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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9월호]9월의 키워드 'FC서울과 가을'

2006-09-01



하던 일을 잠깐만 멈추고 이 세가지를 머리 속에 그려보자. 감미로운 음악, 깃을 세운 바바리 코트, 황홀한 빛으로 물든 산과 들. 뭔가 떠오르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혹시, 아직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분들을 위한 결정적 힌트 하나, 남자의 계절. 이쯤이면 모두들 눈치를 채셨으리라 믿는다.

그렇다. 온통 황금빛으로 물든 산과 들을 시원한 바람이 스치듯 지나 가는 계절 가을, 말하고자 했던 단어가 바로 이 가을이다.

요즘 날씨를 고려해 본다면 가을은 아직 다른 세상 얘기 같지만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는 벌써 지났고, 더위가 가시고 본격적으로 시원한 날씨가 시작된다는 처서도 이미 지났으니 엄격히 말해 이미 우리는 가을을 맞이했다. 그런데 위에서 공개했던 결정적 힌트처럼 가을은 소위 남자의 계절이란다. 어쩌다 그런 얘기가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으나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니 생겨나는 호기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특히 사계절이 상관없는 그라운드 위의 사나이, 우리 선수들에게 가을은 어떤 존재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던져 봤다. ‘가을’ 이라는 키워드. 이제, 귀 기울여 들어보자. 선수들이 전해주는 가을 이야기.



가을을 탄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데, 혹시 가을 타세요?’ 라는 질문에 대한 선수들의 대답. 거짓말은 단 1%도 안 보태고, 그 어떤 선수에게도 ‘네’ 라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정말 그럴까?

사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래서 더 반가운 결과 일지도 모른다. 가을이 남자의 계절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가을을 타는 남자들은 주위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가을을 탄다는 선수들을 단 한 명도 발견할 수 없었던 이유, 우리 선수들에겐 그 어떤 것 보다 큰 존재가 머리 속에 꽉 차 있기 때문이다. 머리 속에 꽉 찬 그 무엇 때문에 우리 선수들은 가을을 탈 겨를조차 없는 것이다. 예상 하셨겠지만, 머리 속에 꽉 찬 그 무엇은 바로 ‘축구’ 그리고 ‘FC 서울’.

우리 선수들은 바바리 코트의 깃을 세우고 고독을 씹으며 가을을 만끽하는 여유 대신, 푸른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며 나를 위해, 또 팀을 위해 축구에 집중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도 가까이 다가온 가을을 만끽하고 싶지 않는지 되물을 수 있었지만, 그 선택에 후회가 남든, 남지 않든지 간에 누구에 의한 선택이 아님을 알기에, 이 가을, 선수들의 머리 속을 꽉 채우고 있는 정체가 무엇인지, 그 중요성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기에, 그저 선수들의 얘기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어쨌거나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호기심에 대한 결론은 아마도 이렇게 내려야 할 듯싶다. 믿음직한 우리 FC 서울의 선수들은 가을을 타지 않으며, 그들에게 가을은 그저 때가 되면 찾아 오는 계절에 불과하다고.



가을이요? 가을이라
경기 생각으로 가을을 탈 겨를조차 없다는 우리 선수들의 대답이 고맙기는 했지만 좀 더 다양한 얘기를 듣지 못해 남는 약간의 아쉬움. 그러나 우리 선수들 가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느냐는 질문에 처음보다 다양한 대답들을 펼쳐 보였고 약간의 아쉬움은 이내 채워졌다.

‘가을이요? 글쎄요?’ 하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곰곰이 생각하며 다양한 대답을 해 주는 선수까지, 가을을 즐길 여유는 없어도 가까이 다가온 가을을 이미 느끼고 있었나 보다.

시원한 바람, 선선한 날씨 덕분에 운동하기가 조금이라도 수월한 가을이 반갑다는 우리 선수들, 그런데 한태유 선수는 조금 다른 대답이었다. 왠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 때문에 가을이 싫다고. 가을하면 낙엽이 가득해 왠지 모르게 쓸쓸한 거리가 생각나는가 보다. 이렇듯 우리에게 그런 것처럼 선수들에게도 가을은 여러 가지 모습이었다.

단란한 가정이 있는 선수들은 가을하면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추석이 떠오른다고 많이 답했는데, 김은중 선수도 그 중 하나. 식상한 대답 같지만 오히려 가족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왠지 모르게 더 푸근해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까?

가을 하면 또 단풍놀이를 빼 놓을 수 없는데, 안태은 선수도 단풍놀이가 가고 싶은가 보다. 가을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단풍놀이를 가고 싶다는데, 지금 당장은 무엇이든 팀이 우선이기 때문에 가고 싶다는 마음만 먹는단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은 가을하면 소풍이라는 단어를 많이 떠올리지 않을까 했는데, 팀이 우선이라는 안태은 선수부터 이번 가을, 게임에 최대한 많이 나가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는 김동석 선수까지 어린 선수들의 가을을 맞는 각오는 누구보다 다부졌다.

이야기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 한가지, FC 서울의 이장수 감독님께 가을은 누구보다 의미 있는 존재라는 사실. 감독님 생일이 바로 가을 이라고. 조금 있으면 다가올 감독님의 생일, 축하메시지를 보내는 센스를 발휘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가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양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 그 다양함 속에 있는 한가지 공통점, 선수들에게 가을이라는 단어는 어떠한 방향으로든 현재 눈 앞에 다가와 있는 경기와 연결된다는 사실이 아닐까?



가을, 의미 있는 계절로
선수들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는, 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기에 ‘선선한 가을이 되면 여유를 찾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들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는 달리 가을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얘기 속에는 넌지시 던진 가을이라는 단어 보다 FC 서울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앞서 있었다.

아마도 선수들에게 축구와 분리 된 가을이라는 단어는 쉽게 상상하기가 어려웠나 보다. 후기리그가 시작 된 지금, 가을도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인지, 축구와 관계 없이 가을만 놓고 하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을 못하다가도 축구와 연관 지어 생각하면 이런 저런 얘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경기와는 별개로 가을이라는 단어에 대한 얘기를 들으려는 처음의 의도와는 조금 달라 졌지만, 그것이 아쉽다기 보다 오히려 기분 좋았던 것은 그만큼 눈 앞에 닥친 한 경기, 한 경기에 대한 선수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시작된 후기리그에서 좀더 열정적인 모습으로 경기에 임해 좋은 성적을 낸 다면 이번 가을이 선수들에게나, 그들의 지지자들에게나, 더 나아가 팀에게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단단한 각오를 밝힌 선수들.

FC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친 그들 앞에 성큼 다가온 가을의 시원함만큼이나 시원한 승리만이 있기를 바라며 선수들의 가을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짓는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있는 FC 서울의 지지자 여러분들에게 가을은 어떤 의미일까? 선수들 보다 좀 더 다양한 의미들이 존재하겠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 아니, 확신 하고 싶은 것은 이번 가을을 의미 있는 순간으로 만들고자 지금 이 순간에도 가을이 여름인양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의 마음과 FC 서울 지지자 분들의 마음이 한 가지 모습이라는 사실이 아닐런지..

글=공희연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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