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에는 선수들, 팬들 심지어 구단 프런트까지 누나 혹은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서울이고 지방이고 FC서울의 선수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자신의 몸집보다 큰 카메라를 짊어지고 나타난다. 그렇다면 전문 사진기자냐? 사진기자들 처럼 훌륭한 사진을 찍어내기는 하지만 전문 사진기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사진에는 기존의 언론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접하는 사진과는 다른 독특한 시각이 숨어있고, 또 그녀 사진 만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 인지 어떤 선수는 골을 넣고 자신의 세리머니를 찍어달라며 그녀의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두 팔을 벌린 일도 있었다.
FC서울 웹진이 만난 FC서울 사람들의 세 번째 주인공은 바로 닉네임 ‘soosia’로 더 유명한 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다. FC서울의 팬이라면 누구나 soosia777이라는 이름이 박힌 강동희 명예기자의 사진을 접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에 대해 꽤나 궁금해 했을 것이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사진은 어떻게 찍게 됐는지? 사용하는 카메라의 기종은 어떤 것이고, FC서울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됐는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그에 대한 짤막한 답변을 하자면, 동명인 농구선수 강동희 때문에 남자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분명 여자다. 게다가 나이에 비해 훨씬 어려보이는(?) 외모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지닌 대한민국의 여성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굴지의 ‘****공사’라는 회사에 다니는 번듯한 회사원이며, 사진 찍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용하는 카메라의 기종은 Cannon의 원두막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1D MarkⅡ를 사용하고, 렌즈는 그때 그때 다르다.
간단한 답변으로 가장 궁금했을 궁금증은 다소나마 해결이 됐으리라 믿고 본격적으로 그녀의 축구사랑이야기, 사진이야기, FC서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도대체 뭐 하는 분이세요? 직장은 있어요?”
이장수 감독 마저 그녀를 만날 때마다 묻는 질문이다. 홈 경기든 원정 경기든 안 나타나는 곳이 없고, 훈련장이면 훈련장, 행사장이면 행사장. 홍길동처럼 전국을 무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도대체 생업이 뭘까? 하는 궁금증과 걱정이 생겼을 법도 하다.
항간에는 ‘백조’가 아니냐는 소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건 전혀 사실과 다르다. 앞서 말했듯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이며, 올해는 승진까지 했다고 하니 업무에 있어서도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듯 하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고, 원정 경기를 찾아 다니려면 자금이 필요했을 터인데, 직장이 없이는 불가능 하지 않았을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 그동안 혹시나 마음 속으로 걱정했던 독자가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Part 1. 축구 사랑 이야기
2002년 전까지 그녀는 축구의 ‘ㅊ’자도 알지 못했다. 그러니 경기장을 찾을 일도 없었고, 오프사이드며, 핸들링 반칙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축구장을 처음 찾은 것은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평가전이 한창이던 2002년 5월 26일 한국 대표팀과 프랑스 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리던 수원 월드컵 경기장이었다.
“사람들이 다들 축구, 축구 하길래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공짜로 얻은 축구표로 경기장을 찾았어요” 우연한 기회에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된 그녀는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빨간 옷을 입고 시청 앞이며, 광화문으로 뛰어나왔던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팬이 되었다.
대형 전광판을 통해 비춰지는 선수들의 피나는 투지와 땀의 모습. 무엇보다 스펙타클하게 펼쳐지는 각본 없는 드라마의 위력에 그녀 역시 빠져 들었던 것이다. 그 중 불굴의 전사 ‘아파치’ 김태영 선수의 경기모습에 빠져 버린 그녀는 ‘축구 팬’이라기 보다는 ‘축구 선수의 팬’으로 축구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다.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는 김태영(당시 전남소속)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광양까지 밤을 꼬박 새가며 달려가 고작 2시간 경기를 보고 돌아오곤 하기를 수 차례. 그런 사이에 축구에 대한 지식이 늘어가고, 더불어 서포터스에 대한 이해, 선수 팬 클럽에 대한 이해까지 다방면에서 많은 것들이 쌓여가게 된 것이다.
