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관중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서포터스의 열띤 응원과 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통해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은 매경기 축구라는 문화와 하나가 되어 숨을 쉰다. 그리고 언제나 팬들을 위한 그라운드를 연출하는 FC서울은 매경기 K리그 최고 관중과 함께 '축구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FC서울의 홈경기는 뭔가 다르다’라는 평가가 이를 대변하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단 한명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FC서울 프런트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성심을 다하여 노력한 결과다. 그러나 그 중 유독 경기장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열정으로 모든 어려운 일을 이겨내며 오직 팬을 위한 경기장 연출을 생각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FC서울 웹진에서 놓치지 않고 그를 만나보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FC서울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는 홈경기 담당자 이재호 대리다. 8월 23일 후기리그 개막전이 열리던 날 하루 종일 ‘팬들을 위한 축구장’만을 생각한다는 그의 하루를 쫓아가 봤다.
AM 07:00 / 힘들게 일어나는 아침
주말에도 일하는 것이 프로축구 프런트의 스케줄이다. 홈경기가 주말에 열리는 날에는 오전 11시까지 출근해 경기를 준비하지만 경기가 평일에 열리는 날에는 여느때와 같이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을 한다. 잠이 많은 편이라는 이재호 대리는 게다가 거의 대부분 퇴근 시간이 오후 11시~오전 1시까지 들쭉날쭉이어서 항상 피곤과 싸워야 한단다. "날마다 조금씩 시간이 다르지만 대부분 평일에는 8시 30분에 출근해요. 제가 잠이 좀 많아서 7시에 일어나는데, 그래서 일어나자 마자 바로 회사로 달려오죠."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 보다는 생기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오늘은 다름아닌 후기리그 개막전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AM 08:30 ~ PM 03:00 / 사전준비, 빠듯하기만 한 시간들
팬들이 즐기는 홈경기 한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실 경기 당일보다는 경기 하루 전이나 2~3일 전이 더 힘들고, 준비할 것이 많다. 경기 당일에는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에 대한 확인 작업과 빠뜨린 것이 없는지에 대한 체킹 작업이 주요한 일들이다. 출근하자 마다 너무나도 바쁘다. 프로축구경기 자체를 준비한다는 것이 그저 선수들을 경기장안으로 들여보내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 같았으면 이렇게도 힘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경기 당일 이재호 대리가 하는 일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무척이나 많았다.
“우선 경기 전체를 진행하는 시나리오 작성과 마무리, 전광판을 통해 상영될 영상물 확인, 행사요원과 진행자 점검 및 배치 등 경기 진행과 관련한 전반적인 확인 작업들을 합니다. 그 이후에는 홍보팀, 운영팀과 함께 협의가 필요한 업무들을 조율하고, 경기 시작 전까지 확인의 확인을 거듭하며 준비에 만전을 기합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경기 당일 진행될 이벤트나 행사에 대한 컨셉은 마케팅팀 회의와 직원 전체 회의를 통해서 사전에 기획하고 준비하게 된다고 한다. 마케팅팀 위주의 기획이라도 홍보팀에게는 이슈가 될만한 사안들을 내줘야 하고 선수단과는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면서 많은 일들을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재호 대리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PM 4:30 / 영상운영실로 달려간다
오후 4시 30분. 경기 Kick-off는 오후 8시. 경기 시작까지는 3시간 30분이 남은 시간 이재호 대리는 황급히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전광판과 음향을 관리하는 영상운영실로 달려간다.
“지금 영상운영실로 가서 오늘 전광판에 나갈 동영상과 사진 그리고 음향들을 확인 해야해요. 반드시 정해진 시간표에 맞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되죠.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없어요”라고 말고 말하며 연신 바쁜 모습이다.
영상운영실에 도착하자 이재호 대리는 영상 화면의 상태, 내용, 강조해야 할 부분들을 확인하면서 최종 진행순서와 방향을 확정한다. 또한 경기장내에 설치된 카메라들을 통해서 매표소와 출입구의 상황도 일일이 체크한다. 그러나 아무리 사전에 준비를 한다고 해도 돌발적인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냐고 묻자 한참을 생각하더니 “2004년의 일이었어요. 어떤 노인 한 분이 갑자기 경기장 안으로 난입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그 이후에는 뭐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최홍만 선수처럼 시축을 하러 오기로 한 사람이 약속한 시간에 늦거나 도착하지 않으면 정말 식은 땀이 나죠.(웃음)”
PM 5:00 / 이제 조금 한숨을 돌린다
영상운영실에서의 확인이 끝나고 잠시 숨을 돌리는 이재호 대리. 그런 그에게 어떤 부분을 가장 집중을 해서 경기를 준비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6년동안 마케팅 업무를 맡다 보니까 관중의 반응들이 잘 들려요. 팬들이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속속히 알게 되요. 특히 관중의 호흡을 제가 많이 느껴요. 그리고 그 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같이 호흡할 수 있는 방향을 찾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축구 이외에 다른 이벤트나 행사는 안 하려고 해요. 그리고 현재는 1년마다 그 컨셉이 바뀌긴 하지만 향후 5~10년의 장기적인 계획이 세워져 있는 상태에요”
PM 5:15 / 그라운드 MC 허지욱씨와 미팅
오후 5시가 조금 넘자 지난 ‘FC서울 사람들’ 코너에도 소개 된바 있는 그라운드 MC 허지욱씨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날 진행될 선수소개와 하프타임 이벤트에 관한 내용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다. 이재호 대리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이날 진행하고 강조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 미팅을 갖는다. 허지욱씨는 “이재호 대리는 축구에 대한 철학이 굉장히 많은 분입니다. 그리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MC로서 너무나도 좋은 것이 왜 이 이벤트를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취지와 방향 그리고 세세하게 강조해야 할 부분들을 설명해 주세요. 솔직히 다른 곳에 가서 진행할 때는 그렇지 않거든요. 정말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이해가 빨라지죠”라는 말을 하면서 이재호 대리의 꼼꼼함을 칭찬한다. 이재호 대리 또한 허지욱씨를 칭찬한다. “사실 오늘 경기 전 깃발 응원을 할 예정인데, 허지욱씨가 오지 않았다면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PD와 진행자 사이에 굳은 믿음이 느껴진다.
