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FC 서울은 "세계적 명장" 세뇰 귀네슈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맞이했다. 20년간의 지도자 생활 끝에 2002 UEFA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망 높은 감독이다.
국내 K-리그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놀랄만한 영입이었다. 귀네슈 감독의 취임은 벌써부터 서울팬들로 하여금 내년 시즌 '달라진 FC 서울'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부풀어 오르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변화될지 예상해보자.
귀네슈 감독은 FC 서울의 사령탑을 지내면서 구단과 이뤄내야 할 3가지를 약속했다.
첫 번째로 FC 서울은 지난 2006년 컵 대회 우승과 플레이오프 진출 등 나름대로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수도 서울의 이미지에 규합되는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팬들의 안목과 기대 가치도 높아지면서 한 층 더 수준 높은 축구를 바라는 희망이 커졌다.
이에 FC 서울은 "팀 성적에 연연치 않겠다. FC 서울만의 독특한 팀 컬러를 만들어 줄 것을 귀네슈 감독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특히 귀네슈 감독은 터키의 클럽팀을 맡으면서 평균 득점 2.5골로 매우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확실한 팀 컬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둘째, FC 서울은 패기 넘치는 유망주들이 즐비한 팀이다. 박주영, 정조국, 김치곤, 한동원, 고명진, 김동석 등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들이 매우 많다. 팬들은 이러한 어린 선수들이 장차 FC 서울의 버팀목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바로 두 번째 약속은 이러한 어린 유망주들을 키워달라는 것이었다.
FC 서울의 한웅수 단장은 "선임 과정 당시 자료에서 귀네슈 감독이 수년간 심리학을 전공했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 축구의 감독에게 심리학은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때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에서 귀네슈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이을용은 "귀네슈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를 잘 꿰뚫어보고 그에 맞게 잘 가르치는 감독이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귀네슈 감독의 이러한 사실은 선임 결정에 매우 큰 메리트로 작용했고, 이는 향후 FC 서울의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에도 심리학의 활용이 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FC 서울은 귀네슈 감독에게 지도자 교육을 부탁했다. 혹시 모를 3년 뒤 팀을 떠날지라도 그의 공백이 없도록 현재의 코치진들에게 본인의 모든 지도 노하우를 전수하고 떠날 것을 부탁했다.
이는 현재 코치진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와 최근 지도자 수업을 받기 위해 해외로 연수를 떠나는 많은 사례를 미뤄보아 향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어하는 노장 선수들에게 국내에서의 성공적인 지도자 수업의 발판을 마련토록 하기위한 제도적인 기틀 마련으로도 풀이된다.
귀네슈 감독은 위 세 가지 약속을 받아들여 FC 서울이 수도 서울에 걸맞는 명문 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토대로 그는 한국에서의 새로운 도전과 성공을 써 내려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에 푹 빠지게 됐다던 귀네슈 감독은 결코 돈 때문에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귀네슈 감독은 이란의 한 클럽으로부터 FC 서울이 제시한 금액의 두 배에 가까운 연봉을 제시 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FC 서울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한 때 대한민국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물망이 올랐던 그였지만 터키어 밖에 구사하지 못하는 언어적 장애가 있기도 하다. 구단에서는 그에게 영어를 배울 것을 요청하였고, 이 역시 적극 수용하여 앞으로 구단에서 마련한 별도의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그가 얼마나 한국 행을 열망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귀네슈 감독은 내달 6일 입국한 뒤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FC 서울의 새 사령탑으로서 포부를 밝힐 예정이다.
글=김주용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