그러던 2004년 우연히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창너머로 축구를 하는 선수들을 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만난 그곳이 바로 FC서울의 훈련장인 GS챔피언스파크였고, 축구를 하는 선수들은 바로 FC서울 선수들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프로축구단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호기심이 생겨 챔피언스파크에 발을 들였고, FC서울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Part 2. 사진이야기
축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2002년 월드컵을 통해서라고 하니 그리 놀랄만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사라져버렸지만 당시 길거리 응원을 통해서 많은 여성팬이 축구를 좋아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사진은 어떻게 찍게 되었을까?
사진 솜씨로 봐서는 사진을 전공했거나 또는 10년정도 사진을 찍어본 베테랑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정작 카메라를 잡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 시작해서 이제 겨우(?) 3년이 채 안됐다. 카메라를 처음 잡게 된 이유는 축구를 좋아하게 되면서 축구장을 자주 다녔지만, 정작 축구장을 다녀온 이후에는 몬가 모를 공허함을 느꼈단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순간순간을 담을 수 있는 사진을 찍어보자는 것이었고, 특별한 배움도 없이 무작정 카메라를 들게 된 것이다. 그럼 누구나 3년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그런 멋진 사진을 담아낼 수 있느냐? 그건 그렇지가 않다. 피사체를 사각의 앵글 안에 표현하고 싶은 만큼 잘라낼 수 있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타고난 센스가 필요하다.
연습으로 보완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그런 능력에 있어서 만큼은 그녀가 가진 능력은 탁월하다. 그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니 그녀의 어린 시절 꿈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만화 그리는 것을 취미이자 꿈이었던 그녀는 자신이 그린 만화를 친구들과 돌려 보는 재미로 많은 만화를 그렸다. 자연스럽게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행동 주변배경들과의 조화를 그려 넣는 연습을 하게 됐을 것이다. 그런 과정이 지금 사진을 찍어내는데 큰 연습이 됐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그토록 훌륭한 사진을 찍어낼 수 있는 가장 큰 밑바탕에는 무엇보다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더 부지런하게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닐 수 있게 하며,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진지하게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게 된 것이다.
그런 열정이 결국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팬들도 좋아하고 선수들도 좋아하는 그런 감동적인 사진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Part 3. FC서울 이야기
GS 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하는 FC서울 선수들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FC서울과의 인연. 그런 그녀에게 결정적으로 FC서울에 빠져들게 하는데는 2가지 사건이 있었다.
그 중 첫 번째는 지금은 광주상무 소속으로 군복무 중인 박용호 선수와의 만남이다. 지금은 FC서울의 어느 선수하나 아끼지 않는 선수가 없지만, 처음 FC서울을 만났을 때만 해도 박용호 선수의 잘생긴 외모와 곧은 인간 됨됨이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쉬는 날이면 이제 막 시작한 카메라를 들고 챔피언스파크를 찾았고, 선수들 하나하나를 살피다 보니 많은 선수들까지 포함해 잘생긴 FC서울 선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두번째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녀는 FC서울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기억하는 팬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004년 추석에 벌어졌던 선수단 귀성인사와 팬 사인회가 바로 그것이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FC서울이 연고 복귀 후 첫번째 연고지 행사로 펼쳤던 추석 귀성객에 대한 귀성인사 겸 선수단 팬 사인회를 성사시킨 당사자가 바로 강동희씨였다.
“당시에 FC서울로부터 팬 사인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제가 받았어요. 꼭 해야 된다고 담당자를 무진장 졸랐어요. 그랬더니 담당자분이 네가 축구 좋아해서 그런거냐며, 한번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흔쾌히 허락 해주셨죠” 그래서 귀성객들에게인사만 하는 정도였는던 행사가 사인회를 포함한 비교적 큰 행사로 커질 수 있었단다. 그렇게 맺은 인연을 통해 그녀의 FC서울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졌고, 마침내 ‘올인’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어졌는데,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지난 달 FC서울 사람들의 주인공이었던 ‘영자씨’.
