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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11월호]FC서울 사람들⑦ - 우리는 신입사원입니다!

2006-11-01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경기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모두 몇 명일까? 유럽에서 발간되는 UEFA 풋볼 8월호에서는 마케팅 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두 2500여명, 정직원은 선수를 포함해서 500여명”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들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팀의 승리를 위해 경기장 곳곳에서 주어진 임무에 충실한다.

우리 FC서울의 홈경기가 있는 날, 빨간 자켓을 입고 경기장 사방을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우리의 구단 프런트들이다.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일하고 있던 것도 잊고 아이처럼 좋아 펄쩍 펄쩍 뛰고, 실점을 하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마는 그들이 몸 안에 뜨거운 붉은 피가 도는 새로운 식구들을 맞이했다. 다부지면서도 큰 포부를 안고 들어온 4명의 신입사원! 그들은 과연 무엇을 꿈꾸며, ‘어떤’ FC서울을 만들어 가고 싶은 지 11월 FC서울 사람들 일곱 번째 이야기에서 들어보았다.

#1.긴장, 뻘쭘~ “처음 뵙겠습니다.”
합격 통지가 나고 이 네 사람이 모인 것도 바로 이 날이 처음이었다. 하나, 둘씩 우리의 신입사원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참으로 뻘쭘한 인사가 오갔다. 게다가 인터뷰를 사전 준비한 우리의 친절한 영자씨는 신입사원들의 선배(!)가 되는 참이니 긴장한 것이 당연지사. 영자씨가 친절하게도 쥬스를 내오자 허걱, 1초 안에 내용물이 사라진다. 모두 똑같이 벌컥 벌컥, 한 입에 털어 넣었기 때문.

“인터뷰가 아니라 또 면접 보는 기분이에요”라며 힘들게도 다리를 꼭 모으고 앉아 질문 하나하나에 굉장히 진지하게 대답해 준 성민씨, 굉장히 마른 몸매에 날마다 예정된(?) 야근을 견뎌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인 김선욱씨, 아이와 같은 웃음을 짓기도 하지만 주어지는 질문에 똑소리 나는 대답을 해준 류승렬씨, 수더분한 웃음과 함께 자신이 가진 FC서울에 대한 열정과 포부를 거침없이 말해준 문인성씨까지, 우리의 인터뷰는 긴장감 속에서 참으로 뻘쭘하게(?) 시작되었다.

#2.FC서울은 ‘명품’이다.
모두들 입사지원을 하기 전 FC서울에 대해 품었던 생각들이 있었을 것이다.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궁금해 하며 질문을 던지니 이구동성으로 ‘명품’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명품이 무엇인가? 누구나 소유하길 원하고, 누구나 갈망하며, 고급스러움이 곳곳에 묻어나오는 그것이 바로 명품 아닌가? 현재 K리그에서도 독보적인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며 구단을 대표하는 엠블렘, 유니폼, 선수 구성 등 모든 면면에서 ‘명품’과도 같은 이미지가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세련되었다는 표현까지 곁들인다. 오호,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과연 그들이 그리는 내일은 어떤 것일까?



축구는 그 어떤 행사가 아닌,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 류승렬씨
예전부터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다는 류승열 씨는 K리그 자체를 하나의 스포츠로 즐기기보다는 몸에 젖어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몸으로 직접 느끼고,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 하나로 밀고 나가기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주변의 문화 컨텐츠를 활용해서 젊은이들이 많이 즐기는 축제에 축구관람을 접목시키는 것도 좋을 테고, FC서울 자체를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누구나 즐기기를 원하고,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는 개봉작이 나오면 영화관에 가듯 말이죠. 그렇게 일상에 젖어 들어서 아주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이상입니다.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기 보다는 누구나 ‘당연히’ 밥을 먹듯 그렇게 축구를 보는 거죠.”

류승렬씨는 FC서울을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만듦과 동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 역시 품고 있다.
“외국인들이 FC서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을 찾고, 누군가 한국을 물으면 대표적인 것으로 FC서울을 말해줄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꿈꿉니다. 행복한 일이 되겠죠.”

가족 단위의 팬을 상암으로 끌어 모으겠다.-성민씨
사실 관중을 경기장으로 오게 하는 것은 모든 프런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것을 모두 잘 알고 있지만 참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관중 모으기다. 성민씨가 꿈꾸는 것은 ‘가족 서포터’를 만드는 것.

