4강 인천전
FC서울이 컵 대회 2연패를 향한 귀중한 승리를 거뒀던 경기. 90분 내내 승부를 가르지 못한 양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한다. 결승행을 가르는 숨막히는 승부차기 대결이 펼쳐지게 되고 김병지는 심호흡을 하고 상대 키커들과 맞섰다. 4대3으로 한 점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의 마지막 키커 이동원이 나섰고, 김병지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백전노장답게 이동원의 발끝을 응시했다. 볼이 떠나자 정확히 방향을 읽어 정확하게 슛을 막아냈다. FC서울의 결승진출을 이끄는 것과 동시에 그가 한국 최고의 골키퍼임을 다시 한 번 알리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김병지 개인 스스로도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