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의 FC서울! 급한 에스테그랄...
아자디 스타디움의 소음을 잠재워 버리고, AFC 챔피언스리그 첫 결승 진출!
이제 단 두 경기만이 남았다.
FC서울은 3일 00시 30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서 열린 2013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에스테그랄과의 경기서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9월 25일 치러진 1차전에서 데얀의 선제골과 고요한의 쐐기골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FC서울. 2대0 이상으로만 패하지 않는다면 결승이 확정되는 상황에서도 FC서울의 공격 축구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타올랐다. 그리고 우리가 원한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게 됐다.
날씨는 선선했다. 경기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날씨였다. 그리고 해발 1,200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한 경기장 또한 평소 보다 공이 조금 더 멀리 나갈 뿐 FC서울의 패스 플레이를 펼치기엔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약 9만여 명(8만 8,330명 입장)이 뿜어내는 함성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FC서울 선수들 그 누구도 생소한 환경에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이날 FC서울의 베스트11은 윤일록 대신 에스쿠데로가 선발 출장한 것 외에는 변화가 없었다. 데얀과 몰리나가 최정방을 에스쿠데로와 고요한이 좌우 측면, 그리고 중앙엔 변함없이 하대성과 고명진이 위치했다. 수비는 김치우, 차두리, 김진규, 김주영이 포백을 이뤘고, 최후방은 안방마님 김용대가 든든히 지켰다. 이에 맞서는 에스테그랄은 4강 1차전 경고누적으로 빠진 네쿠남과 테이무리안을 대신해, 아크바르푸르와 헤이다리가 그 공백을 메웠다.
경기 시작 휘슬과 동시에 에스테그랄의 공격이 시작됐다. 예상했던 대로 다득점이 필요한 에스테그랄은 매우 공격적이었다. 에스테그랄은 마지디를 향해 롱패스를 시도, 마지디가 떨어뜨려준 공을 쇄도하는 선수들이 슈팅으로 이어가는 공격 방식을 펼쳤다. 반면 FC서울은 오른쪽 측면의 고요한, 차두리의 유기적인 플레이와 하대성과 고명진의 패스플레이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경기 시작 10분 동안 숨 실틈 없는 빠른 템포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FC서울은 패스플레이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차례 위기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호수비가 FC서울의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에스테그랄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들은 결국 FC서울의 선제골이란 결실로 만들어졌다. 전반 37분 몰리나의 코너킥을 에스테그랄 수비수가 걷어냈고, 페널티에어리어 밖에서 기다리던 주장 하대성이 뒷발로 부드럽게 공을 트래핑 했다. 그리고 오른발로 한 번 드리블 후, 왼발 칩샷을 때렸다.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2013 AFC 챔피언스리그 최고의 골 후보로 손색이 없는 판타스틱한 골이었다. 그리고 하대성의 골과 동시에 아자디 스타디움엔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그렇게 전반전은 FC서울이 1대0으로 앞선 채 끝났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두 팀 모두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FC서울은 에스쿠데로 대신 한태유를 투입, 좀 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꾀했다. 반면 갈 길이 바쁜 에스테그랄은 모하메드 가지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교체카드의 효과를 먼저 본 팀은 에스테그랄이었다. 후반 4분 코너킥 찬스서 사무엘이 헤딩골로 동점을 만든 것이다. 동점골은 내줬지만, 아직 여유가 있는 FC서울이었기에 다시 패스 플레이로 정상적인 리듬을 찾아 갔다.
하지만 후반 23분 교체 투입된 한태유가 불의의 부상으로 윤일록과 교체되었다. 반면 결승 진출을 위해 3골이 더 필요한 에스테그랄은 공격수 보르하니까지 투입시키며 공격수만 5명을 투입시키는 초강수를 두었다. 무모한 전술이었지만, 후반 30분 교체투입 된 모하메드 가지가 역전골을 넣으며 순간 아자디 스타디움의 소음이 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그 소음도 3분밖에 더 들을 수 없었다. 후반 33분 차두리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드리블을 했고, 에스테그랄 수비수가 반칙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페널티킥 키커로 김진규가 나섰고, 캐논 슈터답게 강력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FC서울이 동점골을 넣자 에스테그랄은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팬들 또한 경기장을 대거 빠져나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결국 경기는 더 이상의 득점없이 2대2로 마무리 됐다.
FC서울이 드디어 AFC 챔피언스리그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K리그 팀 5연속 결승진출을 이뤄내며 K리그 위상을 아시아 전역에 떨쳤다. 이제 아시아 챔피언이 되기 위해선 단 두 경기만이 남았다. 상대는 정해졌다. 중국 C리그의 ‘광저우 에버그란데’이다. 쉽지 않은 상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이 말했듯,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그리고 FC서울은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있다.
아시아 챔피언을 향한 마지막 여정의 첫 경기는 10월 26일(토) 19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