“축구문화는 개인보다도 가족 단위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주말마다 축구를 하는 동호회가 서울에도 꽤 많이 있는데요, 동호회 멤버들은 축구경기를 하면서 즐겁지만 집에 두고 온 가족들이 마음에 걸리게 되거든요. 그 가족들 역시 아빠 없는 주말을 보내야 하는 거고요. 그래서 프런트들은 온 가족이 상암에 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족이 함께 들어올 수 있는 특별한 티켓을 마련하는 것도 좋겠고, 주말원정을 가게 된다면 경기장 주변 지역으로 1박 2일 여행 코스 등을 소개해서 원정 경기를 특별한 가족 여행으로 만들어 주는 거죠.”
또 하나 그가 권하는 것은 바로 ‘유럽 리그를 무조건 따라가려 하지 말자’라는 것이다.

“사실 많은 분들이 K리그를 보면서 유럽 리그와 비교를 하곤 하세요. 하지만 제가 앞서도 말씀 드렸던 것처럼 직접 동호회에서 축구를 하시는 분들은 경기를 보시면 우리 리그 선수들도 노력과 훈련을 많이 하고, 좋은 경기를 한다는 것을 아시거든요. 또 다른 팀들을 보면 서포터들이 경기 중 욕설 등을 많이 하곤 하는데 그게 또 유럽 리그의 거친 면들을 따라 하는 거라고 봅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있는데 그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욕을 해대다니요. 그런 의미에서 수호신의 클린 서포팅은 정말 앞서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들을 FC서울에 중독되게 만들겠다.-문인성씨
문인성씨는 FC서울을 방송이나 사진, 인터넷 등에서 한 번이라도 더 보게 된다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경기를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을 보고 경기에 매료된다면 직접 자기 발로 경기장에 오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가 꼭 이루어 보고 싶은 것이 바로 ‘인터넷 방송국’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맨유 TV라는 자체 방송국을 갖고 있습니다. 그 구단의 역사나 선수단 운영과 체제, 실력 등이 현재의 맨유를 만든 것은 사실이나 그 뒤에는 독점적으로 맨유 홈페이지에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자체 미디어가 있었기 때문에 훨씬 상승효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면서 아시아 최초, 유일의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중계되지 않는 모든 경기와 특별한 행사 등을 자체적으로 제작, 편집해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이면 언제든지 홈페이지에 접속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지난해부터 2년 여간 FC서울 명예기자로도 활동한 바 있는 문인성 씨는 꾸준히 취재와 기사 등을 작성하기 위해 발로 뛰어 다니면서 더욱 미디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말한다.

단골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김선욱씨
서울월드컵경기장 66,080석에 매 경기 평균 1만 5천~ 2만 여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다. 구단 프런트들로서는 시즌 티켓 구매자를 제외하고는 어떤 분이 얼마나 많이 경기장을 찾아 주시는 지 알기가 쉽지 않다. 김선욱씨는 바로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사실 경기장에 처음 오시는 분도 계실 테고, 몇 년 째 와주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물론 경기를 보러 오시는 것이고 이기면 기분 좋게 가시는 등 얻어 가시는 것이 있으실 테지만 프런트 입장에서는 경기장을 찾아 주시는 모든 분이 고객이고 자주 오시는 분들은 당연히 단골 고객으로서의 예우를 해드려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시즌티켓 구매자를 대상으로 100경기 이상 오신 분은 국가대표 선수가 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하면 센츄리 클럽에 가입하는 것과 비슷하게 특별한 동판을 제작해 준다던지, 혹은 10경기, 20경기 이런 식으로 홈경기에 찾아주시는 경기 수에 맞춰서 특별 선물을 드린다던지 하는 서비스를 개선하고 싶습니다. 경기 외에 이런 재미도 쏠쏠하다면 더욱 경기장에 오고 싶지 않을까요?”



#3.나는 전직 가수였다!?
새 식구 중 좀 특이(?)한 분이 안 계실까 싶어 은근히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러자 끝에 앉아있던 성민씨, “아.. 말 안 하려고 했는데..”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게 무엇인고, 캐내보니 예상외의 대답이 나온다. “제가 사실, 아무도 기억 못하는 앨범을 낸 적이 있습니다.” 예? 좌중에 입이 쩍 벌어지며 무슨 동물원 원숭이 보듯 성민씨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저 혼자 낸 건 아니었고요, 아는 형들이랑 함께 그룹으로 앨범을 냈었어요. 그 때 같이하던 형들 중에 지금 유명해진 사람은 나얼씨라고..”

