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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선수들에게 물어본다! 만일 축구선수가 안됐다면?

2007-06-04



자~ 지금 이 순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순수했던 나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레드~ 선!

“당신의 꿈, 장래 희망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좋아하는 아이였나요?”

어쩌면 진부한 질문이라고 흘려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릴 적에 자주 듣던 이 질문을 어느 순간부턴가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들도 점차 줄고, 그러다 보니 나 조차도 잊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나에 대한 물음이다.

바로 이 나에 대한 물음을 FC서울 선수단에 던져 봤다. 과연 우리 FC서울 선수들은 어떠한 대답을 던졌을까? 과연 그들은 어떠한 꿈을 가졌었을까? 지금부터 한 번 들어보자.

선수들 훈련이 들어가기 전 이영진 코치가 첫 번째 레이더에 포착. 오랫동안 축구를 해온 이영진 코치지만 역시 어린 시절이 있었으리라.

“어렸을 적에 장래 희망이 무엇이셨어요?”

잠시 생각에 빠지신 듯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30년 넘게 축구와 함께 해와서 축구 없는 나를 생각 해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선뜻 대답을 하기가 어렵네요”라며 겨우 어렵게 대답을 한다. 또한 이어서 “내가 운동을 하던 시절에는 많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워요. 사실 축구 선수 이외에 내가 무엇이 되어 있었을 까라는 질문조차 나에게 던져보지 못했죠. 젊은 선수들은 조금 다를지 모르니까 한 번 들어봐요”라며 선수들을 소개해 줬다.



‘홍길동‘ 김치곤

“저요? 축구 안했다면 조폭 두목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경기장에서 언제나 파이팅이 넘치는 견고한 수비수 김치곤의 대답이다.

김치곤을 생각하면 순박한 웃음과 구수한 사투리가 생각나서 조금은 의아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무엇보다 솔직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김치곤의 이런 생각이 무척 귀엽게 느껴진다. “조폭 두목이요”라는 대답이 신경이 씌였는지 다시 돌아와 대답을 바꾸겠다던 김치곤은 “어렸을적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아버지를 보면서 크면 아버지처럼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책속에 나오는 홍길동이요!”라며 자신이 먼저 대답했던 ‘조폭 두목’보다는 ‘홍길동’이 더 어울림을 설명한다.

축구 선수가 홍길동이 되지 못하는 법은 없다. 마음만 먹으면 김치곤의 꿈은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는가. 정의를 위해 싸워가며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정의의 홍길동? 김길동?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태권도 선수’ 이상협

“아마 축구 안했으면 전 태권도 선수했을 것 같아요”라며 역시 씩씩한 대답을 해주는 이상협. 올 시즌 자주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보이며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이상협은 축구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태권도를 한 이상협은 수준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태권도 유단자다. 그렇다면 왜 태권도가 아닌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어느 날 제가 다니던 태권도 도장에서 축구 시합을 했어요. 그때 뛰게 되었는데 축구가 태권도보다 훨씬 더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당장 태권도를 그만두고 축구를 하게 되었어요.”

태권도 도장에서 축구 시합을 안했더라면 이상협은 지금쯤 축구의 매력을 모른 채 계속 태권도를 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태권도 선수가 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이상협은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다. 축구 선수가 못되었으면 정말 불행했을 것이다”라며 손 사레를 친다.



‘건축가’ 김병지

대통령, 의사, 선생님, 경찰, 과학자가 다 꿈이었지만 실제 자신은 멋진 ‘건축가’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김병지.

“어렸을 적에는 대통령 한 번 하는게 다 누구의 꿈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건축가였어요. 아마 공부를 많이 했더라면 건축가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에요.”

김병지는 건축의 미, 집을 짓는 신비함에 매료되어 건축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헤어스타일만 봐도 그가 미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는데 ‘건축가’ 김병지. 생각만 해도 정말 멋진 건축가가 되었을 것 같지 않은가?



‘파티쉐‘ 이청용

평소에 빵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이청용은 멋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고. 이청용은 “제가 빵을 무척 좋아해요. 그래서 먹는 것 만큼이나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꿈이 파티쉐였어요”라며 대답을 한다. 말이 없고 수줍음이 유독 많은 이청용이기에 ‘파티쉐’라는 직업이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축구 안했더라면 파티쉐라는 직업에 도전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축구가 더 좋죠. 그런데 나중에 취미라도 한번쯤은 배우고 싶어요.”

이외에 ‘경찰’이 되었을 것 같다는 곽태휘,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을 것 같다는 최영일, 의사가 되지 않았을 까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한 개구쟁이 안태은 등이 자신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흔히들 첫 사랑은 이루어 질 수 없다고 말한다. 어릴 적 장래희망도 어찌 보면 우리에게 그런 존재 인 것 같다.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가끔 아련한 기억으로 떠올라 입가에 미소 짓게 한다. 만약 축구를 안했다면? 무엇이 되었을까? 어쩐지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선수들의 장래희망이 첫 사랑으로만 남은 일이 고마울 따름(?)이다. 경기장에서 훌륭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이청용이 축구의 재능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파티쉐가 되었다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말이다.

글=백승경 FC서울 명예기자