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먼 여정이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9시간 넘게 날아온 첫 번째 기착지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공항. 사우디 제다로 떠나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3시간 가량 기다린 후 다시 3시간을 더 날아 마침내 결전의 장소에 도착했다. 한 시간 가량의 입국 수속을 마치고 또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에 걸쳐 마침내 숙소인 메리어트 호텔에 도착했다.
구리에서 출발해 이곳 호텔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21시간 정도. 거의 하루가 소요된 셈이다. 서울과 제다의 시차는 6시간. 공항에서 밖으로 나오자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 등 그야말로 곳곳이 복병이라 할 만큼 쉽지 않은 여정이다.
선수들은 무척이나 피곤할 법 하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고 다행히 표정은 밝았다. 아디는 “오늘 당장 경기를 뛰어도 괜찮을 정도로 컨디션은 좋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공항에서는 마중 나온 알 이티하드 관계자들이 미리 준비한 두 송이로 이루어진 미니 꽃다발을 모든 선수들에게 나눠주며 환영의 뜻을 표했고 현지 기자들도 다수가 나와 취재 경쟁을 펼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오후 1시. 사우디에서의 첫 식사를 가졌고 이후 선수들은 마사지를 받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짐을 풀 새도 없이 곧바로 상대 분석에 들어가는 등 바쁜 일정을 쪼개 활용했다.
첫 훈련은 오후 8시. 호텔에서 15분 가량 떨어진 현지 은행 소유의 축구장에서 첫날 훈련을 가졌다. 바닷가에 인접해서인지 저녁때가 되자 선선한 바람이 많이 불어 날씨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 수 있었다. 특히 습도가 높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웠다. 반면 훈련장 시설은 열악했고 바로 옆 수영장에서는 어린이들이 수영을 하는 등 분위기도 조금 어수선했다.
장거리 원정을 감안, 한 시간 정도로 첫 날 훈련을 마무리 했고 주로 슈팅과 패스 등 컨디션 조절에 중점을 뒀다. 밤 10시 반에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기나 긴 첫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재미있는 것은 현지 언론의 뜨거운 관심. 점심 식사 시간에는 아무런 예고 없이 현지 사진 기자가 식당에 나타나 갑자기 사진을 찍어대더니 오후 훈련장에도 현지에서 가장 크다는 방송국에서 역시 아무 예고 없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결국 이들은 호텔까지 선수단 버스를 쫓아오는 열의(?)를 보였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반갑지만 한 마디 양해 없이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이댄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에피소드 하나. 마침 훈련장을 지나던 현지의 한 팬이 “누가 이길 것 같냐”고 묻길래 당연히 FC서울이라고 했더니 “예전에 알 이티하드가 성남을 아주 크게 이긴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알 이티하드 이길 것”이라고 했다가 표정이 단호한 것을 보더니 결국에는 “행운을 빈다”는 말로 마무리 지었다.
크게 특이할 만한 일이 있진 않았지만 이 곳의 축구 열기는 아주 뜨겁다고 한다. 2만 1천여 석의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극성적인 응원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FC서울을 위해 현지 한국 교민이 경기장을 찾을 예정이지만 장거리 비행과 무더위, 그리고 6시간의 시차(실제로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15일 새벽 2시 35분에 열린다)와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등은 분명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아 정상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FC서울 전사들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원정에서 귀중한 승리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제다(사우디)=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