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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토리] 2010년 유니폼 화보 촬영 현장 [2]

2010-02-09



▲ 박용호 딸 은성이와 통화하는 김진규와 한태유

평소 같으면 벌써 잠들었을 시간이지만 촬영은 계속되었다. 촬영을 마친 데얀과 정조국, 에스테베스가 퇴장하고 촬영장엔 박용호, 현영민, 한태유, 이종민, 김진규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딸 은성이와 영상으로 열심히 통화하는 박용호의 목소리에 시선이 집중됐다. 헌데 통화하는 박용호의 표정은 주장으로서 카리스마는 고사하고 어찌나 애교스러웠는지 ‘저 선수가 우리 주장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아디와 현영민도 한마디 하고 싶었는지 부녀지간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마도 화보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 아디와 현영민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아이들과의 통화가 아니었을까?



▲ 박용호 딸 은성이와 영상 통화하는 선수들

부녀지간의 닭살 돋는 대화를 듣고 있던 김진규가 “나도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러더니 이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연결음에 이어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핸드폰 스피커를 통해 들렸다. 통화상태가 나빴는지 ‘형 목소리가 안 들려요’라며 ‘진규형’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다름 아닌 기성용이었다.



▲ 기성용에게 새로운 유니폼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김진규(사진12)

기성용과 통화를 마치고 다시 누군가에게 열심히 전화를 걸기 시작하는 김진규. 마치 내가 안자는데 누군가 잠들어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잠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어이 잠을 깨우고 만다. 자정이 훨씬 넘은 야심한 밤에 전화를 받아주는 친구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혹시나 여자친구가 있지 않을까 싶어 지켜봤지만 끝끝내 여자친구와의 통화는 없었다. 김진규 선수, 딸 타령 말고 어서 장가부터 가야겠네요!



▲ 매트리스 위에서 몸을 날리는 현영민

처음 붉은 유니폼을 입고 촬영에 임하는 현영민은 ‘현성실’이란 별명답게 몸을 던져 열연하였다. 그런 현영민에게 모두들 앞에서 한마디씩 던진다. “형, 너무 열심히 찍는 거 아냐?”, “하긴 예전엔 더 심한 것도 했지”, “추운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참 달리기도 하고 그랬잖아”하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한다.



▲ 터미네이터 한태유, 메이크업 받는 자세도 터프하다! 그러나 팬들과 셀카 찍을땐 스마일맨

선수들의 장난스런 대화로 들뜬 촬영장에서 박용호가 스타킹을 갈아 신고 있는 모습이 보았다. 여러 해 전에 보았던 발레리나 강수진과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이 떠올라 실례를 무릅쓰고 보여 달라고 했다. 발을 보여 달라는 말에 ‘못생겼다’며 부끄러워하는 박용호. 발톱이 멍들고 부서진 울퉁불퉁한 발이지만 누가 그 발을 감히 ‘못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 팬들에게 항상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부끄러워했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발에 나 상처들은 그들이 지금의 이 자리에 있기 위해 흘린 땀과 노력의 흔적이었다.



▲ FC서울 수비의 핵, 박용호와 김진규 발

2008년, 2009년을 가장 아쉽게 보낸 선수가 있다면 이종민이 아닐까? 2년 동안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이종민에게 2010년은 설욕의 해가 될 것이다.



▲ 촬영중 카메라를 보며 V자 그리는 이종민(사진15)

드디어 새벽 2시가 다되어서 김진규의 차례가 되었다. 오늘 촬영한 선수들 중 최연소(?)였던지라 형님들께 양보하다보니 자연스레 마지막 차례가 되었다. 졸린 눈을 억지로 치켜뜨고 버티고 있는 김진규에게 촬영을 담당한 이상신 실장은 ‘지금 시간도 많이 늦었고 하니 내일하죠’..라며 말을 건넨다. 순간 김진규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고, 그의 놀라는 표정에 실장은 씨익 웃는다. 실장의 농담에 장난꾸러기 김진규가 당한 것이다.



▲ 촬영 중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자는척하는 김진규, 정말 저대로 잠들고 싶어 했을 것이다.

밤은 깊어 시계바늘은 새벽 3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김진규가 열심히 촬영하고 있을 때 앞서 촬영을 마친 이종민이 김진규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 이상 이야기할 힘도 없었는지 조용히 책상에 앉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기 시작했다. 늦은 밤 가족과 영상 통화라도 하는 것일까 하고 들여다보니 아니었다. 통화가 아니라 핸드폰에 저장된 딸 승아의 동영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승아의 ‘까르르르’ 웃는 소리는 그의 피곤함을 잊게 해주나보다. 동영상을 들여다보는 이종민의 얼굴은 어느새 미소가 가득했고 피곤했던 조금 전과 다르게 따뜻하고 애정이 담긴 얼굴 표정을 하고 있었다.



▲ 딸아이의 영상을 보는 이종민

마침내 김진규의 촬영이 끝났다. 선수들에게 ‘많이 피곤하죠?’라며 스텝들이 미안한 표정을 짓자, 이종민과 김진규는 ‘팬들을 위한 일이니 구단에 협조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오히려 인사한다. 긴 시간 기다렸음에도 불평 없이 오히려 괜찮다고 말하는 선수들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인사하며 퇴장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팬들에게 다가가는 FC서울, 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FC서울의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2010년 유니폼 화보 촬영 현장1편 보기**




/사진, 글 = 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