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얀, 윤일록이 각각 두 골. 몰리나가 한 골 기록하며 손쉬운 승리
- 조 1위 오르며 ‘아시아 정상’ 향한 순조로운 출발
K리그 클래식 챔피언은 확실히 달랐다. FC서울은 2월 26일 오후 7시 30분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중국 슈퍼리그 준우승팀인 장수 세인티(이하 장수)를 홈으로 불러들여 5-1로 승리했다. 전반 데얀과 윤일록이 연속골을 터트렸고, 후반에도 윤일록과 데얀이 번갈아가며 득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종료직전 몰리나 역시 쐐기골을 넣으며 팀 승리에 도움을 보탰다.
2011 시즌 이후 1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한 FC서울의 목표는 ‘아시아 정상’. 쌀쌀하고 흐린 날씨 속에서도 경기장을 찾은 6,231명의 관중이 이러한 기대감을 증명했다. 길었던 겨울잠에서 깬 듯, 서울월드컵경기장 주변은 한동안 잃었던 활기를 되찾았다.
장수를 상대한 FC서울의 라인업은 ‘승리’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최용수 감독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모두 내놓았다. ‘데몰리션’인 데얀과 몰리나를 비롯해 ‘캡틴’ 하대성 그리고 ‘거미손’ 김용대까지. FC서울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섰다. 반면 장수는 지난 시즌 슈퍼리그 득점왕인 나탈레가 부상으로 결장해 또 다른 용병인 예프티치가 그 자리를 메웠다.
예상대로 경기는 초반부터 FC서울의 분위기였다. 안정적인 미드필더 운용을 통해 허리를 장악한 FC서울은 네 명의 공격진이 포지션을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리고 전반 시작 7분만에 데얀에 발에서 첫 골이 나왔다. 에스쿠데로가 상대 수비수 두 명을 끌고 페널티 박스 왼쪽으로 돌파 후 뒤로 내준 볼을 노마크 찬스에 있던 데얀이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한 것. 상대 키퍼 덩 샤오페이가 손을 뻗어봤지만 공은 이미 골망을 가른 후였다. 서울 선수들은 요람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데얀의 득남을 함께 기뻐했다.
첫 골 이후에도 FC서울의 파상공세는 이어졌다. 장수는 전반 23분에서야 첫 슈팅을 기록했다. FC서울 왼쪽 진영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주 씨앙이 백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FC서울이 팀플레이를 통해 추가골을 뽑아냈다. 전반 32분 데얀이 수비수를 이겨내며 골대 앞 윤일록에게 패스했고 윤일록은 하대성과 2:1 패스를 주고받은 뒤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올 시즌 FC서울의 유일한 이적생인 윤일록은 데뷔 경기에서 득점하며 자신의 팀 적응이 순조로움을 알렸다. 장수는 전반 종료 직전 주 씨앙이 또다시 헤딩 상황을 만들었지만 공은 골대를 외면했고 전반전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후반전 들어 두골을 만회하기 위해 장수가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경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장수는 계속해서 압박의 강도를 높였지만 오히려 추가 득점은 FC서울의 쪽에서 나왔다. 후반 55분 상대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에스쿠데로가 볼을 띄워주자 몰리나가 뒷발로 측면으로 연결했다. 윤일록은 이를 왼발로 가볍게 차 넣으며 자신의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점수차가 세 골차로 벌어지자 경기는 완전히 FC서울 분위기가 됐다. 후반 60분 고요한이 상대 오른쪽 라인을 무너뜨리며 크로스를 올리자 데얀이 오른발로 손쉽게 팀의 네 번째 득점을 만들어 냈다. FC서울은 후반 68분 두골을 기록한 윤일록을 빼고 한태유를 투입하며 수비진의 안정을 꾀했다.
장수는 후반 교체해 들어온 살리히가 후반 79분 한 골을 만회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몰리나는 후반 86분 팀의 다섯 번째 골을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상대 패널티 박스 안 혼전 상황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 것이 주요했다. 후반 88분 ‘FC서울 앙리’ 박희성이 데얀과 교체되며 데뷔전을 치렀다.
오늘 승리로 FC서울은 같은 조인 베갈타 센다이(일본)와 부리람(태국)을 누르고 조 선두를 차지했다. K리그 클래식 2연패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FC서울에겐 그야말로 기분 좋은 출발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K리그 클래식 개막이 기다리고 있다. 3월 2일(토)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 FA컵 우승팀인 포항 스틸러스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FC서울의 발걸음이 가벼워보인다.
/취재=FC서울 명예기자 김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