허걱, 하고 다들 눈이 뎅그래지며 되묻기 시작한다. “나얼씨요? 그 브라운 아이즈? 아아, 소서노랑 사귀는(ㅋㅋ) 그 나얼씨요?” 그러자 질문공세에 당황한 성민씨,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 잠시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SBS에서 주최하는 가요제가 있었는데 1등 상금이 천만원인 거에요. 그래서 친한 형들이랑 의기투합을 했는데 그게 덜컥 1등이 됐어요. 그렇게 앨범이 나왔지요.”

아따 이 분, 끝까지 그룹 이름을 안 가르쳐 주려고 한다! 하지만 궁금해 죽겠는데 이대로 넘어갈 쏘냐? 온갖 협박과 아양(?)을 떨어가며 그룹 이름 알아내기에 주력한 끝에 답을 받았다. 바로 ‘앤썸’이라는 그룹이었다고.
“그 때 찍은 뮤직 비디오도 있는데요, 지금 다시 보면 정말 봐줄 수가 없어요. 일찍 접길 잘했지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조금 긴장했던 걸까, 성민 씨의 전직 가수 발언(?)으로 분위기는 한껏 가볍고 유쾌해졌다.

FC서울은 고이지 않고 물 흐르듯 흘러야 한다.
얼마 전인가, FC서울이 K리그 구단 최초로 흑자 경영을 목표로 하는 구단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의 새 식구들은 이 부분을 지적하고 들어갔다. 구단도 기업이고 흑자 경영을 해야지만 돌아갈 수 있으며 돈이 있어야 선수단 운영, 설비 마련 등에 재투자를 하고 또 다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

모든 것이 세대교체를 하고 변화하듯 FC서울 역시 시대에 발맞추어, 아니 그보다 더 앞서 신선한 새 물이 온전히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10년 후, 아니 100년 후를 바라보고 싶습니다. 그 때 FC서울의 경기를 보기 위해 팬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N석 뿐 아니라 W, E, S석 할 것 없이 모두 다 함께 자신의 팀을 향해 환호를 보낼 수 있는 순간을 상상해 보세요. 짜릿하지 않습니까?”



이런 구단 프런트가 되어주세요.
팬의 입장에서 보자면 당연히 팀을 사랑하고 무한한 애정을 갖고, 축구를 직업으로써만이 아니라 정말 자신의 몸을 다 바쳐 선수단을 보좌하고 사무 업무를 해줄 프런트를 원할 것이다. 1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했지만 사실 이 사람이 어떤 이일지 결정짓는 것은 매우 성급한 행동이며 말도 안 되는 처사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은 정말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FC서울이 아시아, 아니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이 될 때까지 눈을 감을 수 없을 겁니다”라고 말한 문인성 씨나, “상암 구장 앞에 롤러 코스터까지 있는 놀이동산을 만들고 싶어요”라는 김선욱 씨나, “우리 구단이 가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그대로 둘 수 없습니다!”라고 외치는 류승열 씨나, ‘아, 정말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프런트에서 일하는 구나’라는 믿음을 받고 싶다는 성민 씨까지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들이다.

재미있는 축구, 좋은 서비스 모두 좋다. K리그의 다른 13개 구단과 차별화되는 전략도 좋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FC서울을 ‘사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사랑이 있어야 열정이 있을 것이고, 책임감이 따를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되는 일이라고 본다. 팬들과 같은 마음으로, 같은 위치에 서서 바라봐주는 프런트가 된다면 더욱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사실 이들이 꿈꾸는 것은 기존 프런트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새 식구가 늘었기에 그 꿈을 더욱 구체화 시킬 수 있는 것이고, 한 발짝 현실로 다가설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젊은 피가 수혈된 FC서울의 움직임은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아니할 지라도 꾸준히,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성장한다면 우리는 차후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만한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내일’에는 이들이 자리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내일’을 향하여, Fighting!!

글=오현정 FC서울 명예기자/사진=FC서울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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