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팬들에게 있어 한가지 유쾌한 속설.
'경기 종료 휘슬이 올리기 전까지는 절대 자리를 뜨지 말라!'
적어도 20년간(?) 뒤집기만을 즐겨 해왔다는 '달인' 데얀이 아직도 그라운드를 거침없이 뛰고 있다면 이 말을 절대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경기장에 오고도 자신의 두 눈으로 '10분의 기적'을 보지 못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울산에서는 이 '10분의 기적'을 주제로 한 드라마틱 한 축구 경기가 펼쳐졌다.
불의의 일격으로 선취골을 내준 FC서울이 만회골을 터트리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울산의 밀집 수비는 이를 허용치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36분, 첫 골을 어시시트했던 울산 공격수 알미르 마저 수비수인 김용태로 교체되며 경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이면서도, 가장 팀이 힘겨울 때 에이스는 빛을 발한다고 했던가? 에이스는 에이스일 수밖에 없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후반 37분, 데얀이 터트린 동점골은 왜 자신이 에이스일 수밖에 없는지를 다시 한 번 팬들에게 각인시켜 준 의미깊은 골이었다.
데얀의 극적인 골은 비단 이 날만의 일이 아니다. 양산 종합 운동장에서 펼쳐진 경남과의 지난 K-리그 5라운드에서도 데얀은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35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뽑아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바 있다.
올 시즌 단 두 골에 불과할 뿐이지만, 하나같이 절정의 감정이 이입된 짜릿한 골이었다. 그렇다면, 데얀이 유독 올 시즌에 들어서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K-리그 3년차에 접어든 데얀은 그간 76경기에 나서며 36골을 기록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중 22골이 후반전에 나온 골이라는 점이고, 특히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는 후반 70분 이후에 뽑아낸 골이 14골로 전체 골의 약 4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이 중에는 경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동점골 및 역전골이 무려 10골이나 포함되어 있다. 어시스트도 9개 중 7개를 후반전에 기록했다.
마지막까지 포기를 모르는 남자, 경기를 뒤집고자 부단히도 뛰는 남자, 그리고 끝내는 뒤집고야 마는 그 남자. 이쯤 되면 데얀에게 '몬테네그로 특급'이라는 말보다는 '뒤집기의 달인'이라는 애칭이 더 어울리지는 않을까?
팬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남자 데얀, 그것이야말로 'ACE'라는 위상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조건은 아닐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글=FC서울 명예기자 김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