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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긴급출동 구급상자! 그 안에는 무엇이?

2008-03-05



긴박함이 흐르는 경기.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와중에 휘슬이 울리며 상대방 수비수의 깊은 태클을 당한 우리 팀 선수 한 명이 그라운드에 넘어진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발목을 잡고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몹시 괴로운 듯 보인다. 곧 주심의 신호와 동시에 벤치에서 선수를 향해 전력 질주하여 다가가는 응급팀의 손에 들린 빨간 가방 하나. 경기장 내부에서 긴급하게 조치를 취한 후 다시 그라운드 바깥으로 뛰어나가는 응급팀의 등 뒤로 쓰러졌던 우리 선수는 당당하게 일어나 다시 그라운드를 질주한다. 그 응급처치 가방 속에는 과연 어떤 물품들이 들어있을까? 어떤 응급 조치를 했기에 괴로워하던 선수가 금 새 일어나 다시 씩씩하게 뛸 수 있게 된 것일까? 궁금하다.



그 스프레이의 비밀, 순간 냉각제!

경기 중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에는 그 정도에 따라 그라운드 안에서 조치할 수 있는 경우와 경기 지연을 막기 위해 라인 밖으로 물러나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나뉜다. 빨간 가방을 든 응급팀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을 경우, 트레이너(사실 응급팀이기 보다는 선수들의 재활과 치료를 돕는 트레이너다)가 선수의 부상 부위에 어떤 스프레이를 여러 번 뿌리고 그 동안 부상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가와 생수를 마시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 그 가방 안에는 생수와 수건, 얼음주머니, 그리고 그 스프레이가 들어있다. 그렇다면 그 스프레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선수가 발목을 잡고 쓰러졌건, 허벅지를 차여서 넘어졌건, 부상 부위가 어디건 간에 어김없이 스프레이가 뿌려진다. 그러고 나면 넘어져 있던 선수는 일어나 몇 번 절룩거리며 걸어보다 곧바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질주하며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이 스프레이를 파스 혹은 진통제 정도로 알고 있으나 정확한 명칭은 ‘순간 냉각제’다. 즉 분사되어 피부에 닿는 순간 1초도 안돼서 부상 부위의 열을 식혀주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통증 자체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등의 기능은 전혀 하지 못한다. 이는 부상을 치료하는 행위라기 보다는 단시간 안에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하는 것으로서 부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만 행해지는 조치다. 그러나 이 스프레이형 순간냉각제는 냉매로 사용되는 성분이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올해부터 사용이 중지되고, 대신 하나의 물줄기가 뿜어져 피부에 닿는 순간 열과 함께 증발하는 새로운 형태의 순간냉각제가 개발되어 본격적인 사용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순간냉각제는 환경친화적 일뿐만 아니라 아로마 향이 나기도 해서 선수들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철가방의 비밀!
이외에도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 팀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짐과 동시에 들것이 들어와 라인 밖으로 실려가는 모습이다. 선수를 실은 들것이 라인을 벗어나면 곧 경기가 재개되지만 팬들은 실려나간 선수가 혹시라도 큰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얼마 후 일어나 조금 몸을 풀더니 곧바로 그라운드로 뛰어드는 선수의 모습에 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런데 트레이너들이 벤치에서 가져가는 가방이 있으니 그것은 그라운드 안에서 보았던 빨간 가방과는 다른 조금 더 큰 철가방(중국집 철가방과는 다르다)이다. 저 가방 안에는 또 어떤 물품들이 들어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방은 선수들의 부상이 순간냉각제로는 처치할 수 없는 정도라 판단되어 라인 밖으로 실려 나와 치료를 받을 때에만 사용된다. 즉, 경기장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가방인 것이다. 이 가방 안에는 기본적으로 ‘구급가방’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연고, 소독약, 밴드, 붕대 등의 물품이 모두 들어 있다. 그 중에서도 붕대는 용도에 따라 매우 여러 종류가 구비되어있다. 노란색 붕대는 상처가 났을 경우 사용하고, 흰색 붕대는 탄력이 있어 선수들이 근육 부상을 당했을 때 사용한다고 한다.

축구 선수는 언제나 부상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 직업이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기에,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선보이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그라운드에 누워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는 선수를 보면 가슴이 철렁하다. 그러나 이내 다시 일어나 그라운드를 뛰는 것을 보면 안심이 되고 더욱 더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보이며 자신의 열정을 불태울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글=박나은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