PM 5:40 / 허지욱씨와 다시 영상운영실로 이동
허지욱씨와의 미팅을 마치고 다시 영상운영실로 급히 이동하는 이재호 대리. 경기 시간이 임박해오자 최종 영상과 함께 허지욱씨의 최종 리허설을 돕는다. 특히 부분 영상이 나올 때 나다 기획한 의도에 맞게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차근 차근 설명을 한다. 마침 그날은 처음으로 시도하는 영상 부분이 있던터라 이재호 대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한 표정과 몸짓으로 설명해 나간다. 그리고는 긴장되는 표정을 잠시 접어두고 잠시 시간을 낸다.
짧은 휴식 / 축구는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잠시 허지욱씨와 함께 휴식시간을 갖는 이재호 대리. 아침부터 숨 돌릴 시간 없이 급히 뛰어 왔기에 경기장에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주어진 휴식시간 동안 긴장되는 마음과 몸을 푼다. 잠시 숨을 고르며 이재호 대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축구에 관한 생각들을 들려준다.
“제가 생각하기에 축구는 가슴으로 하는 것이지 돈이나 다른 것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팬 없이는 제가 존재할 이유가 없죠. 그래서인지 팬들이 전해 주는 건의사항들이 너무나도 좋아요” 또한 그는 “저는 행사진행을 하면서 이벤트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벤트라는 말이 앞으로 없어져야 하기 때문이죠. 앞으로 미래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많은 관중이 입장을 하여 노래를 부를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고, 응원할 사람들은 응원을 하고, 맥주를 마시며 즐겁게 관전할 사람들은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만들어서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스스로 경기장 분위기를 만들어가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꿈꿉니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그것이 바로 축구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PM 06:00 / 관중 입장 그리고 영상과 음향 START!
경기 시작 2시간 전. 이제 이재호 대리는 영상운영실로 이동해 전광판을 통해서 영상을 실행하고, 클럽송을 비롯한 음향을 작동시키는 사인을 보낸다. 순간 조용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이재호 대리의 큐사인으로 인해 활력이 생기면서 생명력이 넘친다. 또한 캠들을 통해서 확인해보니 입장하려고 기다리던 관중들이 들어기 시작했다. “오늘 정말 많이 와야 할 텐데요”라며 걱정하는 이재호 대리. 그러나 이재호 대리는 믿고 있다. 자신의 노력은 물론 FC서울의 노력이 결국 팬들을 감동하게 하여 결코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을. 모든 준비를 마친 이재호 대리는 다시 사무실로 이동해 홍보팀에서 제작한 최종 전광판 이미지들을 보고 확인한다. 그리고 무전기부터 시작해서 바지 양쪽 뒷주머니에 경기장에서 사용될 마이크 2개를 집어 넣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는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창문 밖 경기장을 바라본다.
PM 06:30 / 출격완료, 이제 평가는 팬들이 한다
“이제 때가 왔습니다. 출격준비가 완료 되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하는 이재호 대리. 이제까지 준비해온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는 가장 기대되고 설레는 시간이 지금이라고 한다. 최종적으로 홍보팀과 운영팀은 물론 마케팅팀 팀장님과 업무에 관한 최종 확인과 보고를 마치고 그라운드로 향한다. “저는 팬들을 딱히 무엇이라고 표현하기 힘듭니다. 동반자라고도 표현하기 힘들고, 친구라고 표현하기는 더욱더 힘듭니다. 함께 숨쉬고 호흡하는 그런 존재가 바로 팬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기 내내 그라운드 위에서 두꺼운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쉼 없이 일을 한다. 한 손에는 무전기, 또 다른 손에는 휴대폰과 진행 순서표. 그는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해 그야말로 열심히 뛰어 다닌다.
때로는 강하게 운영요원들에게 지시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박수를 치며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과 하나가 되기도 한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 역시 선수들 만큼이나 긴장되는 경기를 치뤄내고 있는 것이다.
이 타이밍에는 광고가 나가야 하고, 이 타이밍에는 다음 경기 안내가 나가야 하고, 또 이 타이밍에는 선수들에 대한 격려 멘트와 박수 유도가 나가야 하고 경기 내내 그의 머릿 속은 이와 같은 고민들로 가득 차 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이재호 대리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자 이재호 대리는 아무 말 없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밝은 웃음을 지어준다. 아마도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보다는 조금이라도 팬들이 오늘 경기를 통해서 감동을 받았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라운드의 PD라고 부르고 싶지만 자신은 ‘쇼 진행자’도 아니며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재호 대리. 팬이 없으면 고로 그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휘하여 보다 많은 팬들이 FC서울을 통해서 감동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우리 FC서울 팬들은 경기장에 들어서면 팬들을 위해 이렇게 매일같이 생각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함께 느끼자. 그리고 같이 호흡하자. 우리는 FC서울!
글=문인성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강동희,김주용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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