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의 대포알 슛이 마침내 폭발했다.
강력한 슛과 파워 넘치는 수비, 그리고 팬들을 사로잡는 멋진 세리머니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선수 중의 한 명인 김진규가 멋진 중거리 슛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늘 장거리 프리킥 찬스에서 슛을 날렸지만 번번히 성공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던 김진규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승점 3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반을 0대0으로 마치고 계속된 후반 26분.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상대 진영 중앙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자 이번에도 김진규가 키커로 나섰다. 프리킥 지점에서 골 라인까지는 어림잡아도 25m이상 되는 먼 거리였다. 침착하게 볼을 놓은 김진규는 특유의 강력한 오른발 슛을 날렸고 그의 발을 떠난 볼은 상대 골키퍼가 손도 쓸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골 네트를 갈랐다.
팽팽하던 승부의 추를 가르는 멋진 골이자 FC서울에게 귀중한 승점 3점을 안겨준 값진 골이었다. 지난 2007년 FC서울에 입단한 후 자신의 첫 번째 골이기에 기쁨은 더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몇 번의 실수로 인해 겪었던 마음 고생을 훌훌 날리는 의미 깊은 골이기도 했다. 경기 후 김진규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고 그 동안의 부담을 던 듯 한결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사실 김진규의 골은 어느 정도 예상 됐었다.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부터는 파워 에 정교함이 한층 더해졌다. 그 동안에도 멋진 프리킥을 몇 번 날렸지만 번번히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는 불운도 있었다.
김진규의 골이 터지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2만 1329명의 많은 팬들은 열광했고 모두 일어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박수를 보냈다. 순간 경기장은 축제의 분위기로 변했다.
FC서울이 광주를 꺾고 정규리그 13승째를 거뒀다. FC서울은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리그 19번째 경기에서 후반 터진 김진규의 골과 데얀 최효진의 연속 골로 광주를 3대0으로 완파하고 홈 12연승의 순항을 이어갔다. 이로써 13승 6패 승점 39점을 기록한 FC서울은 선두 제주를 승점 1점차로 바짝 뒤쫓으며 선두 등극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다음 경기는 오는 11일 역시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영진 감독이 이끄는 대구와 만난다. 홈에서는 안방 필승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FC서울이 가진 능력만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또한 대구전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선두 탈환도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1위인 제주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펼치며 6위까지 뛰어 오른 수원과 원정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기회가 찾아온 만큼 가능한 승점을 많이 쌓아 놔야 한다. 대구전을 끝내면 25일 전남 원정까지 경기가 없어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전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여러모로 다음 대구전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기대는 더욱 커지게 됐다.
잘 안 풀리던 경기는 김진규의 골 이후 연속 골이 터지기 시작했다. 후반 34분에는 김치우가 올린 크로스를 골키퍼가 쳐내자 이를 정조국이 헤딩으로 살짝 연결했고 뒤에 있던 데얀이 오른발 슛으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시즌 15호 골이자 대회 9호 골을 터트린 데얀은 득점 랭킹 5위로 올라섰다. 아직 전북 에닝요와 4골 차이지만 지금의 상승세라면 컵 대회에 이어 정규리그에서도 득점왕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세 번째 골은 후반 48분 상대 골키퍼가 쳐낸 볼을 최효진 정확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연결, 승리를 자축하는 쐐기 골을 이끌어냈다. 최효진의 골로 골득실에서도 +20으로 가장 좋아 앞으로 치열한 순위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지옥 같은 레이스를 잘 넘긴 FC서울이기에 앞으로는 승승장구하는 일만 남았다. 다음 대구전에서 또 한 번의 멋진 승리로 선두 등극의 축포를 쏘아 올리기를 기대해본다.
/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