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를 받긴 했지만 이렇게 좋을 때가 또 있을까.”
25일 광주와의 컵대회에서 2대0 승리를 이끈 ‘패트리어트’ 정조국이 훈훈한 팬 서비스를 펼쳐 팬들을 감동시켰다. 후반 34분 쐐기골을 터트리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정조국은 유니폼을 들어 올리는 골 세리머니를 펼치다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규정상 유니폼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릴 경우 경고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고를 받았어도 정조국의 얼굴은 환했고, 팬들도 무척 반기는 분위기였다. 항의를 할 법도 한데 정조국은 그저 멋쩍은 웃음만 보였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정조국의 골 세리머니에 뭔가 특별함이 숨어 있었던 것.
최근 FC서울 홈페이지 게시판(일명 서게)에는 선수들의 이름을 딴 ‘당’들이 존재한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따 ‘당’을 만들고 경기 결과 예상 맞추기 놀이를 하며 다른 ‘당’들과 경쟁을 하기도 하는 무척 독특하면서도 재미가 있는 온라인 활동이다 . 특히 그 중 정조국을 좋아하는 홈페이지 회원들이 모여 만든 ‘조국당’은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모임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엄연히 오프라인 모임까지 하면서 정조국을 응원하는 든든한 지지자들이 된 것이다.
그런 그들이 지난 23일 정조국의 생일에 맞춰 생일 케이크와 정조국의 캐릭터가 들어가 있는 티셔츠를 선수에게 직접 전달했다. 그리고 정조국은 ‘조국당 총수’답게 자신의 캐릭터 티셔츠를 꼭 입겠다고 약속을 했다. 실제로 25일 광주전에서 유니폼 속에 그 티셔츠를 입고 나온 정조국은 후반 34분 골을 넣은 이후에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유니폼을 멋지게 들어 올려 그 티셔츠를 선보였다.
그 상황을 본 이삼호 주심은 바로 옐로우 카드를 들어 올렸고, 정조국은 특유의 ‘살인미소’로 주심을 안아보기까지 했지만 주심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삼호 주심도 경고를 주는 상황이 재미있는지 그저 웃기만 할뿐.
경기 후 많은 팬들이 정조국의 팬 서비스에 감동을 받았다. 경기장에서 만난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직접적으로 선수가 팬에게 저렇게 사랑을 표현한다는 것이 너무 감동스럽다. 멋진 선수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평소에 인터뷰를 할 때면 “팬들을 위한 멋진 골 세리머니를 많이 준비했다. 경기장에 와서 직접 확인해 달라”며 ‘팬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조국은 자신보다 팬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 또 경기장에 보다 많은 팬들이 찾아 올 수 있도록 자신이 직접 나서서 홍보하는 ‘홍보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골을 터트리며 FC서울을 이끌어 가고 있는 동시에 29일 경남전을 준비하고 있는 정조국은 다음에도 독특하고 잔잔한 ‘팬 서비스’를 펼치겠다고 약속해 벌써부터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백승경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