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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10월호]외국인선수 가족들이 이야기 하는 한가위. 그리고 한국

2006-10-03



외국인 선수 가족들에게 듣는 한국, 그리고 한가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 세상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내며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기회는 안타깝지만 흔치 않다. 마음먹고 날을 잡지 않는 이상, 바쁘기만 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그런 기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이면 가능하다. 조그마한 글씨로 음력 8월 15일이라 적혀져 있는 달력의 빨간 날. 바로 한가위. 그래서 인지 한가위가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지금 달력을 보는 이들의 눈엔 설렘이 한 가득 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반가운 존재인 한가위, 그런데 갑자기 드는 약간은 엉뚱한 궁금증, 과연 외국에는 우리에게 한가위 같은 그들만의 반가운 존재가 있을까? 분명 우리 내 한가위와 같은 큰 명절이 있을 텐데. 그러고 보니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는 히칼도, 아디, 두두 그리고 레안드로 코치의 가족들이 흥미로운 답을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남편을 따라 한국땅을 밟고 살며 겪은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으니 이거 말 그대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대전과의 경기가 있던 지난 24일, 언제나 그랬듯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은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FC 서울 명예기자단 이란 말에 그들은 더 없이 밝은 표정으로 기자단을 반기며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한가위부터 그들에게 있어 한국이라는 나라가 갖는 의미까지, 지금부터 그들을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가위요? 알고 있죠.
어떤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할까? 아무래도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좋겠다는 판단 하에 던진 첫 번째 질문. 바로 ‘한가위를 아세요?’ 하는 것이었다. Thanksgiving Day를 예로 들어 설명했더니 이어지는 대답. 알고 있단다. 한가위가 어떤 의미이며, 한가위에 무얼 하는 지와 같은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한가위라는 명절이 있다는 것도, 그것이 한국의 가장 큰 명절이라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단다.

우리 내 민족 대 명절인 한가위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적어도 이들에게 한국이 낯설지 않은 존재일 것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이들은 지금 한국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요..
그럼 이제 슬슬 본격적인 질문으로 들어가 봐야 할 텐데, 과연 브라질과 포르투갈의 대 명절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브라질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삼바축제’가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바축제’를 보이는 그대로 축제라 알고 있지만 브라질에서는 삼바축제가 우리 내 추석 과 같은 대 명절이라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삼바축제가 브라질의 명절이었다니, 이들이 명절을 어떻게 보내는지 그 모습은 머리 속에 쉽게 그려 볼 수 있을 듯 하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은 어떨까? 여러 국경일 혹은 명절이 있지만 그 중 포르투갈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국경일은 ‘6월 10일 포르투갈의 날’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카톨릭 교가 주를 이룰 뿐 아니라 종교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종교 축제도 빼 놓을 수 없는 존재들 이라고 하는데, 가톨릭교의 풍습대로 4순절 직전 3일에서 1주일이 바로 그 종교축제에 해당 된단다.

명절에 즐겨 먹는 음식으로 포르투갈의 경우, 과일이 많이 들어간 케이크를 만들어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들이 흔히 먹는 생크림 케이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듯 싶다.

이렇게 브라질이나 포르투갈은 그 나름대로의 명절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유일하게 우리나라 명절문화와 같은 것이 한가지 있다면 바로 이것! 가족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먹고 마시며 함께 즐긴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아닐까?



한국, 그리고 한국문화
명절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 한가지, 바로 전통문화인데, 특히 명절 때는 우리 내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려 어느 때 보다 쉽게 전통문화를 체험 해 볼 수 있다. 이런 행사에 참여 한다면 이들이 한국을 알아가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라도 우리 나라의 전통문화를 접해 본 경험이 있을까? 경험해 본적은 없지만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전통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대답이었다.

특히 히칼도의 아내인 엘리사베스는 이 부분에 대해 할말이 많은지 좀 더 많은 얘기를 들려 주었는데, 평소 엘리사베스는 아들 디아고, 곤살로와 함께 공원을 많이 찾는단다. 공원뿐 아니라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디아고와 곤살로에게 한국을 좀 더 많이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지만 기회가 없었고, 또 가고 싶어도 함께 갈 사람이 없어 가지 못했다고 말하는 엘리사베스. 아쉬움 가득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당장이라도 한국 전통문화를 알려주는 도우미가 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렇듯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찬 이들, 그렇다면 이들은 한국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무엇보다 안전해서 좋단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도 불안하지 않을 만큼 치안이 잘 되어 있어 살기 좋다고. 어떤 질문을 해도 아이들 얘기를 가장 먼저 꺼내는 이들, 천상 엄마다.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애정까지 가지고 있는 이들, 주저 없이 한국이 좋다고 말하며 활짝 웃는 이들에게 앞으로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처럼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기를 바래 본다.



<왼쪽부터 두두의 아내와 어머니, 히칼도의 아내, 아디의 아내, 레안드로 코치의 아내와 딸>


가족 그리고 나의 나라
아무리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고 해도 가족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쉽게 달랠 수 없을 텐데, 특히 코앞으로 다가온 한가위가 가족,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한층 더 진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평소 느끼는 그리움은 어떻게 달랠까? 바로 인터넷이 해결사란다. 평소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너무나 그립긴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어머니, 삼촌 등 가족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그리움은 절로 잊게 된다고 한다.

특히 브라질이나 포르투갈과 달리 친절하고 다정한 한국 팬들을 볼 때면 힘이 난다고 하는데, 브라질이나 포르투갈의 경우 축구에 대한 열정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끔 과할 정도로 열정적이어서 경기 내용에 따른 반응이 극과 극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 팬들은 경기 내용도 경기 내용이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인지 친절하고, 따뜻해 경기장에 올 때면 늘 설레고 기쁘단다. 한국 팬들이 힘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아직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들은 지금 한국을 보고, 듣고, 느끼며 알아가고 있었고, 아는 만큼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 듯 했다. 이번 한가위 연휴는 아니더라도 다음 한가위쯤이 되면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즐거워하는 이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무쪼록 한국에서 보내는 순간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 하기를 바란다.
또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늘 엄마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아 너무나 예쁜 눈으로 경기를 보며 한국을 배우는 이들 아이들 에게도 한국이 늘 그렇게 따뜻하고 좋은 나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친절하고 또 친절하게 시간을 내어준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Muito obrigado!’



<귀여운 모습의 아디의 딸. 머리 모양만 봐서는 두두의 딸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아디의 딸이다.>


글=공희연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김주용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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