인사를 나누고 '영자씨'를 통해 그라운드 안에서 경기에 대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구단에서도 경기장 출입과 촬영을 허락하게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FC서울과의 만남이 단순한 우연은 아닌 듯싶다. 그렇게 2005년 FC서울 명예기자단이 구성되기 전부터 그녀는 선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열심히 담았고, 그 과정에서 명예기자단 구성을 기획하고 있던 ‘영자씨’가 여러 차례 합류를 권한 끝에 마침내 사진담당 명예기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구단의 이익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순수한 마음 그대로 찍고 싶은 사진을 찍겠다”는 조건 아닌 조건을 걸었다. 오직 열정 하나만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원정경기를 갈 때고, 장비를 구입할 때고, 구단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100% 자비를 들여 활동을 하고 있다. 팬으로서의 순수성을 지켜가기 위함이다.
Part 4. 그녀가 말하는 FC서울
“FC서울은 모든 것이 다 감동이에요. 관중들, 수호신들, 우리 선수들, 구단 직원들, 특히 영자씨. 명예기자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그들로부터 감동을 받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되요”라며,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습과 깨어있는 모습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저는 사진 찍는 것으로 서포팅을 하는 거에요”라며 본인 역시 지지 방법을 달리한 FC서울의 지지자라고 외치는 그녀다. “팬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열심히 사진 찍어서 길이길이 남기는 거니까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겁니다”라며 앞으로도 열혈 지지를 펼쳐 보일 것을 선언했다.
한때는 FC서울이 경기에 지면 다음날까지 속이 울령거리고 머리가 아파서 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그녀. 어느 열혈 서포터 못지 않은 FC서울에 대한 사랑이 아닌가 싶다.
지난 6월 6일 성남전에서 김은중 선수는 0대1로 뒤지던 후반 동점골을 넣고 다름 아닌 그녀의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두팔을 번쩍 들어 보이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너무 가깝게 달려와 망원렌즈로는 도저히 찍을 수 없는 상황. 최고의 순간이었지만, 그날 그녀는 제대로 당시의 모습을 찍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슬퍼했다.
사실 그 순간 사진을 찍고 못 찍고를 떠나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자기 자신과의 약속. 그러한 뜻 깊고 소중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있었기에 슬픈 것이다. 저절로 박수가 쳐지게 한다.
결혼 < 축구
30대 전반전을 넘긴 그녀는 아직 미혼이다. 그러나 여전히 결혼과 축구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축구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진정한 축구마니아다.
“사실 결혼하면 주말에 경기장 못 가게 될까봐 걱정이에요. 어느 남편이 이 모든 걸 이해해 주겠어요? 같이 올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모를까?” 여러모로 볼 때 그녀의 열정을 이해하고 FC서울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팬 중에 한 명이 필요할 듯 싶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 이 모든걸 갖춘 남자분이 있다면 구단 사무실을 통해 영자씨께 비밀리(?)에 연락해 주기를 바란다.
Special Thanks to..
“무엇보다 항상 저를 믿어주신다는 것에 대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요. 저를 향해 포즈를 취해주는 선수들이 고맙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고 도와주시는 구단 관계자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어요. 저의 사진을 좋아해주시는 팬들도 고맙고, 이런저런 격려의 말을 보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항상 겸손하고 왜곡되지 않은 시각으로 K리그를 그보다 FC서울을 사랑하는 강동희 명예기자. 그녀가 택한 FC서울을 사랑방법은 바로 ‘사진’이다. 서포터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장을 찾아 큰 함성을 외치는 것처럼 그녀 역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카메라를 들고 경기장을 찾아 셔터를 누른다.
10년쯤 지난 뒤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힘들땐 비로소 관중석에서 편안히 경기를 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글=문인성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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